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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공부로 인생의 내공을 키워라

인생이란 '준비, 땅!' 하면 모든 사람이 일제히 뛰기 시작해서 정해진 거리를 뛰는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반드시 뛰어야 할 정해진 거리나 목표같은 것은 없는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자기만의 인생목표를 정해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였다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결승점을 1등으로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결승점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고 거기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무엇을 하든 그 과정 동안 성실하게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후회가 없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의 기준에 못미치더라도 내가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여유도 생겼다. 인생관이 바뀐 이후로 무언가에 스트레스 받고 초조하게 생각하는 자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가? 돈 외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진정으로 기쁜가? 매일 바쁘게 살다보면 일상의 리듬에 취해 자기자신을 돌아보기 쉽지 않다. 큰 병을 앓거나 죽음앞에 서면 그때서야 익숙했던 인생과 일상이 갑자기 낯설게 보인다. 낯설게 보기를 가능하게 하는 인생의 큰 사건들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에 충격을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낯설게 보기'가 아무때나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도 모르게 허투루 써 버리고, 엉뚱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가 나중에야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삶을 살지 못했다며, 후회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을 낯설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공부'라고 한다. 공부는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져 낯설게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꿈꾸는 현실에 충실함으로써 행복해지는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공부는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이다갈수록 과열되는 경쟁속에서 오로지 취업을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준비를 했던 학생들. 대학 때 부터 토익을 공부하고, 학교성적을 관리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을 다니며 공부에 열중했다. 당장 눈앞의 시험과 취업만 보며 살았기 때문에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고민을 할 틈이 없었고,  오로지 취업해서 돈만 벌면, 그 이후는 큰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취업에 성공하고 직장생활 2-3년 만에 갑작스러운 혼란과 허무를 느낀다. 매일 이렇게 똑같은 날이 반복될거라는 생각에 의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언젠가 낙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불안해 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의 힘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하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지금까지 하는 공부는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하는 공부, 이런 공부는 인생의 호흡을 얕게 하는 공부이다. 이 공부는 한계가 있다. 자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일시적인 만족감과 가시적인 성과는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생각의 힘을 키워주고 세상을 꿰뚫어 보는 나만의 안목을 갖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란 문학, 철학, 사학, 물리학, 수학, 음악, 미술 등 순수학문을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학문을 업으로 삼는 연구자나 교수 같은 사람들처럼 많은 시간을 들여 깊이 있게 공부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공부의 수준과 목표는 각자 자유롭게 정해도 되고, 단지 교양을 쌓는 정도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그 자체가 목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 공부들은 우리의 지식체계를 풍요롭게 해주고 생각하는 법을 길러주며, 더 나아가서는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까지 고민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호흡이 깊어지는 공부는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내공이 쌓이고,  목적과 의미를 찾는 것 조차 어려웠던 인생을 스스로 헤쳐 나갈 힘이 붙는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철학적으로 깊이 사고하는 것에 대한 갈증과 동경이 마음 깊은 곳에 내재 되어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