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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남녀관계

딜레마란 진퇴양난의 상황, 양자간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 궁지 등을 의미한다. 나르시시즘을 앓는 여성들의 대인관계가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는 허다하다.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쪽을 택하면 상대방이 나를 집어삼킬까봐 두렵고, 거리를 두는 쪽을 택하면 고독과 우울증이 엄습한다. 자기애에 빠진 여성들이 남녀관계에서 겪는 또 한가지 딜레마는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는 자신감 있고, 당당하던 자신이 남자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의존적이 된다는 것이다. 독립적 존재로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욕구나 자기만의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사소한 비판이라도 하면 금세 마음의 상처를 입고 혼자만의 세계로 침잠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단점찾기에 열중한다.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은 혼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독립심을 발휘한다. 혼자 남았을 때는 자주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지만, 사귀는 남자가 있을 때는 그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집착하며 공생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강한 자아를 과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남녀 관계에 있어서는 어찌된 일인지 독립심이 발동되지 않는다. 관계가 시직된 시점에서 여자는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자기만의 세계와 그 사람 세계사이에는 구분이 존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생적 융합에 대한 갈망을 더 이상 누르지 못한다. 자신이 이성적으로 여기는 파트너와의 완벽한 융합을 갈망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남자를 자신의 전유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다 헤어지고 나면 이제 비판할 차례이다.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능력이 없는, 아주 형편없는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그러다가 다시 그 남자가 보고싶고 그리워지면, 자신이 지닌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실제로 여자는 남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자기밖에 없다고 믿는다. 드디어 남자의 마음이 돌아오면 모든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여자가 또다시 남자와의 완전한 융합을 요구하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여자는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는다.남자가 언젠가 자기곁을 떠날 것이라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두려워한다. 남자가 이제 진정한 파트너가 디겠다고 자세를 갖추는 순간, 여자는 남자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그 뒤에는 가까움과 친밀함과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있고, 의무에 대한 부담이나 남자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숨어있다. 다시 남은 것은 자신에게 맞는 이상적인 파트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유부남이나 짝이 있는 남자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의존적 공생관계는 자기 눈에 이상적으로 보이는 파트너와의 융합, 자기와 같은 생각, 같은 의지, 같은 감정을 지닌 비슷한 파트너를 찾아헤매는 행위, 끊임없는 관심을 바라는 마음 등을 특징으로 한다. 공생관계를 바라는 마음속에는 자신 및 상대방을 미화하는 마음이 포함되어있다. 여성은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여성이라 생각하고, 어린시절 공주대접을 받았던 기억을 간직한 채 자기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다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 상대방 남자도 멋진 사람이다. 여자의 생각속에서 남자는 오로지 여자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존재, 여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 뿐이다. 여자는 남자의 부정적인 면은 외면하고 부인한다. 여자가 자신을 남자에게 맞추는 목적은 뭔가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 무언가가 바로 남자의 관심과 사랑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여자쪽에서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에 비해 주어지는 대가가 너무 미미하다는 불만이 싹튼다. 그런데 남자가 물러나지 않고 가까워지면 여자는 자기세계를 상실할 것을 두려워한다. 거리를 두는 방식은 잦은 다툼이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 분노나 증오심 표출, 거부나 비하 등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여자의 목표는 지나친 친밀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남자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거리를 두려는 여자의 마음속에는 완벽한 사람이었던 남자는 서서히 매력을 잃고, 할줄 아는 일이라고는 도무지 없는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남자와의 관계는 권력다툼의 연속일 뿐이다. 여자는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려 든다. 남자가 자기와 의견이 다른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런 식의 기싸움을 통해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남자에게 과시하고, 자기가 의존적이지 않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도 증명한다. 문제는 이 여성이 건전한 의존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여자는 양보를 하면 자기 의견이 죽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남자와 거리를 두면 처음에는 마음이 홀가분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홀로 방치되었다는 절망감이 엄습한다. 확고한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지되는 관계는 위태로운 관계이다. 일대일 대인관계의 상대방이 여자친구나 동료일 때는 안정적인 관계가 조금 더 잘 유지된다. 남녀관계에서 만큼 확연한 분리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불안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상대방을 위해 무조건 자기희생을 하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독립성과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상담자들은 상대방을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받아들지 못한다남자가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를 강화해주기를 원해서다. 어떤 상대를 만나건 간에 자기애적 인격장애에 빠진 여성들은 늘 남녀관계 문제를 겪는다. 문제의 원인이 자기자신, 자신의 두려움, 자신의 욕구에 뿌리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들은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를 파트너로 고른다. 긍정적 자아상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을 드높여 줄 수 있는 이상적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계는 애초부터 불평등하게 시작된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잊기 위해 일부러 소외된 계층을 파트너로 고르고, 늘 강자의 입장에 서기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