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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

대인관계의 생물학 1

일곱살짜리 여자아이 환자가 브리티시컬럼비아 아동 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수술현장에 부모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전통적인 관행은 아이의 감정, 행동, 생리기능에 대한 조절기로서의 애착관계의 중요성을 무시한 결과였다.  부모가 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아이의 생물학적인 상태는 크게 달라질수 있다. 생명이란 내부적인 한계든 외부적인 한계든 명확히 규정된 한계내에서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핵폭발에 의해 방출된 고농도 방사능을 견딜수 없는 것처럼, 혈류내의 고농도 혈당을 견디며 생존할 수 없다. 감정적이든, 신체적이든 스스로를 조절하는 자기조절은 극단적인 바깥 날씨에도 불구하고, 늘 일정한 집안 온도를 유지하게 하는 자동온도 조절장치에 비유할 수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자기조절은 광범위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온혈동물의 능력에 의해 입증된다. 사랑, 두려움, 혹은 화같은 감정은 부모나 다른 보호자들과의 본질적인 관계를 유지시켜주면서 자기보호 욕구에 도움을 준다, 어린 생명에게 어른들과 안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인식을 위협하는 것은, 무엇이든 심리적 스트레스다. 그 관계가 조금이라도 교란되면, 어린 생명의 체내 환경에 혼란이 일어난다.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학과에서 근무하는 마이런 호퍼박사는 1984년 ‘ 독립적인 자기조절은 성인기가 되어서도 존재하지 않을수 있다’면서 ‘사회적 상호관계는 체내의 생물학적 체계들을 일상적으로 조절하는 면에서, 평생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썼다. 환경변화에 대한 우리의 생물학적 반응은, 우리와 다른 인간을 연결하는 대인관계 상황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는다. 한 저명한 연구자가 적절하게 표현했듯이 ‘적응이란 전적으로 개인의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종으로서의 인간은 독립생활을 하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나 종족과의 강력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생존 요건으로 삼는 사회생활동물로 진화했다.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는 우리의 신경학적, 화학적 체질 구성에 필수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모두 매일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체내에서 극적인 생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다. 화를 내면서 말하거나, 미소를 띠면서 하느냐에 따라 현저히 다른 신체반응을 일으킨다. 인간의 진화사와 이용 가능한 과학적 증거를 염두에 둘 때, 질병과 건강이 심리정서적 네트워크들과 분리되어 이해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어리석은 것이다. ‘군집생활을 하는 다른동물들처럼 인간의 생리적 항상성과 궁극적인 건강상태는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조이스는 44세의 응용언어학 교수다. 그는 " ‘내가 해야 해’ 라고 생각을, 수도 없이 내면화 시켰습니다.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제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공허감을 의미했고, 그건 제가 두려워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공허감을 메우기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힘들게 숨쉬다라는 단어가 어원인 천식에 걸리면, 폐의 작은 기도인 세기관지가 가역적으로 좁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천식에는 PNI기관의 모든 구성요소-감정, 신경, 면역세포, 호르몬-가 관여한다. 신경계 방출물질들은 감정을 포함한 수많은 자극들에 대한 반응으로 기도를 좁아지게 할수 있다. 천식에 걸리면 좁아진 세기관지로 숨을 들어마시는 일이 아니라, 숨을 내쉬는 일이 어려워진다. 천식환자는 숨을 내쉬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낀다.

 

폐는 기침 반사작용을 작동시켜 막힌 기도를 깨끗이 뚫으려고 한다. 천식은 주류 의학계에서 정신신체적 요인을 갖고 있다고 인정되는 몇 안되는 질병중 하나이다. 직접적인 유발요인이 무엇이든 천식에 걸리는 데는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성적인 정서적 스트레스는 면역계를 민감하게 만든다. 그 결과 면역계는 어떠한 천식유발 요인에 대해서도 과민상태가 된다. 인간의 생리적 기능은- 실제로는 물론이고, 이론적으로도- 생명유지에 도움을 주는 정서적, 사회적 유대관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회적 스트레스나 대인관계 스트레스, 또는 다른 외부 압력으로부터 생리적 영향을 받는 방식면에서 우리 모두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타고난 기질을 제외할 때, 이런 개인차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핵심적 요소는 정서발달이다. 우리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면, 자동적 으로 정서적 독립에 이른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나이가 어떻든 잠재적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정서적 기능이 애착욕구, 두려움, 불안에 지속적으로 지배받는 정도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