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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지리학 (하름 데 블레이, 유

범위가 확대되는 테러리즘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례의 경우 폭력은 국가정책의 부산물이다. IRA는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지배에 맞서 싸웠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을 침략자, 점령자로 경원하며, 그에 맞서 싸우고 있다.  프랑스의 코르시카인, 스페인의 바스크인,  스리랑카의 타밀인, 러시아의 체첸인, 중국의 위구르인,  이들 모두 자신들은 지배하는 국가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다. 이런 행동가들이 원하는 것은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지배적인 테러 형태로 떠오른 이슬람테러리즘은 이런 지리적 분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초까지도 이들 집단을 조율하는 전지구적 조직망은 부재했다. 그러나 환경은 진화하고 있다. 테러리즘은 해당 지역의 경찰력으로 다룰 수 있는 국지적인 범죄문제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파키스탄의 수많은 종교학교 마드리사는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갈라져 나와 이슬람 국가가 된 뒤부터 조직망이 민족적 삶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마드리사는 세금후원을 받고 숙식을 제공하며, 종교교육을 시킨다. 1980년대해도 오사마 빈라덴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을 몰아낸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기 돈은 물론 사우디 왕실과 종교 기부자들에게서 받은 돈을 가지고 군사행동을 펼쳤고, 그 과정에서 그의 명성과 군자금은 점점 커졌다. 마지막 소련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을 철수하기 전인1988년 그와 동료들은 알카에다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소련이 철수하자 그는 사우디로 돌아왔다.  1991년 걸프전때 미국 군대를 사우디 땅에 들여놓았다는 이유로 사우디정부를 맹비난 했다.  사우디에서 추방된 그는 수단으로 망명하여 세계적 규모가 된 자신의 금융거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여러 합법적인 사업체를 설립하였고, 테러리스트훈련 캠프도 설치했다.

 

그러나 1996년 빈라덴은 다시 수단 정권에서 추방 압력을 받고, 그의 집단은 본부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겼다.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왔을 무렵, 파키스탄 종교 학교에서 배출된 텔레반(학생이라는 뜻)이 주도하고, 그들을 광신자로 바꾸어 놓은 울레마(선생이라는 뜻)가 이끄는 아프간지하드가 목하 진행중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무자헤딘 군벌들이 통치하는 수십개의 영지로 분열되었다. 허울 좋은 카불 정부는 거의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가장 큰 종족집단 파슈툰족 근거지는 안정된 외곽을 갖추고 있었다.  파슈툰족 텔레반이 남부 칸다하르지역 통제권을 장악했을 때 주민들은 상당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운 엄격한 규율을 주민에게 부과했다. 여성들은 부르카를 입어야 하고, 취업이 금지 되었다. 텔레비전, 라디오, 음악 등의 여흥이 금지 되었고, 음주자는 공개 채찍형, 절도자에게는 양손절단 등이 집행되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분절되어 있는데 이것이 문화적 지리적 특성이기도 하다. 수니파 파슈툰족이 전체 인구 40%를 이루며, 중앙정부와 수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힌두쿠시산맥 너머 북부 에는 타지크 족과 우즈베크 족이 살고 있다. 이웃나라에 역시 같은 종족을 가진 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힌두쿠시산맥이 낮아지는 서부지역에 시아파인 하자리족이 살고 있다. 남부 사막지역에 사는 발루치족에게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국가 개념이 없다. 아프가니스탄은 주요 몇가지 통계기준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유아 사망률, 기대수명, 수입, 교육, 의료시설, 영양상태에서 처참한 수준이다. 전체 인구의 5분의 4를 차지하는 농촌주민들은 불안정한 식량작물이나 양귀비 재배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나열 된 37개의 테러조직중 23개는 이슬람 조직이다. 나머지 조직들과 이슬람 조직망의 차이는 목적이 특정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어 국제적인 수준의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의 연대기를 보면, 서구가 이슬람과 무슬림에게 저지른 일은 유럽 노예상인들이 아프리카인들에게, 미국인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벨기에인이 콩고인에게, 독일인이 유대인에게, 저지른 일과 비교했을 때 더 무시무시할 것도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은 브라질에서 자살테러를 수행하지 않았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미국 도시를 폭파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인들은 독일 통근 열차에 폭탄을 설치하지 않았다.  만약 세상 모두가 묵은 역사적 원한을 풀려고 한다면, 이 지구상은 더 이상 살만한 장소가 아닐 것이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교의와 이성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가를 드러낸다. 따라서 이슬람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테러 행위에 대해 혐오나 거부를 표현하는 데는 그 어떤 온건한 무슬림도 감당할 수 없으며,  위험이 따른다. 문명간 전쟁의 3분의 2에서 4분의 3은 무슬림과 비무슬림 문명권 사이에서 벌어졌다.

 

종교개혁 이후 몇 백년간에 걸쳐 기독교들도 분파의 차이를 조정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헌법을 통해 교회와 국가를 분리하는 법을, 시민에게 종교를 선택할 자유뿐만 아니라,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는 법을 배웠다. 미국의 정치/ 종교 지도에서 기독교 근본주의가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폭력적인 측면은 없다. 이슬람에는 자체적인 종교개혁이, 이슬람세계에는 현재의 문화에 만연한 좌절과 분노를 없애줄 계몽운동이 필요하며, 이슬람 세계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은 기독교처럼 위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으며, 가장 멀리 떨어진 벽지에 있는 신도들까지 통제할 수 있는 포고령을 내릴 교황과 주교가 없다. 2005년 현재 유럽에 거주하는 무슬림 수는 전체 주민의 5%인 약 3000만명이며, 서유럽만 따져도 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독일에 있는 약 400만의 무슬림 대다수는 터키에서 온 쿠르드인이다. 무슬림인들이 유럽으로 들어오고, 원주민은 정체되거나 줄어든다. 문화규범은 무슬림 전통과 잘맞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실업율이 높은 국가에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청년들은 소규모 마약조직이나 범죄에 연루되었다가 경찰에 시달리고, 결국 종교에서 위안과 확신을 찾게된다. 그들은 때로 자신들의 맹렬한 설교를 살행에 옮길 행동대원을 찾는 급진적 무슬림 성직자의 교사에 빠지기도 한다. 대다수 젊은 무슬림들이 급진화 하고 있으며, 일부는 테러세포조직으로 이끌려 간다.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인도 인구 14%가 무슬림인이며,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적 소수자 집단을 이루고 있다. 인도가 괄목할만한 성공을 거둔 한가지 원인은 빠르게 성장하는 무슬림 집단에서 젊은층 인구의 비중이 높은데 있다. 젊은 무슬림청년들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인도 경제속에서 자신의 기회를 찾고 현대의 실제적 현실에 자신의 종교생활에 맞추어 적응해 나간다. 유럽에서 이민자 자녀들이 장차 자신의 신앙을 현대사회에 적응시킴으로써, 새로운 이슬람이 근본주의 보다는 용주의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유럽 전체 이슬람의 주류를 이루는 수천의 모스크 중에서 투사 조직망에 속한 소수에 불과하며,  이는 극단주의적 활동가들의 인력시장  또한 소규모라는 뜻이다. 문화적 동화를 통해서 유럽 이슬람은 조만간 보다 자유로운 모습을 띠게 될 것이고, 나아가 전통에 묶여 있는 이슬람의 중심지에까지 침투해 들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른다.

 

테러가 성공을 거두었을 경우 이는 전체 사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중요한 경제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9.11테러를 단순 사고처럼 취급하고 서비스를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이는 테러행위에 수반 되는 심리전에서 강한 억지력이자 반격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빠르게 정상상태로 회복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자주 직면하는 자살 테러에 대응하는 요령중 하나이기도 하다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주로 번식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첫째 제 기능을 못하거나 실패한 국가는 테러리스트가 침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질서를 틈타 테러 세포가 정부 권력을 추월하여 조직 및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소말리아 또한 상당히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실패한 국가이다. 둘째로 테러리스트들은 혼란스러운 대규모 도시를 선호한다. 도시간 전화 메시지를 감청하고 송금을 추적하는 일은 가장 효과적인 대테러 전략이지만.  도시 규모가 크고 비공식적 일수록 이 일은 어려워진다.  세번째로 테러리스트들은 조직망을 가동하거나 공격을 모의하는 동안 지역주민들과 뒤섞일 수 있는 거칠고 외딴 벽지의 환경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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