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극소수 부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역사상 거의 전 기간동안 인류를 규정하는 조건이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오늘날 부자가 된 서유럽국가에서 조차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주일에 70-80시간을 일했고, 100시간 넘게 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오늘날 가난한 나라에서 조차 그렇게 오래 일하는 사람은 드물어 평균노동시간 은 35-55시간 정도이다. 일은 우리의 삶에서 절대 무시할수 없을 정도로 큰 존재이지만, 경제학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일이 주인공으로 언급되는 때는 신기하게도 오직 일이 부재할 때, 즉 실업에 관해 논의할 때 뿐이다. 일은 기본적으로 소득을 얻는 수단으로 취급되는 데에 그친다. 사람들은 소득과 여가는 중요하게 여기지만, 일 자체에는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상정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은 소득을 얻는 수단 이상이다. 일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기 때문에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생리적, 심리적 복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일은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친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와 관계되는,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기는 문제다. 인류역사에서 오랜기간 동안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나의 주인이 나'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빼앗긴 채 사고파는 물건으로 살아야 했다. 19세기 노예제도가 철폐된 후에는 약 150만명의 인도인, 중국인, 심지어 일본인까지 노예 노동력을 대신해, 일정기간 동안 예속계약을 맺는 계약노동자가 되어 해외로 건너갔다. 예속계약 노동자는 고용주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노예는 아니다.그러나 일자리를 옮길 자유가 없었고, 보통 3-10년이었던 계약기간에는 최소한의 권리밖에 보장받지 못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 당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법적으로 노예는 거의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인 인권침해가 없다 해도 일이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너무 지대해서 우리를 형성한다고까지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덤 스미스는 더 세세한 분업이 생산성 향상에는 긍정적이라고 칭송하면서도, 너무 과도한 분업은 노동자의 정신능력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은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형성할 수도 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큰 자아성취감을 누리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일은 다른 일보다 욕체적으로 고되고 위험하고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잇다. 노동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사람들은 지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이 나빠진다. 어떤 직업은 그 내용이 더 창조적인 덕분에 지적으로 흥미롭다고 여겨진다. 누군가 무엇을 자유의지로 선택했다면, 그 사람이 다른 것보다 그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과연 그 선택을 하게된 상황이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바뀔 수 있는지이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조건이 좋지 않은 일이라도 차선책이 굶는 것이라면 기꺼이 그 일을 선택했을 것이다. 실업율이 굉장히 높은 상황에서 다른 일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일부계층은 과도하게 오래 일하느라 건강을 잠재적으로 위협받는다. 또 많은 사람들은 시간관련 불안정고용 상태에 있다. 전업으로 일하고 싶지만, 시간제 일자리밖에 구하지 못한 경우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이런 사람들은 더 늘어났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위장실업상태에 있다. 이는 생산량에는 거의 혹은 전혀 보탬이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소득을 얻기위해 일하는 것을 말한다. 외형상으로는 구걸이 아니지만, 내용은 구걸이나 다름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경우 등이다. 2011년 연중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네덜란드, 독일, 노르웨이, 프랑스였다. 반면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는 한국, 그리스, 미국, 이탈리아였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6개월이 안되는 피고용인의 비율은 OECD 회원국에 대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터키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26%로 가장 낮고,  그 다음으로 한국이 25%, 멕시코가 21%이다.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개입의 도덕성  (0) 2016.08.01
실업  (0) 2016.07.28
빈곤  (0) 2016.07.25
불평등  (0) 2016.07.20
새로운 금융 시스템과 그 영향  (0) 201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