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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게이버 메이

암에 잘 걸리는 성격은 존재하는가?

지미는 의사들에게 중요한 환자는 아니었다. 지미의 원래 질환이었던 악성흑색종은 멜라노사이트(피부착색 세포)에 생기는 생명을 위협하는 종양이다. 흑색종은 다른 기관으로 쉽게 전이되는 경향이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며, 종종 혈기왕성한 사람들을 공격한다. 흰살결을 지닌 사람이 자외선에 노출되는 일은 악성흑색종을 일으킬수 있는 신체적 위험요인이다. 자외선차단제 순회행사를 통해,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자초하는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감정의 억압은 부적절한 자외선차단제 사용처럼 쉽게 고칠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악성흑색종은 감정억압과 암발병의 상관관계를 밝혀준 가장 설득력있는 몇몇 연구들의 주제였다. '그는 술만 마시면 사람들을 껴안고 싶어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폭력적인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화를 내거나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슬퍼하기만 했습니다. 부모님 두분이 모두 알코올 중독자 였습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무슨 일을 지시하면, 그건 반드시 해야 했습니다. 지미는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미는 독립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부모님께 상처가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셨지만, 우리에게 너무 집착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면 -의식을 벗어난 곳 어딘가에 감정을 격리시켜 놓으려고 애쓰기는 하지만 -몸의 각 시스템에 미치는 측정 가능한 영향과 함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흑색종과 연관하여 ‘C'형 성격, 다시 말해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서 가능성이 높은 성격적 특성 개념이 최초로 제안되었다. A형 성격 소유자는 화를 잘 내고 긴장해 있고, 조급하고 공격적이고 지배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여겨지며 심장병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B형 성격 소유자는 감정에 휘몰리지 않고, 감정을 통제불능상태로 폭발시키는 일 없이 느끼면서 표현할 수 있고, 절제력이 있고, 균형잡힌 사람이다. C형 성격 소유자는 지극히 협동적이고 인내심이 많고, 수동적이고 자기주장이 없고 순응적인..... 사람이라고 묘사된다. B형이 화, 두려움, 슬픔, 다른 감정들을 쉽게 표현하는데 반해 C형 성격소유자는 겉으로 강인해 보이고, 행복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발버등 치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특히, 화 감정을 억압하거나 억제한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어떻게 악성피부손상으로 바뀔까?  햇빛에 노출되지 않은채 신체부위에서 흑색종종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마도 호르몬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화를 극기하고 억압하는 요인,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는 요인.... 겉으로 봐서 성격좋고 착해 보이는 요인, 다른 사람에게 거슬릴 수 있는 반응을 억압하는 요인, 갈등을 회피하는 요인... 이런 대처방식과 관련있는 결(직)장암의 위험성은 식습관, 맥주음용 여부, 가족력 등 기존에 발견된 위험요인들과 무관했다.  스스로 고백한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불행 역시, 대장암 사례에서 흔했다. 우리는 이미 유방암, 흑색종, 전립선암, 백혈병, 림프종, 폐암 등의 질병들에서 비슷한 성격특성에 주목한 바 있다. 미래의 질병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심리생리학적 특성이 존재하는지를 학인하기 위해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예측연구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암을 진단받은 집단과 자살자 집단자 사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성이 있었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암환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심각하게 갈등유발 충동이 있고, 감정을 극기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는연구결과와 부합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흑색종은 단순히 한가지로만 원인으로 돌리는 일이 무익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흰살결 하나만으로는 이 암의 원인이 설명되지 않는다. 성격유형이 암을 발생시킨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특정한 성격적 특성이 생리적 스트레스를 더 쉽게 유발하면서 암의 위험성을 증가 시키기는 한다.  억압은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는 태도, 자신의 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은 자기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욕구가 무시되고, 친절을 베푸는 일이 악용되는 상황에 사람들을 빠뜨릴 가능성을 높인다. 그런 상황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 하든 안 하든 간에 당사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한 그런 상황이 오랜세월 동안 반복되고 중첩되면 항상성과 면역계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몸의 생리적 균형과 면역방어체계를 해침으로써 질병에 쉽게 걸리게 만들고, 저항력을 감소시키는 주체는 성격자체가 아니라 바로 스트레스다.

 

특정한 성격적 특성이 만성스트레스의 가능성을 증가 시킴으로서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 그런 특성을 지닌 사람의 공통점은 정서적 소통능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출하는 법에 대한 학습을 방해 받으면, 정서적 경험이 잠재적 피해를 입히는 생물학적 사건으로 뒤바뀐다. 사람들이 성장하는 방식은 그들의 몸과 심리관계를 형성한다. 아동기의 정서적 환경이 타고난 기질과 상호반응하여 성격적 특성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성격이라고 부르는 것중 많은 부분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단지 아동기에 습득한 대처 매커니즘 뿐이다. 환경과 무관하게 개인에 뿌리박혀 있는 타고난 천성과 생존을 위해 개발된 행동 패턴인 환경반응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타고난 지배성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배적인 성격에 존재하는 것은 깊은 불안뿐이다. 그런 사람은 많은 일들을 지배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그런 사람은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삶과 환경의 모든 양상들을 지배해야만 욕구충족이 보장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배충동은 타고난 특성이 아니라, 대처방식중 하나일 뿐이다.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위해나 학대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서 감지하는 불안, 화, 슬픔을 너무 두려워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 대처방식에 길들여진다. ‘ 제 어머니와 아버지는 본인들이 행복해 지기 위하여 저를 필요로 했습니다’라는 말은 수많은 사람들-어른이 되어 스트레스를 겪고, 우울증에 빠지고 신체적 질병에 걸리는 아이들-을 평생동안 억압 패턴에 빠지도록 훈련시키는 단순공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