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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

나는 머리에서부터 죽어갈 것이네

알츠하이머병은 베이비붐 세대의 악몸이 되어가고 있다. 픙요와 첨단의료 덕분에 현재 원숙한 중년세대로 접어들고 있는 이 세대는 역사상 어느 비교세대보다도 더 오랜 숙명을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동년배들이 다른 어느 세대보다도 더 많이 치매에 걸리는 일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치매에 걸리게 -글자 그대로 정신이 나간다는 뜻이다- 되는 상황들은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보편화 된다. 70세 노인들 중에서 3%가 알츠하이머 병이나 다른 유형의 치매에 걸리며, 77세가 되면 이 수치는 13%까지 올라간다. 막대한 경제적 비용이 들며 간병인들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 또한 막대하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지닌 사람들은 기억력, 지능, 자아 자체가 유아기 같은 혼돈속으로 녹아 사라지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치매 당사자의 고통을 상상하기 힘들다. 감정표현, 말하기 능력, 신체기능에 대한 통제력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알츠하이머 병이 자연스러운 진행 과정을 밟게 되면, 결국 몸을 쓸 수 없게 되고 죽음이 뒤따른다. 자신의 온 존재, 정신적 신체적 온 존재가 망가져 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때 가장 먼저 망가지는 조직중 하나가 해마인데, 회색물질로 이루어진 해마는 양쪽 귀측면에 위치하면서 뇌의 측두엽 중심부를 담당한다. 해마는 기억력 형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스트레스 조절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해마가 위축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인간의 경우 널리 알려진 ‘수녀연구’를 통해 인생 초반부의 열등한 언어능력이, 인생 후반부의 치매나 조기사망과 강력한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언어표현력은 여러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우세한 요인이 아동기에 겪는 정서적 관계의 질이다.

 

진단시부터 사망시까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잔여수명은 나이에 상관없이 평균 8년이다. 알츠하이머의 선구적인 연구에 힘입어 우리는 이제 치매가 냉혹한 노화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질병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국제과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 다발성경화증, 천식, 류머티즘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기타 질환들과 함께 자가면역질환 스펙트럼에 속하는 질병중 하나라는 근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런 자가면역질환은 신체의 면역계가 자기주인에게 반기를 드는 질병들이다. 자가면역질환에 걸리면 자기와 비자기의 경계가 흐려지는 일이 발생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조직의 염증은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약물과 같은 항염증 약물에 의해 성공적으로 진행이 지연 되었다.  모든 자가면역질환은 생리적 스트레스 조절 체계에 불균형을 일으키면서 특히 시상하부에 의한 호르몬방출 반응을 촉발시킨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호르몬들은 부신이 분비하는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방출로 절정을 이룬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호르몬들, 그리고 코르티솔의 비정상적인 생산을 포함하여 스트레스 반응조절에 장애가 생긴다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인간과 치매에 걸린 동물 모두에서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생산되고 있으며, 이 현상은 시상하부의 손상 정도와 비례한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케이송 박사는 ‘ 나는 알츠하이머병이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확신한다’ 며, 이 병은 아마도 노화해가는 면역게에 작용하는 만성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병일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는 인지적으로 가족이 당하는 힘든 일들,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가족 전체의 심리적 동요를 모두 흡수한다. 그런 아이의 뇌가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감정을 폐쇄하거나, 현실을 배척하는 것이다. 감정폐쇄가 너무 어린 나이에 일어나면, 현실 인지능력이 영원히 손상될 수 있다. 감정이 너무 억압 당하면, 그 감정은 아예 의식적으로 경험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억압된 감정은 생리적으로는 훨씬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법이다. 우리는 다시한번 감정의 회피가 사람들을 더 심하고, 오래 지속되는 생리적 스트레스에 노출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체내상태를 모르기 때문에 점점 더 스트레스의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수 없게 된다. 건강한 스트레스 표출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