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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공부를 즐기면 인생이 바뀐다.

세븐&아이홀딩스의 회장 스즈키 도시후미는 경영을 할 때 늘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여 그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고, 오류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과학적 사고법을 적용 했음을 밝혔다. 그는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책에 나와 있는 마케팅 이론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마케팅 노하우를 가지고, 철저한 실험을 통해 주관적인 경험을 객관적인 수치로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그가 최고 기업의 회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사고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만약 당신이 가진 도구가 망치 하나뿐이라면 당신은 모든 문제를 못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공부를 통해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 새로운 사고법을 익히게 된다면, 내가 쓸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러개의 생각의 틀을 가지고 있다면 하나만 가지고 있을 때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창의적인 해결법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문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과학쪽으로 고객를 돌리지 않았다면, 그 만큼 큰 손해는 없다. 우리 인류가 오랜 시간 쌓아온 지식유산들,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후에 발전한 근대과학의 모든 성과와 과학적 사고법의 강점을 하나도 활용하지 못하고, 반쪽짜리 생각만 하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선택한 셈이니 말이다. 

 

 

혹시 머리가 복잡하면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풀면서 고민을 잊는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나 역시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잠시 바흐의 음악을 듣는다. 음악 그 자체에 몸과 마음을 맡기며 쉰다는 느낌도 있지만, 곡을  분석하며 듣다보면 지금이 복잡한 현실, 내 머릿속의 엉킨 문제와는 멀리 동떨어진 세계에 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내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들이 잠시 멀어지고 평안함이 찾아온다. 한동안 음악에 빠져 머리를 비우고 나면, 차분함을 되찾게 되고 객관적인 눈으로 문제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문제를 다시 보면, 내가 문제속에 빠져 있을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의외로 쉽게 답을 찾기도 한다.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일정한 생각의 틀안에 갇힌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너무 지쳐서 에너지가 고갈되어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가 없다. 그럴 때는 차라리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와 전혀 상관없는 공부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공부를 하는 것이 낫다. 철학, 역사, 예술 등 다른 종류의 공부를 하다보면, 내 머릿속의 문제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고, 다시 여유와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 얼 소리스는 빈곤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해 죄수들을 인터뷰했다. 얼 쇼리스는 노숙자, 매춘부, 범죄자와 같은 사람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었다. 왜 마약을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한 수강생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공부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비참하고 절망스러운 처지를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지금의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해 자신의 삶을 멋대로 방치했던 사람들이 공부를 통해 인간답게 사는 법, 더 나은 삶을 고민하게 되었다. 공부에는 나 자신을 긍정하고 인생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 주는 힘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으며,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자신감과 성취감을 가져다주고, 그만큼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한다. 공부 스트레스로 죽고 싶다고 이야하는 아이가 있다면 푹 쉬게 해주고, 자기가 진짜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게 두면 된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상태는 동일하지만 차차 공부하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알게 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다는 의욕과 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솟게 하고,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성취감과 희열을 준다. 누구나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잘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인간의 삶이 평등하지 않다. 그럼에도 공부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더 행복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평생 공부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앞으로 내가 공부할 날이 많이 남아 있으니 내가 평생 공부를 계속해 나간다면, 미래의 내 모습도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공부로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방향으로든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한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 변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공자는 스스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무엇을 배울 때는 온 마음을 다해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배움이 즐거워서 모든 근심 걱정도 잊어버린다. 그뿐인가 나이가 들어서 늙음이 찾아오는 것 조차 알지 못할 정도이다. 공자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공부하지 않았다. 오직 무언가를 배움으로써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에만 집중했다. 공자는 자신을 성장하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배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서나 어떤 사람에게나 어떤 학문이나 배울 것이 있을테니 공부의 대상을 한정지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다움을 일깨워 주는 공자의 공부는 사람이 지켜야 할 가치가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공부의 목표가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공자는 배움으로써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진 능력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구든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욕심에 눈이 어두워져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되고, 자기 중심적으로만 생각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게 되며, 진심을 따르기보다 남들이 다 하는 대로 허례허식에 집착하게된다. 공자는 이를 경계했다. 인생의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평생동안 인격을 수양하고,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공부이고, 결국 삶을 산다는 것은 공부하는 그 자체인 것이다. 

 

공자는 단지 나 혼자만 도덕과 예를 지키며,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오도록 노력하는 것도 공부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인격을 성숙시키는 것에서 시작하는 공부는 군자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이어지고 결국은 어떻게 정치를 펼칠 것인가, 어떻게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인가로 이어진다. 공자는 어차피 바꿀수 없는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나의 성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잘 사는 세상,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이 군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외면하지는 않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일찍부터 돈과 경쟁에 노출되었던 어린 세대일수록 생명, 존중, 정의, 정직함 같은 가치가 왜 중요한지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면에 올바른 가치관을 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