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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공부이다

오늘 하루 정말 후회없이 충실하게 보냈다고 느꼈던 때를 가만히 떠올려 보았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권의 책을 읽었던 날, 존경하던 선생의 강의를 듣던 날 등 공부에 빠져 완벽하게 몰입했을 때, 나는 충만한 행복감을 느꼈다.  학창시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즐겼다고 말할 수 없다. 삶에 대한 흥미를 잃고 떠돌던 무렵 책을 읽는 것은 위로 받고 싶어서이다.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만큼 고통과 실패가 있을 때, 나는 책을 읽으면서 서서히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점수를 위한 공부, 인정받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공부가 삶의 의지와 기쁨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 요즘 사람들은 일단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도통 공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즉각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부만 하지, 흥미를 느껴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나는 뭔가 즐기며 배우는 것을 '깊은 호흡'이라 생각한다. 몸이 신선한 산소를 받아들이며 새로운 활력을 심장에 불어넣듯이 '호흡이 깊은 공부'는 새로운 지식으로 마음의 세포를 재생시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다. 공부는 우리의 지식체계를 풍부하게 하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방황하지 않고, 인생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재수생으로 외롭게 살아갈 때 자존감을 다시 세워준 것도 공부였고, 미래가 막막하기만 했던 대학원 시절을 버티게 해준 것도 공부였다.  또 큰  병을 앓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할 때, 후회없이 인생을 사는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공부였다. 똑같이 실패를 겪어도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일도 사랑도 꿈도 마음처럼 이루어지지 않아 괴롭고 힘들다면,  하루하루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 호흡이 깊은 공부를 시작하길 바란다. 새로운 지혜를 얻었다는 기쁨을 만끽하자.

 

선생은 학생이 흥미를 잃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서 학생 못지않게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때로는 허탈하고 좌절감이 밀려와 이렇게 공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한동안은 쳐다보기 싫어서 공부했던 것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끝내지 못했던 공부를 객관적으로 다시 불 수 있게되자, 전에는 떠올릴 수 없었던 새로운 생각들이 하나씩 솟아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공부한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부는 마치 나무의 나이테 처럼 내안에 각인 되어 필요할 때, 전혀 새로운 형태로 다시 나타나 뜻밖의 성과를 가져다준다. 한두달 굳은 의지로 공부했는데 어쩐지 머릿속에 남는 것도 없는 것 같고,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성과도 없고, 보람도 없는 것 같아 흐지부지 포기해 버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시험도 없다. 공부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스스로의 공부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는 것이 진짜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의 목표와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동기부여가 쉽고,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혼란에 빠지는 일도 적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공부를 시키는 사람도, 학교도, 시험도 없다. 한마디로 어른이된 이후의 공부는 틀이 없고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공부법도 없다. 시험을 위한 공부만 했던 사람들에게 정해져있는 공부의 틀이 없다는 것이 무척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진정 필요로 하는 공부, 혹은 내가 인생을 사는 데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 줄 공부를 찾고, 유행이나 남들의 시선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나만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공부의 출발점인 것이다.  그래야 외부의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한계에 부딪혀도 금세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공부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과거에 공부를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원하는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공부한 것은 모두 어디 갔는가?  책을 건성으로 읽는 사람과 책이 나에게 어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 공부는 알게 모르게 내 생각과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며, 언제가 되든 반드시 놀라운 힘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다. 공부는 짧은 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잠깐 열심히 하는 것보다 조금씩 오래 하는 것이 낫다. 하루에 3시간씩 공부하겠다고 욕심내지 말고, 하루에 30분이라도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낫다. 그렇게 해야 지치지 않고 오래 공부할 수 있으며, 평생 공부를 수 있다. 공부 자체를 내 삶의 일부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하고 쉬고, 여가를 즐기는 것처럼 공부하는 시간이 내 일상이 되도록 균형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 다른 일 때문에 공부가 멀어지게 되는 일이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포기하지 않고 멀리 갈 것인가 이다. 공부를 잘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려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학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의 목표는 그런 의미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평생공부를 통해 혼란과 위기가 수시로 등장하는 인생에서 흔들리지 않을 내공을 갖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