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붉은 별 중국(1)

스코틀랜드 지리학자 맥킨더는 역사의 지리적 전환점이라는 제목으로 강연 했는데, 영국이 해군력에 힘입어 초강대국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이 세계 지배권에 도전하여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구문명에서는 초기 이집트에서 크레타로 그리고 그리스, 로마로, 결국에는 서유럽에 이르기까지 위도의 사다리를 타고 점점 위로 올라가면서 지배세력의 승계가 이어졌다.북아프리카의 이집트에서 알렉산드로스의 그리스와 페르시아로 다음에는 로마와 지중해 제국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서유럽과 전세계의 식민지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지배세력의 승계를 경도의 방향으로 진행하기 시작한다. 우선 섬나라인 영국은 세계 최초의 해군 강대국이었다. 독일은 두차례의 큰 전쟁을 일으켰으며 그 중 두 번째는 세계정복을 꿈꾸었다. 다음으로 러시아가 일어났고, 심장지대인 유라시아 대륙의 세력이 절정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지금은 유라시아의 서쪽 주변지대에서 시작된 순환이 마침내 동쪽에 다다를 시기인가? 

 

지난 25년간 중국의 도약으로 그 경제적 잠재력이 풀려나자, 인류 역사상 가장 단기간의 국지적 변화가 이루어졌다. 환태평양은 급속하게 진행되는 부흥, 혁신, 개혁, 현대화를 가리키는 줄임말이 되었다. 광저우에서 다렌까지 중국의 해안지역 전체는 거대한 건설 현장으로 바뀌었다.  중국 경제성장의 피할수 없는 부작용은 에너지 공급이 제한되고, 불안정한 시기에 자원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국내에서 나는 자원만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오늘날 중국은 석유를 수입해야 하며, 그 수입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수요는 전 세계의 에너지 교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의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 대부분은 장거리 유조선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데, 최근 해외자원이 존재하는 지역의 정치적 불안과 테러 위협으로 공급선이 와해될 위험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유전의 공급선에 접근하는 것은 일본의 경제적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재생 불가능한 지구 자원의 거대 소비자로서 출현하여 날로 성장해 가고 있으며, 아직까지 세계 최대 자원 소비국인 미국 또한 국내 매장량에 한계가 있다.  이 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두 나라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미칠 것이다.

 

현대 중국의 인구는 13억명이상으로 전체 인류의 5부의1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는 지금도 매년 900만명씩을 세계인구에 보태고 있다.  중국 인구의 95%는 전체 영토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동부 지방에 집중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중부의 황허와 양쯔강, 북부의 랴오허강과 쑹화강, 남부의 시장강과 중장강 등 대규모 하천분지의 비옥한 농경지에서 발원했다. 태평양 연안지역을 따라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까지도 수적으로 보았을 때 중국은 아직 농촌위주의 사회이다. 중국의 태평양 연안지역은 급속히 도시화 하고 있으며, 그 내부의 도시들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중국으로 부가 집중되고 있지만 농촌지역은 아직도 빈곤이 지배하고 있으며, 그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새로 솟은 마천루의 그늘진 곳에 농촌마을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몰려든 수백만의 예비 노동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우글대기 시작하자, 중국 정부는 이주를 막아 흐름을 되돌려 놓으려고 애쓰고 있다.

 

시골농민들은 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된 채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 상황을 개선하고 수입 격차를 줄이며, 농촌 주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부여하는 과제는 중국의 국제적 위치가 신장될수록 국내에서 직면할 가장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실패한다면, 나라 전체의 계획이 위험에 빠질 것이다. 중국 수도와 멀지 않은 황허와 웨이허강이 합류하는 지점은 유라시아의 반대편 끝에서 로마제국이 융성하고 있던 당시에 시안은 바로 중국의 로마였고, 실크로드가 무역으로 번창했다. 1949년 10월1일 베이징에서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을 선포하였다.  공산주의 정권은 우선 땅을 가지지 못한 수백만 농노들의 운명을 바로잡고자 했다. 웅대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를 가졌음에도 그때까지 중국은 농촌지방에서 홍수, 기근, 질병으로 주민 전체가 죽어나가도 중앙정부에서 아무런 지원도 오지 않았으며, 지역 유지들이 아무 제재 없이 주민들을 억압할 수 있고, 아이들을 내다 팔고, 신부를 돈을 주고 사오는 그런 나라였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마오는 국민 전체를 동원하였다. 부자는 물론 소규모 자작농까지 토지를 빼앗겼다. 농장은 집단화 되었으며, 수천 명의 인력이 맨손으로 댐과 제방을 지었다. 식량 배급은 사정이 나아졌고, 공공보건이 개선 되었으며, 아동 노동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과정에서 중국의 공산주의 계획가들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1958년에 대약진운동이 시작되었는데,  농민들은 군대와 유사한 공동조직으로 재편성하여 농업 생산성의 증대와 지역의 산업화를 결합시키려는 운동이었다. 농민들은 강제로 집단 마을에 수용되었고 가족들은 산산히 찢어졌으며, 오랜 역사를 이어온 농촌생활의 리듬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1970년대 중국의 인구 증가율은 3%까지 이르렀고 공식통계를 믿을 수는 없지만, 매년 세계 인구에 2000만명씩을 새로 보태며 인구가 10억에 육박하였다. 지금은 한 자녀 가족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년 9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