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국가개입의 도덕성

옛날 어느 나라에도 국방부가 없었다. 대신 전쟁부가 있었다. 특허권도 전매 특허권으로 불렀다. 특허라는 것은 인공적으로 독점상태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유용하다고 해도 독점이다. 경제학의 옛 이름은 정치경제학 다시 말해 경제를 정치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이다. 경제학이 모든 것에 관한 과학이 되어버린 요즘에 와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경제학에서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닐 것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국가나 정부의 행동에 관한 연구 그리고 적절한 정부정책에 대한 추천이나 반대 등은 여전히 경제학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주장을 쉽게 풀이하자면,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얻는지도 잘알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사람들이 하는 데로 그냥 놔두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역할이 어느 정도가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다. 군사적 방어력, 재산권의 보호, 도로와 항구같은 사회기반시설 등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정부가 최선이라고 말하는 자유시장주의적 견해가 한 극단에 자리한다면, 다른 극단에는 시장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고, 중앙정부에서 세운 계획에 따라 경제가 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르크스주의가 있다. 요즘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개인주의를 신봉한다. 다시말해 개인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 이 철학적 입장을 근본까지 파고들면, 정부란 독립의지를 가진 개인들 사이에 맺어진 사회계약의 산물이고 따라서 개인의 상위개념일 수가 없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이런 견해를 사회계약설이라고 한다. 국가의 행위는 모든 개인이 동의했을 때만 정당성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현재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론은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사상에 기초한 것이다. 그의 저서 ‘리바이던’에서 홉스는 정부없이 자유로운 개인들이 존재하는 자연상태에서는 개인들이 이른바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모든 개인의 삶은 ‘고독하고 빈곤하고 끔찍하고 짧다.’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자유에 부과하는 일정한 제한을 지발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동의하고, 사회적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홉스 자신은 사실 절대왕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이론을 사용했다. 철학자 로버트 노직과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뷰캐넌을 비롯한 현대계약설 추종자들은 홉스의 사상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켜 최소한의 정부를 정당화 하는 정치철학을 탄생 시켰다. 친자유시장적인 이 계약설은 미국에서 극단적인 자유주의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정부를 리바이던 처럼 괴물로 변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어할 필요가 있는 존재로 묘사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정당행위는 법질서유지, 국가방위, 사회기반 시설 제공 같은 것뿐이다. 이 같은 최고 기능을 벗어나는 것은 복지국가든 보호관세든 개인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1944년 발간된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의 책 제목처럼 ‘노예의 길’을 향한 첫발걸음으로 여겨진다. 현대의 계약론자들 다시말해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철학적 입장은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잇다. 국가가 시민의 위에 있다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무척 쉬워지고, 이 다수의 이익이라는 것이 국가를 관리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번도 자유계약을 맺을수 있는 자연상태로 존재한 적이 없고, 항상 일종의 사회일원으로 살았다.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개인이라는 개념자체가 자본주의의 산물인데 자본주의는 국가보다 훨씬 나중에 등장했다. 따라서 허구의 역사에 기초를 둠으로써 사회계약론자들은 사회로부터 개인이 갖는 독립성을 크게 부풀리고 국가를 비롯한 집단공동체의 정당성을 과소평가했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부가 하는 일  (0) 2016.08.03
시장,실패 정부실패  (0) 2016.08.03
실업  (0) 2016.07.28
  (0) 2016.07.26
빈곤  (0) 201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