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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나르시시즘의 극복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열린마음,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줄 아는 마음, 풍부한 감수성 등으로 구성된다. 기분이 좋을 때 혹은 사랑에 빠졌을 때면, 여자들은 예뻐진다. 내적인 충족감이 외부로 긍정적으로 발산되기 때문이다. 거짓자아는 표면적 아름다움에 집중한다밑바닥이란 말은 원래 AA(Alcoholics An mous, 알콜 의존적 환자)프로그램에서 유래된 말로 환자들이 더 이상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지점을 가리킨다. 즉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런데 비단 중독자들만 밑바닥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플래밍이 말했듯, 그냥 그대로 살아갈 이유가 훨씬 더 많고 변화를 시도해야 할 이유는 한가지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한가지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잘못된 수단을 선택한다. 진작 필요한 것은 이제부터 새로운 길을 걷겠다는 진지한 결심이지만, 그 결심 대신에 중독에 빠지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누구나 더 이상 참지 못할 때가 되어야 마음을 다잡고 그릇된 습관을 버리게 된다.

 

AA프로그램에서 제안하는 열두단계의 첫걸음은 극복이다. 우리는 위대한 힘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밑바닥을 체험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을 한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삶에 반드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다. 뭔가를 버려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포기는 절실한 상황이 되었을 때 내적인 절망이 극에 달했을 때 실천에 옮기게 된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친구, 자신의 본모습을 안심하고 보여줘도 되는 친구가 있다면 커다란 도움이 된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지닌 이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행동양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존재한다. 자기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첫걸음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는 것이다.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방법은 매우 다양하고, 그중 어떤 것도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여성들은 파트너를 통해 치유를 받고자 하는 바람을 지니고 있고, 이 때문에 파트너를 더더욱 갈망한다. 보몬트는 갈망이라는 감정을 퇴행적 갈망과 건강한 갈망으로 구분했다. 퇴행적 갈망속에는 융합을 바라는 마음, 훌륭한 어머니를 찾는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 반면에 건강한 갈망은 영혼의 표출, 영적 발달, 사랑을 향한 갈망이다. 소모적 갈망은 파트너와의 완전한 융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결코 충족될 수 없다. 의존적 융합갈망만 양산할 뿐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없다. 각자의 영역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만족스런 관계는 불가능하다. 자아를 찾으려면 지금까지 누리지 못했던 부분을 누리고, 미처 표출하지 못했던 욕구를 표출하는 작업이 우선 되어야 한다. 심리치료의 목적은 건설적인 대인관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방법, 신뢰를 구축하는 방법, 자아를 발견하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담치료는 자신의 감정을 발산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다. 상담치료사는 보조자아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환자가 기댈 수 있는 지점이 되어 주고, 신뢰를 심어주고 지원함으로써 환자가 안정적으로 자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환자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지닌 평범한 인간으로 인식해야 하고, 환자에게도 그러한 시각을 심어주어야 한다. 무의미한 일이나 중독행위로 삶을 이어가는 여성들의 경우 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 스트레스 상황, 부담을 느끼는 상황, 분리상황, 상대방이 가까이 있는 상황 등에서 근거 없는 두려움을 느낀다. 유기불안을 극복한다는 말은 무조건적으로 사랑받고 늘 관계의 중심에 서고 싶어하는 비현실적이고, 유치한 욕구를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고통을 유발한다. 버림받은 느낌, 홀로 남겨진 느낌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조금씩 사라지고 내적인 안정감이 자리 잡는다. 공생관계에 대한 갈망을버림으로써 지금까지는 몰랐던 감정,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눈을 뜬다. 그리고 실패를 통해 안정적 자아를 구축해야 한다. 상대방이 한계를 그을 때 대치법을 모르고 금지 조치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은 가벼운 거부에도 의외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받을 수 있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태도를 변화시키려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성,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남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기보다 자신의 개성을 인정받고 그로인해 사랑받고 싶다면 그러한 감정들을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이 진정한 자아를 강화해 주기 때문이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겪는 이들은 자신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진정한 만족을 모른다. 이들은 휴식과안정을 위기로 간주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존재의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매일 하는 일들의 가치를 간과한다. 오로지 사회적 성공과 걸출한 업적, 좀 더 높은 목표의 달성을 통해서만 희열을 느낀다. 열심히 일하고 사회적 성공을 맛보는 동안에는 존재의 합당성이 증명된다. 그러다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존재의 가치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