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울고 젖먹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아기, 하지만 어느 순간 아기는 혼자 힘으로 뒤집고 기기를 시작하며, 걷고 말하고 타고난 기질과 능력을 발휘한다. 이 책은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생명을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가'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아기 혼자 힘으로 세상을 탐색할 수 있는 천부적인 학습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지, 엄마의 양육태도는 아기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며 둘 사이의 애착관계는 아기 성장발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한 아기는 언어습득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을 가지고 태어나는지 아기들은 어떻게 각기 다른 성격, 다른 기질을 보이는지에 대한 내용을 분석적으로 담고 있다. 그리고 아기라는 존재가 얼마나 신비로운 생명체인지 얼마나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인지, 또 그를 통해 인간은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를 깨닫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들어 백지상태라고만 여겼던 신생아들이 아픔을 느낄 뿐 아니라, 형체와 움직이는 물체들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소리, 맛, 냄새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아기는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는 놀라운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발달된 이 경이로운 감각능력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미숙하나마 주위의 자극을 지니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다.인큐베이트에 누워있는 미숙아들은 소리에 귀 기울일뿐 아니라 아픔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매우 행복한표정을 짓기도 한다. 최첨단 기구를 통해 자궁안 아기의 놀라운 감각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임신 7주가 되면 혀의 미각기관인 미뢰가 나타나며, 임신 10 주에는 촉각전달신경이 태아의 피부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임신 3개월 무렵부터는 엄마 뱃속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태아는 14주가 지나면 엄지손가락을 빨고 자세를 바꾸는 등 생후 9개월 된 태아가 할 수 있는 운동을 한다. 임신 6개월 무렵부터는 바깥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임신 7-8개월이 되면 고통이나 불편함을 느낀다. 이미 아기는 자궁안에서 오감의 촉수를 추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생아들은 감각기관을 통해 주변 환경을 얼마나 감지해낼까?
후각은 젖을 먹이는 엄마와 신생아의 애착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루에 몇번씩 엄마의 젖을 먹는 아기들은 그만큼 엄마 체취에 빨리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엄마와 안전애착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신생아에게 후각은 세상을 감지하고, 엄마를 인식하는 매우 적절하고 민감한 도구인 셈이다. 임신10주가 되면 태아의 촉각 피부신경이 나타나고, 임신 4개월이 되면 촉각을 관장하는 뇌의 부분이 촉감을 처리할 수 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촉각이 살아있는 셈이다. 촉각은 머리에서 발끝 순으로 자라기 때문에 입을 사용할 때 사물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아기가 입안에 퍼져있는 신경은 손끝보다 2배나 많아서 아기는 입에 닿는 물체의 모양뿐만 아니라 크기, 질감까지 알아낸다. 실제로 손으로 물건을 구별하려면 적어도 태어난 지 10주 정도가 지나야만 한다. 신생아들의 입주변이나 손바닥 발바닥 주위를 자극하면, 아기들은 곧바로 반사작용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부드럽게 안아 주거나 토닥거리기만 해도 아기는 안정감을 느끼듯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통증을 느끼는 통각자극에 신생아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기들이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인식하기 시작 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미각은 출생 이전부터 발달하는 데 임신 7주가 되면, 아기의 혀에 약 1만 개의 미뢰가 나타난다. 미뢰란 맛을 느끼는 꽃봉오리 모양의 기관으로 짠맛, 신맛, 단맛, 쓴맛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한다. 신생아들은 대체로 단맛을 좋아한다. 인간은 생존욕구에 따라 맨처음 접한 음식의 맛을 좋아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다. 아기의 닷맛에 대한 본능적인 선호는 바로 세상에 태어나 가장 처음 맛보는 엄마의 젓이 달기 때문이다. 뇌의 쾌락중추를 흥분시키는 단 음식은 아기 정서발달을 돕는다고 한다. 임신기간뿐만 아니라, 출생후 젖을 먹이는 동안 노출된 특정한 맛도 아기의 입맛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임신이나 수유기간 동안 당근 맛을 접했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당근을 넣은 이유식을 훨씬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엄마가 임신과 수유기간동안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면 아기는 새로운 음식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맛에 열광하던 아기는 생후 4개월이 되면 짠맛을 선호하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이때 짠맛에 반응하는 맛세포가 성숙하기 때문이다. 맛을 느낀다는 것은 아기들에게 있어 커다란 즐거움인 동시에 성장 발달을 도와주는 촉진제와 같다. 아기는 미각을 즐기면서 엄마와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임신 6개월이 되면 대부분의 태아가 소리를 제대로 구별할 수는 없지만 들을 수 있고, 태어나기 1개월 전부터는 소리에 집중할 수있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도 시끄러움과 조용함을 구분할 정도의 청각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아기에게 말을 걸 때 소곤거리는 것보다 높은 소리로 말하는 것이 좋다. 생후 며칠이 지나면 내이를 채우고 있던 양수가 빠져나가 아기는 20-30 dB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생후 2-3개월이 되면 아기는 소리의 진원지를 구별하고 추적하게 된다. 아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 듣는 소리는 사람 목소리다. 누구보다도 친숙한 엄마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매일 접하는 언어에 존재하지 않는 음소는 더 이상 감지할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 포기한다. 아기의 청각 신경세포가 익숙하지 않는 음소는 알아서 포기하고 계속 접하는 음소만 탐지한다는 말이다. 모든 언어의 음소를 감지해 내는 청각능력으로 아기는 말의 운율을 이용해 외국어를 식별하기도 한다. 아기는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와 그렇지 않은 언어를 구분하는 것이다. 출생 직후 신생아는 한물체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초점을 맞추지 못해 물체의 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없다. 겨우 전방 20-25Cm안에 있는 물체만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뿌옇게 보일 뿐이다. 사람의 얼굴 형태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원시 상태 시각은 뇌의 시각 영역에 있는 신경회로가 빠르게 형성 되면서 생후 2개월이 되면, 아기는 빛과 어둠의 경계가 되는 윤곽선 이상의 것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기는 엄마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탐구하기 시작한다. 생후 3개월이 되면,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고, 6개월이 되면 물체의 색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눈동자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으며 3차원 세계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1년이 지나면 시력조정이 마무리 되고 2년이 되면 0.3정도의 시력을 가지게 되며, 3년에 걸쳐 0.8 정도로 시력이 향상된다. 9세가 되면 시력이 정상적인 성인수준이 된다.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아기가 이처럼 고등의 감각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생물은 살아있는 동안 낯선 세상에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기도 마찬가지다. 아기는 낯선 세상과 만나기전 감각능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오감으로 세상을 탐닉하는 방법을 익힌다. 아기의감각능력은 생존본능인 셈이다.
인간감각은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순으로 그 시기에 딱 필요한 만큼만 발달한다. 그 까닭은 자기에게 중요하지 않는 것까지 보게 되는 혼란을 막고 자기가 봐야 하는 것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미국 보스톤은 소아병원에서 미숙아를 연구하는 하이델리즈 앨스 박사는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뇌가 여러 종류의 감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감각자극을 주면, 뇌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각은 뇌를 자극해 인지발달의 기초를 마련한다. 아기의 감각발달을 촉진시키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하지만 과도한 자극은 오히려 득이 아닌 독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 아기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기 바란다면 부모는 아기의 감각 발달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환경자극에 제공해야 한다.
'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기심, 애착 시스템 (0) | 2014.10.05 |
---|---|
학습능력을 키우는 자양분, 경험 (0) | 2014.10.02 |
아기 과학자의 경이로운 능력들 (0) | 2014.09.30 |
자아형성, 아기는 과학자 (0) | 2014.09.29 |
반사행동, 접촉 (0) | 2014.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