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출간된 고전적인 명저‘ 의학의 원리와 실제’ 초판에서 윌리엄 오슬러는 '류머티즘 관절염은 십중팔구 신경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오슬러는 치료기술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에서 기사작위까지 받았다. 밴쿠버의 내과의사인 로빈슨은 오슬러의 인도주의적, 전체관적 접근방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21세기를 시작하는 지금에서는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다른 자가면역질환들, 즉 면역체가 신체에 반란을 일으키는 내전으로 특징 지을수 있는 모든 질환과 스트레스의 연관관계에 대한 내용을 찾기 위해 주류 의학교과서를 뒤져도 허탕만 칠 것이다. 각종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는 수백만 명의 환자들에게는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누락은 오래 전부터 여러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와 자가면역의 연관관계가 입증 되고 있고, 그 관계에 작용하는 수많은 생리적 경로들이 알려지고 있는 까닭에 더욱 정당화 될 수 없다.
1969년 영국의 정신건강의학 연구자 존 보올비는 부모-자식과의 관계가 성격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그의 3부작 중 제1권 ‘애착’을 출간했다. 그는 ‘ 아이 혹은 청소년과 부모의 역할 역젼은 일시적인 경우가 아닌 한 거의 언제나 부모의 병리학적 이상 신호일뿐만 아니라, 아이의 병리학적 이상의 원인이기도 하다’고 썼다. 부모와의 역할 역전은 아이와 세상과의 관계를 왜곡시킨다. 그것은 스트레스 소인이 되어 훗날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의 잠재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이 어린 인간은 의식차원에서 경험될 경우, 해결할수 없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느낌이나 정보는 무의식적 으로 의식에서 배제시킨다. 보올비는 이런 현상을 ‘방어적 배제’라고 명명했다. 보올비는 ‘화는 종종 그것을 불러일으킨 애착대상 인물로부터 방향을 전환하여 자신을 겨냥한다'면서 그 결과 부적절한 자기비판이 생겨 난다고 설명한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면, 신체의 방어체제가 반기를 든다. 사회생활에서라면 그런 행동은 반역행위로 고발 당한다. 개인의 몸안에서 일어나는 신체적 반역행위는 자기와 비자기에 대한 무의식적인 혼란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면역계의 혼란에서 비릇된다. 이렇게 경계선에 혼란이 일어나면 면역세포들은 자기몸이 외래물질이라도 되는 양 공격하게 되는데, 이것은 내면으로 반향 전환된 화와 비난이 심리적 자아를 공격하는 일과 일치한다. 이러한 혼란은 우리가 PNI계라고 불러온 감정-신경-면역-호르몬 슈퍼계내에서 서로 서로연결된 정신신체메커니즘에 혼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면역계나 신경계처럼 감정은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생체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신경계와 호르몬계처럼 감정은 필수적인 식욕과 욕구의 충족을 책임진다. 그리고 다른 모든 계들처럼 감정은 체내의 환경을 유지하거나 바로 잡는데 도움을 준다. 두려움, 화, 사랑 같은 감정은 신경충동, 면역세포, 또는 호르몬 활동이 꼭 필요한 것만큼, 생체의 생존에 필요하다.
동물은 필수적인 욕구가 위협 받거나 좌절될 때 화를 경험한다. 감정에 의한 생물학적 변화의 구체적인 목적은 동물에게 응전반응이나 도주반응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응전 혹은 도주반응은 모두 큰 에너지 비용을 요구하고, 부상이나 죽음이 라는 위험을 강요하기 때문에 감정의 과시가 지극히 중요한 중간기능을 담당한다. 종종 그런 감정의 과시가 해당 동물들 어느 편에도 해를 입히지 않고, 갈등을 해소시킨다. 만약 자신의 영역 경계선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를 모른다면, 나는 어떠한 잠재적 위험이 경계선안을 침범해도 그것을 알수가 없다. 친숙한 것과 낯선 것, 또는 유익한 것과 유해한 것 사이의 필수적인 구분은 자기와 비자기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요구한다. 화는 외부로부터 오는 위험을 식별하는 일과 그것에 대해 반응하는 일 모두를 의미한다.
면역계가 수행하는 가장 첫번째 임무도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면역활동도 식별부터 시작한다. 신경계의 또 다른 기능은 기억이다. 면역계 또한 분명 기억을 갖고 있다. 면역계는 외부세계의 어떤 것이 유익하거나 자양분이 되고, 어떤 것이 중립적이고, 어떤 것이 잠재적인 독성이 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면역계는 예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위협은 어떤 것이든 즉시 세포속에 그 기억을 저장한다. 그리고 신경계가 평생 동안 학습잠재능력을 보유하는 것처럼, 면역계도 새로운 위협을 인지하도록 특별히 훈련된 면역복제 세포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기억들을 발현시키는 능력을 보유한다. 혈류와 신체의 모든 조직, 모든 공간에 면역세포들이 존재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면역계를 비자기 탐지를 위해 준비된 ‘떠다니는 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떠다니는 뇌'를 위한 감각기관이 바로 유해물질과 유익 물질을 구분하기 위해 배치된 면역세포 표면위 수용체들이다. 자기의 존재는 신체의 정상세포 세포막에 있는 이른바 자기항원에 의해 식별되며, 이 자기항원은 면역세포의 수용체가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분자다.자기항원은 모든 세포유형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이다. 외래의 생명체나 물질들은 그런 자기 표지물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면역계의 공격 대상이 된다.
외래항원을 기억하는 일이 주된 임무인 림프구는 흉선에서 성숙단계에 도달하는 T세포들이다. 이해해야 할 핵심요점은 면역과 감정이 분담하는 다음의 세가지 기능일 것이다. 첫째는 비자기의 인식과 동시에 일어나는 '자기인식’기능이고, 둘째는 유익한 유입물질을 식별하고 판단하는 기능이고, 마지막은 위험요인을 제약하고 제거하는 능력과 함께, 삶을 고양시키는 영향을 수용하는 기능이다. 자기와 비자기를 구분하는 심리적 능력에 손상이 일어나면, 그 손상은 반드시 생리적 기능으로까지 확대된다. 화를 억압하면 면역의 교란이라는 결과가 초래된다. 대개 신체의 자기생성물에 반기를 드는 면역세포들이 있으면, 즉시 살해되거나 비활성화된다. 그런데 이처럼 자기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는 면역세포들이 파괴 되거나 무해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그 면역세포들이 자신들이 방어하기로 되어 있는 신체조직을 공격한다. 그 결과로 알레르기반응이나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방사선이나 약물, 혹은 예를 들어 HIV바이러스 등에 의해 건강한 면역세포가 파괴되면, 신체는 감염이나 또는 종양이 억제되지 않고 마구 성장하는 현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만성적인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통한 면역계의 손상도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리적 압박이 관절, 결합조직, 신체기관의 염증으로 발현될 수 있는 잠재적 경로는 몇가지가 존재한다. 신체의 어떤 부위에도 신경연결을 통해 다른 부위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은 2세기의 로마 의사 갈레노스의 가르침중 하나였다. 스트레스 반응에 의한 급속한 신체적변화는 의심의 여지없이 신경계의 즉각적인 활동을 통해 이루어진다. 뇌에서 나온 방충물질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말단 신경부위들을 자극함으로써 관절손상을 유발하는 강력한 친염증분자들을 방출하도록 만들수 있다. 신경에서 나온 몇몇 화학물질들 또한 통증을 유발하는 걍력한 염증유발물질이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면 염증이 일어난 관절이나 순환계내에서 이런 물질들이 수치가 부쩍 올라간다. 모든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일관되게 쓰이는 한 가지 약물이 바로 코르티솔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반응에 가장 핵심적인 호르몬이며, 많은 연구들에 의해 만성스트레스를 겪고 난 이후 가장 조절이 안 되는것으로 밝혀진 호르몬이다.
로버트는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노조지도자이다. 그는 목에서 엉덩이까지 몽땅 굳었다. 로버트는 일에만 중독된 것이 아니다. 술, 여자, 도박 모두에 대한 중독이다. 9년 내내 그랬다. 로버트는 노조를 조직하고, 여전히 그 일에 전념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더 공평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일할수 있는 기회 때문이다. " 바로 그것 때문에 '못하겠다는 말을 결코 못하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불공평한 일들의 명단이 줄어드는 법은 좀처럼 없으니까요. 저는 이 세상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게 큰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로버트는 이제야 과도한 요구에 대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능력을 계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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