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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 나를 지켜내는 힘( 토마스

나와 문제를 분리시키려면

문제를 한동안 내려놓는 것은, 문제를 부인하는 것과 문제에 사로잡혀 있는 것 중간에 있는 적절한 대안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정심을 가지고 문제를 대한다는 것은 문제를 허락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든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길수 있다. 해결책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 해결하는 순간만큼 좋지는 않겠지만, 우울한 순간에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나쁘지도 않다. 매시간 놓아주고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괴롭지 않을 것이다. 상황은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변하게 되어 있다. 어떤 일들은 더 빨리 변하고, 어떤 일들은 더 느리게 변한다.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든 일이 우리 생각대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된다. 불교교리의 핵심은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고, 끝없는 순환속에서 다시금 새롭게 생겨난다. 이런 덧없는 것에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겨나고 집착을 내려놓으면 괴로움은 다시금 사라진다. 변화 자체가 고苦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고를 초래한다. 어떤 바램에 안간힘을 다해 집착하는 마음이 바로 고통을 만든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 자주 화를 내고, 골머리를 썩힌다. 때로는 그들을 며칠, 몇주 혹은 몇십년씩 데리고 다닌다.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들을 그냥 내려놓지 못할까? 신경 쓸 일이 그뿐인 것도 아닌데. 

 

환경이 조용하면 생각을 쉬기가 더 쉽다. 하지만 주변이 고요하면 마음이 더 불안해진다는 사람도 많다. 외적고요가 불쾌하게 다가오는 것은 고요함이 낯설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장소 한가운데에서도 내면의 고요를 발견할 수도 있다. 현대사회는 어딜가나 시끄럽고 빠르게 돌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에도 고요하고 느리고, 성찰이 가능한 장소들이 있다. 대도시 지하철역도 늦은 밤에는 고요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풍긴다.  백화점도 오전 이른 시간에는 한적하고, 쾌적하다. 고요와 소음은 생각만큼 도식적으로 분배되어 있지 않다. 이들은 나란히 존재한다.  복잡한 대도시에서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 한가운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우리게도 텔레비전처럼 수신채널이 열가지나 된다. 다섯가지 (사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는 외부 세계를 감지하기 위한 것이고, 나머지 다섯가지(내면을 감지하기 위한 오감)는 내면세계를 감지하기 위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물의 형태와 색깔, 구조 등에 주목해 보라. 결코 모든 것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시각외 다른 모든 지각과 판단을 멈춰보자.

 

외부세계에 들리는 모든 소리에 주의를 집중해보자. 소리외 다른 모든 것은 그냥 스쳐 지나가게 하라. 신체를 통해 주변 촉감을 느껴보라.  정원에 피어있는 향기로운 꽃이 있다면, 후각에만 몸을 맡겨 보라. 음식을 먹을 때도 의식적으로 다양한 냄새에 주의를 기울여 보라. 이번에는 오직 미각에만 집중해 보라.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끄고 그 어떤 판단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맛을 느껴보는 것이다어떤 대상을 취해서 그것을 본 다음 눈을 감고, 그 어떤 해석도 명명도 하지 말고, 그 대상만 생각한다. 음악이나 동물의 울음소리, 자연의 소리를 떠올려 보라. 우리는 거의 쉼없이 자신과 이야기를 나눈다. 내면의 촉각에도 집중해 보고, 후각에도 집중해 보고, 미각에도 집중해 보라.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필요이상으로 불쾌한 것에 집중해 살아간다. 경험의 주체는 나 자신임을 명심해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엇인가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하게 몰입할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수천년전부터 효과가 입증된 휴식하는 방법은 자신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다. 오로지 들숨과 날숨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계속해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주의가 흩어지고 생각이 이리저리 뜀 뛴다. 매순간 무엇에 의식적으로 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행위를 칭찬하지도 비판하지도 말라. 판단하는 것은 우리 목표가 아니다. 편안하게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모든 일들을 내려놓을 수 있으며, 생각과 감정, 행동으로부터 거리를 수 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복잡하지 않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당신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을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당신에게 생각이 있다. 그러나 생각에 매여 있지 않다. 당신은 자유롭다. 생각은 단순히 주의를 기울이고 의식적으로 결정하는 일이다. 신경을 끄는 것은 주의력의 스위치를 전환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디론가 가는중이라면 길과 주변환경에 주목해보라.  주변을 둘러보고, 소리를 듣고, 날씨를 느껴 보는 것이다.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 중에도 생각은 전혀 다른 곳에 있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걸음을 제촉하며 길을 걸어가는 과정 자체를 누리지 않음으로써 현재를 놓쳐버린다.

 

지금하는 것을 하라!  바로 그것이 중요하다.  무의미한 과거 기억에 휩쓸리지 말고, 미래에 대한 터무니 없는 환상을 탐닉하지 마라.  단순하고 생동감있게 살아가며 늘 현재에 집중하라.  이것은 원래 선불교의 이상이다. 그저 순간순간 자신이 하는 일을 의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은 사람은 생각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말지 못한다.  주의는 이리저리 흩어지고 이 모든 일을 해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그럴 때는 일단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요하고 침착하게 하나씩 순서대로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