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부채를 갚는 것이 도덕적으로 온당하다며 법석을 떠는 나라도 몇몇 있지만, 그들은 흔히 채권국들 이다. 채무국들이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하는 것은, 그들의 얘기가 도덕적인 설득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힘 때문이다. 안정된 통화와 안전한 신용이 정착되면 업계 전반에 이익이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부자가 되는 것보다 외국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더 바란다. 돈은 단지 상품으로 교환 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한 것이라는 생각은 자명한 이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정서적으로, 돈은 단지 교환수단일 뿐이라는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의 모든 거래에 있어 판매자가 구매자보다 즐거워한다. 만일 당신이 신발 한 켤레를 산다고 할 경우, 온갖 판매기술이 당신에게 집중되고, 당신에게 신발을 판 사람은 자기가 작은 승리를 따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당신이 어떤 상품을 생산해 팔고자 할 때, 당신에게 특별한 중요성을 지니게 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당신의 경쟁자들과 고객들이다. 경쟁자들은 당신에게 해를 주고, 고객은 당신에게 이익을 준다. 당신의 경쟁자들은 뚜렷이 드러나고 비교적 소수인 반면, 당신이 고객들은 흩어져 있고 대부분 정체 모를 사람들이다. 따라서 당신은 고객보다 경쟁자들을 좀더 의식하게 된다.
외부집단들은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앗아가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보호주의 관세'란 발상이 생겨난다. 다른 나라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보기보다 생산 경쟁자들로 보기 때문에 외국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외국시장을 잃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무역이란 상호보완적인 것이며, 자국이 상품을 파는 외국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자국의 상품도 사가게 되어있다는 점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점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이유는 다른 나라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다. 금융의 이익은 일반대중의 이익과 상충된다. 금융업무가 오직 금융업자들의 이익만 목표로 할 뿐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한, 현대사회가 풍요로워지기란 요원한 일이다. 이런 실정에서 금융업자들이 자유롭게 자기들의 이윤을 추구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금융과 산업을 한덩어리로 묶어 생각하도록, 금융부문의 이익만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극대하 하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금융과 산업을 따로 떼어놓으면 금융이 산업보다 막강하다. 그러나 금융의 이익보다 산업의 이익이 공동체의 이익에 좀더 가깝다. 과대해진 금융세력으로 인해 세계가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소수가 다수를 능가하는 힘을 획득하는 경우 그들은 어김없이 다수를 지배하는 일종의 미신의 도움을 받아 왔다. 우리시대 금융업자들은 금을 숭배하는 미신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금 준비금이니, 어음발행이니,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리플레이션, 기타 온갖 전문용어들을 나열하면 보통시민은 놀라서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저 막연히 자기 나라가 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더 안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 대중의 이러한 어리석은 면은 금융업자가 민주주의에 구속되지 않고, 활동하는 데 꼭 필요한 조건이다.
경제학은 모든 남자나 여자, 아이들에게까지 모두에게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이 과목을 가르치는 일이 거의 없으며, 대학에서 조차도 소수의 사람들만이 배우고 있을 뿐이라는 건 놀라운 사실 이다. 게다가 그 소수 조차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결려있지 않는 한,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다. 전문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 전문가들이 부정직 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습관적 편견으로 인해 문제를 적절한 시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 세계의 복잡성은 우리시대 민주주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 가운데 하나로써,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보통 남녀들이 현명한 여론을 형성하거나, 나아가 어떤 전문가의 의견이 가장 고려할 만한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다. 이 문제를 치유하려면 먼저 교육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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