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

모든 것이 그녀의 마음 탓이다.

패트리셔는 의사들을 수도 없이 찾아가고 수많은 검사를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과민성대장증후군(IBS)진단을 받았다. IBS는 의학용어로 기능성질환으로 불린다. 기능성이라 표현은 어떠한 해부학적, 병리학적, 생화학적 이상에 의해서도 증상이 설명되지 않을 뿐더러 감염에 의해서도 증상이 해명되지 않는상태를 의미한다. 기능성이란 말이 모든 것이 마음탓이라는의학적 암호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경험은 부분적으로 그의 뇌안에서 일어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복통이긴 하지만 최근의 정의에 의하면, 복통만으로는 진단을 하는데 불충분하다. 어떤 사람에게 다른 병리학적 이상이 없는데도 복통과 더불어 설사나 변비 같은 장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그 사람은 IBS에 걸린 것으로 판단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며 같은 사람도 때마다 다르다.

 

생명의학 모델이 기저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런 흔한 질병들의 불확실성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지적 한다. 이 불확실성은 의사들이 환자의 증상에 대해 듣고, 그 내력을 각종 신체검사와 스캔검사, 엑스선, 혈액검사,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전기전도 검사장비들로부터 나온 자료들과 비교한 결과를 서로 조화 시킬 수 없을 때 그 내력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데서 나온다. IBS복통에서 발생하는 장기능의 이상이 장 자체의 탓만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 되고 있다. 핵심적인 논점은 신경계가 통증을 감지하고, 평가하고, 해석하는 방식이다. 기능성복통의 경우 장에서 나온 생리적 메시지들이 신경계에 의해 전달되면서 변화된 방식으로 뇌에 접수되는 것처럼 보였다. 양전자 사단층촬영법, 혹은 PET라고 알려진 스캔검사는 혈류량 변화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뇌의 여러 부위 활동을 측정한다. 직장팽창이 있을 때, 혹은 심지어 직장팽창이 예상될때, IBS환자들은 정상인들은 활성화 되지 않는 부위인 전두엽피질이 활성화 되었다. 전두엽피질은 뇌가 감정과 관련된 기억들을 저장하는 곳이다. 이곳은 신체적 자극이든 심리적 자극이든   현재의 자극을 유아기까지 거슬러 올라갈수도 있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해석한다. 뇌의 이 부위가 활성화 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의미있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성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전두엽피질과 관련된 조직들이 위험이 존재하는지 예의주시하며 과잉 경계상태에 놓인다. 전두엽의 활성화는 개인이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아니며, 그보다는  이미 오래전에 프로그램된 신경경로들이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결과이다. 특히 IBS나 다른 기능성 질환을 지닌 환자들의 생애내력을 고찰해 보면, 학대행위의 발생빈도가 높다. 장의 신경계는 무려 약1억개의 신경세포 -소장 한곳에서만 척추 전체에 있는 것만큼 많은 개수를 갖고 있다- 갖고 있다. 이 신경들은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 찌꺼기 배출조절 이상의 일을 수행하며, 감각기관의 일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장은 우리에게 정신적 자극이 주어지면 근육을 수축시키고 혈류량을 변화시키고, 수많은 생리적 활성물질을 분비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뇌와 장의 이런 통합작용은 생존에 필수적이다.  뇌는 눈, 피부, 귀같은 감각기관들로부터 얻어진 자료들을 장에 전달한다. 혹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뇌의 감정중심부가 그런 자료들을 해석한 내용을 장에 전달한다. 그 결과 발생하게 되는 장의 생리적 현상은 그런 감정적 해석내용을 더 강화시킨다. 뇌로 보내지는 신호들이 의식적으로 감지할수 있는 장의 느낌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장의 느낌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세상은 덜 안전해질 것이다. 신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미세한 활동들이 일일이 감지된다면 우리의 삶은 살만한 것이 못될 것이다.

 

심리적 트라우마 결과로 장에서 뇌로 가는 통증의 전도현상이 척수내에서 조정된다. 관련 신경들이 훨씬 약한 자극을 받아도 활동을 시작한다. 트라우마가 심할수록 감각기관의 식역은 더 낮아진다. ( 식역점: 통증이나 다른 감각들에 대한 자동온도 조절장치 같은 것) 예 민해진 사람에게는 장 관 내에 존재하는 정상분량의 가스와 내벽 긴장이 통증을 유발한다.  이와 동시에 전두엽도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에 고통스럽게 반응하며, 경계강화 상태에 놓인다. 정상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피질 부위의 활동이 고통의 감지를 증폭 시킨다. 우리는 장의 느낌이 신체감각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며, 어떤 상황을 평가하거나 상황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주목한 바 있다. 장의 느낌은 뇌의 감정 중심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시상하부를 통해 전달하는 지각작용을 확대시킨다. 장의 통증은 무시하기 힘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신체가 이용하는 신호다. 따라서 통증도 지각작용의 한 방식이다. 통증은 우리가 위험에 처했는 데도 무시하고 있는 자료들을 제공한다. 통증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대신, 사실은 그것이 당신에게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는걸 말해주는 육감으로 생각해야 한다. 질병에 대한 의학적 접근면에서 환자의 인생이력을 배척해 버리는 태도는 의사에게서 강력한 치료도구를 빼앗아 버린다. 심리적 요인이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도 풍부하게 입증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의사와 환자가 반드시 약물에 손을 내밀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