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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아빠, 엄마, 딸, 섭식장애

'3자결혼'은 셀비니 팔라졸리가 거식증 환자가족의 동맹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시용한 개념이다. 3자결혼에 있어서 딸은 하나로 연결된 부모와 경계를 두는 존재가 아니라, 부부의 일부가 된다. 다시말해 어머니뿐만 아니라 딸도 아버지의 파트너가 된다. 딸은 원칙적으로 자기와 상관없는 부모 문제에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다. 갈등을 겪는 부부사이에서 딸이 누구의 편을 들든 간에 거부당할 수 밖에 없고, 부모의 모순을 몸소 체험할 수 밖에 없다. 딸에게 있어서 어머니가 유일한 피난처인 때가 많기 때문이다. 모녀관계는 누구도 떼어낼 없을 만큼 서로 강하게 엮여 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서로 피하려는 관계이다.  겉으로는 서로가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벗어나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에 대해 두려워 하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다.

 

아버지는 활기, 탐구, 진보를 대변하는 사람이요, 자녀의 독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딸에게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부정적 경험을 상쇄해 줄 수 있는 존재다. 세대간의 경계를 구분짓는 일은 어른의 몫이지 아이의 몫이 아니다.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제3자와 함께 하는데, 그 제3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녀의 삶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또 어떤 여성들은 아버지에 집착하고 의존한다. 아버지에 대한 집착 때문에 남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의 성적 문제는 한마디로 성녀와 창녀 사이의 갈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도덕과 성욕을 모순 되는 무언가로 생각하고 둘을 조화 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성은 나쁘고 더러운 것, 멀리해야 하는 것으로 보는 엄한 교육 때문이다. 여성의 문제는 극과 극을 오간다는 것이다. 성에 대한 관심도, 욕구도 전혀 없는 성녀가 되거나,아니면 창녀가 되거나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어머니의 자기애적 착취는 자식에게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되어주는 한 네게 필요한 것을 모두 주겠다는 생각이다. 사춘기란 자기자신에 몰입하는 시기요,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시기, 즉 소녀에서 여성으로 발전하는 시기이다. 진실을 말하는 편이 차라리 덜 고통스러울 만큼, 큰 고통을 당한 뒤에야 완고한 초자아를 버리고 진실을 말한다. 나는 이를 '나르시시즘의 무장해제'라고 부른다. 즉 비인간적인 모습인 거짓 자아를 더 이상 따르지 않는 것, 자신의 실수를 인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나르시시즘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다. 자기애적 인격장애를 치유하는 길은 진정한 삶을 방해하는 지나친 완벽주의와 도덕심을 버리고, 자신의 감정과 진정한 욕구에 충실하는 것이다. 성폭행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기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착각한다. 자신 스스로를 용서하고 자기내면의 갈망과 충동을 자기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자신도 욕구를 충분히 누리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을 더럽고 악한 것으로 보는데, 이러한 시각은 성욕의 본거지인 몸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용된다.

 

자기애적 인격형성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건 가족,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이다. 1926년 매력적 으로 여겨졌던 것은 지금은 통통한 것으로 간주되던 여성들이었다. 현대로 오면서 여성들의 평균 신장이 늘어나고 식습관과 다이어트 덕택에 날씬해졌다. 미의기준에 따라 여성들은 앞다투어 살을 빼고 있다. 살찌는 것과 전혀 관계없는 신체적 증상이나 욕구를 비만과 연계시킨다. 많은 여성들은 배불리 먹으면 살이 찌고, 배가 고파야 날씬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복감이나 포만감은 생물학적 신호로서 결핍상태나 만족상태를 나타내는 도구일 뿐, 섭취한 양분의 소비 과정과는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이런 식의 덫을 놓으며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사고방식을 조장한다. 날씬한 몸매는 매력과 인기, 성공, 활력, 건강을 상징하고, 뚱뚱한 몸매는 의지박약, 무절제, 소외, 고독을 상징한다. 그러나 뚱뚱한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호탕하며, 편안하다는 여러가지 장점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 장점들은 요즘과 같은 성과주의 사회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뚱뚱한 사람들은 말하자면 속죄양이 되어 우리 사회가 지닌 모든 부정적 단면들을 떠안은 사람들로 치부되고 그렇게 때문에 기피대상으로 여겨진다.

 

식사장애나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관념은 부족한게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병리현상이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고통일 뿐아니라, 왜곡된 사회발전에 따른 질병이라는 것이다. 자신감을 외적인 것에서 찾는 태도는 불안정해서 쉽게 흔들린다. 타인의 인정 등 외부적 자극을 통해 자존감을 획득하려는 경향이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외부적 자극을 자기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 중심이 자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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