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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수업(레이프 에스퀴스 지음,

진실을 알려줘: 교실문화 개선을 위한 네가지 지침

알렉스는 지저분한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3학년 학생이다. 담임교사는 다짜고짜 알렉스에게 소리부터 지르며, 친구들이 모두 지켜보는 알렉스의 책가방에 든 물건을 책상에 와르르 쏟아냈다. 담임은 엉망이 된 알렉스의 책상을 카메라로 찍더니 개학일 행사 때 그 사진을 걸어두고 알렉스가 얼마나 지저분한 학생인지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교사는 반 학생들에게 그날 하루 동안 버릴 쓰레기가 있으면, 쓰레기통 대신 알렉스의 책상에 던지라고 말했다그리고 지금 알렉스의 부모님이 교무실로 찾아와 관계 강국에 고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그 교사가 내게 와서 씁쓸하게 자신을 변호했다. '하지만 전 잘못하지 않았어요. 효과가 있었잖아요. 이제 알렉스의 가방이 더 깔끔헤졌으니까요‘  여기서 나는 진정한 비극은 이 교사가 아주 멋진 기회를 놓쳐버린 것임을 깨닫는다이런 사건들은 교사 자신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기까지 몇달이 걸린다. 그러나 그 교사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여파에 대해 이해 조차 하지 못했다여기서 더 큰 문제는  많은 교사들이 어떻게 해서든지 교실을 깨끗하게 정돈된 상태로 두려고 물불 가리지 다는 것이다. 요즘 교사가 학생을 다루는 태도를 보면, 그 핵심에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한다는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교사의 그런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가르침은 아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교실은 오로지 한 가지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바로 '두려움'이다. 교사는 두려워한다.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두렵고, 아이들이 좋아해 주지 않을까 두렵고, 아이들을 잘 통제하지 못할까봐 두렵다학생들은 더욱 더 두려워한다. 야단맞고 창피를 당할까봐 두렵고, 반 친구들 앞에서 바보같이 보일까봐 두렵고, 성적이 떨어질까 두렵고, 부모님을 화나게 할까봐 두렵다성공적인 학급을 운영하는 데는 소로의 찰학을 이용할 수도 있고, 무솔리니의 철학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난  25동안 나는 낙서로 뒤범벅이 된 벽과 지린내 나는 화장실 바닥이 너무 쉽게 용인되는 학교 환경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의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 봤다. 56호교실은 차분하다. 놀라울만큼 질서가 있다뭔가 빠진게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초창기에는 나도 첫날부터 아이들을 겁주려고 들었다. 아이들에게 교실의 대장은 '나' 임을 확실히 주지시키고 싶었다. 우리는 어리석게도 조용한 교실, 질서 있는 아이들 순탄하게 흘러가는 날들에 대해서 서로 축하했다.

 

1967년 레드삭스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값을 매길 수 없는 야구공이 있었다. 어린아들이 같이 캐치볼 하자고 조를 때면 사인이 담긴 공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아들이 물었을 때 아버지는 그 공에는 온통 글씨가 쓰여 있어서 사용할수 없다고 간단히 말했다. 아들은 사인들을 모조리 핥아서 지워버렸다. 그 사건은 아버지에게 아이들을 가르칠 때나 키울 때는 항상 모든 것을 아이들의 관점에서 보도록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교육을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결코 두려움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괴로운 일이지만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바르게 행동했던 이유는 모두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우리는 읽기와 수학점수를 올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라고 몰아댄다. 점수를 올리려고 애쓰는 만큼 아이들이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애쓰면 안되는 것일까교실의 문화를 개선하면 일상의 어려운 문제들을 훨씬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두려움 없이 교실을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두려움을 신뢰로 바꿔라. 대부분이 교실이 두려움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반면, 우리 교실은 믿음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을 좋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말일 뿐이다. 내가 하는 말이 그냥 말뿐이 아니라는 걸 아이들이 알게하려면 그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숙제를 빠뜨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것만으로 그만이다. 그런 일들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 신뢰를 깨뜨리면, 규칙은 바뀐다. 학생과 나의 관계가 나빠지진 않겠지만, 절대 결코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신뢰를 깨뜨리기도 하므로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깨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아이들은 내가 자신들을 믿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그런 믿음을 지키고 싶어한다나는 모든 질문에 대답해준다. 이미 받았던 질문이어도 상관없다. 내가 피곤하더라도 상관없다. 내가 얼마나 자기들은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지, 그리고 설사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부모로써 또 교사로서 늘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절대 학생이 뭔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서는 안된다. 아이들의 질문에 인내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대답해 준다면, 그 순간 두려움을 능가하는 영원한 신뢰가 쌓이게 된다.

 

아이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 되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바르게 행동하면 상을 주겠다는 약속을 너무나 많이 한다이것 자체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어른이 그 약속을 깬다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는 자신이 한 약속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 항상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신뢰를 쌓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단지 우리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만 알려주면 된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행동은 말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 여기서 한가지 더 좋은 점이 있다면, 일단 신뢰가 형성되기만 하면 혹시라도 약속된 활동을 연기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아이들이 훨씬 쉽게 이해해 준다는 것이다규율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교실에서는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하지만 한가지 기본적인 진실만은 절대이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무서운 선생님을 싫어하지 않았지만, 불공평한 선생님은 경멸한다는 것이다나는 56호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학급활동을 정말 재미있게 만들어서 학생이 잘못했을 때 잘못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

 

자신이 역할 모델임을 인식하라.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당신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속이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마라. 아이들은 그런 쪽으로 굉장히 눈치가 빠르다. 아이들이 당신을 믿어주길 바란다면, 당신부터 일관된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아이를 가르치는 하루 동안에도 수천 번씩 모범이 되어야 하는 순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우리를 기다려주는 기회는 몇 번 되지 않는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다보면 정작 큰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 학생들은 역할모델인 우리가 폭군이 아닌 지지자가 되어주길 바란다. 독재란 역할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나는 이미 젊은 시절에 충분히 이해했다실수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값진 순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니는 무시무시한 선생님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가장 믿어주는 선생님이자 친구가 되려 한다우리 반 아이들은 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나를 분별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신뢰를 형성하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든든하고 친구같은 지원자를 얻는 일은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행복한 인간으로 자라날 기회를갖는 것이다. 물론 쉽지도 않거니와 모든 아이들이 그런 기회를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아이는 교사가 보여준 신뢰를 져버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대단한 것을 요구할 때는 우리가 그런 대단한 일이 능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교실에서 두려움을 없애는데 힘써라, 공평하라. 사리에 맞게 행동하라. 그러면 당신은 교사로서 성장할 것이고, 학생들은 당신이 만들어 놓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며 당신을 그리고 자기자신을 놀라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