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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나를 지켜내는 힘( 토마스

생각의 휴식

생각에서 벗어나 일시적으로 고요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생각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 지각하는 일이 그에 속할 것이다. 외부의 것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맡고 맛보는 것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세계안의 것들도 지각할 수 있다. 내면의 눈으로 사람과 대상을 보고, 내면의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이다. 기억하는 것 역시 생각에 속하며, 우리의 기억은 본 곳, 들은 것, 읽은 것, 느낀 것들로 구성된다. 주의를 돌리는 능력도 생각에 속한다. 우리는 외부세계에서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듣고 싶은 것들을 들을 수 있으며, 내면세계의 구성요소들도 결합시키고 연결시킬 수 있다. 결국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지각하는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좋은 것, 나쁜 것, 그저 그런 것, 혹은 유쾌한 것, 불쾌한 것, 중립적인 것, 따라서 견해를 만드는 것, 기억하는 것, 미래를 내다보는 것뿐만 아니라 지각하고, 주의를 돌리는 것도 우리 정신의 기능이라고볼 수 있다.

 

생각은 마치 제 마음대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또 어떤 생각들은 우리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듯하다. 정신적으로 놓아주고 붙잡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면 가장 먼저 접촉이 일어나고, 이것이 계속되면 연결이 일어난다. 주의를 흩트리지 않으면 내면에서 대상을 붙잡는 힘이 더 강해진다. 이러나 과정을 흔히 집중이라고 한다. 생각을 어떤 일에 머물고 하고 싶어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안될 때가 있다. 반대로 다른데로 주의를 돌리고 싶은데, 생각이 어딘가에 계속 붙들려 있을 때가 있다. 왜 그런걸까? 의식적으로 주의력을 조종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주제를 바꿀 필요가 있을 때는 주의를 다른데로 돌린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뜻하는 대로 주의를 집중시키거나, 대상을 바꿔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서투르다. 한가지 일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마음으로 그 일을 붙잡을 수도 있고, 거기서 관심을 돌려놓을 수도 있다.

 

생각 자체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불쾌한 지각, 안 좋은 기억, 미래에 대한 어두운 상상이 계속 반복될 때 신경이 녹초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저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지?“하는 상상을 자주 한다.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주제가 생기면, 우리는 계속 속으로 갑론을박하며 골똘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생각은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한다. 어떤 일이 이러저러하게 전개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강하게 몰두하면서, 우리는 부질없이 삶을 힘들게 만들곤 한다.  그런 순간에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과 바람, 요구를 일단 한번 놓아버리는 것이다. 주의를 돌려 다른 일에 신경을 쓰면, 몰두하던 주제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한 사고와 행동패턴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어떤 것을 즐겁게 생각하고, 그로 인해 기뻐할지 아니면, 거부하고 실망할지를 결정하는 주체 역시 자기자신이다. 행복은 생각하나 차이로 행복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고, 비극적인 이유는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로지 외부에서만 행복을 구하려 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 주변환경과 사건을 평가하는 일을 잠시 중단해 보라. 이렇게 하면 마음의 소용돌이는 한동안 잠잠해지고 세계와 갈등하며 살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마음에 들지않는 모든 것에 내적으로 저항하는 버릇이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버릇이 나쁘지는 않다. 우리 삶에 필요한 변화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주변세계에 맞서면서 마음의 전쟁을 벌인다면 내면의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런 태도는 평정심을 앗아간다. 우리는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쉬면 일이 정체되고  힘들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휴식은 꼭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주변을 돌아보고, 주어진 일들로부터거리를 취할수 있기 때문이다. 쉬고 나면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일에 다가갈 수 있다.  휴식을 방해하는 생각들, '일을 먼저 끝내야 해, 게으름은 악덕이야, 노력 없이는 무엇도 얻을 수 없어, 시간이 돈이야, 열심히 하는 거야, 일단 목표를 이루면 문제는 다 해결될거야...'

 

생각하는 능력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외적인 상황에서 놀라울 만큼 자유로워질수 있다. 이유를 붙이고 구실을 둘러대는 것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주 통상적인 핑계에 불과하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책임지는 데는 시간과 연습이 필요하다. 내적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사건들을 다르게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비관적으로 볼지, 낙관적으로 볼지, 평범한 것으로 볼지, 기분나쁜 것으로 볼지, 걱정스런 것으로 볼지, 믿음직스런 것으로 볼지는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다. 꿈과 환상에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붙어있을지 역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주의를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