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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학습능력을 키우는 자양분, 경험

아기에게 학습능력이 제대로 발현되려면, 일종의 성장 촉진제가 있어야한다. 많은 학자들은 그것을 경험이라고 주장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심리학과 도널드 헵교수팀의 연구결과 경험의 차이가 문제해결능력, 즉 학습능력의 차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국어는 특성상 '동사' 어미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기와 대화할때 명사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이야기 할 수 있는 반면, 영어는 동사가 적고 명사가 많아 부모들이 주로 명사를 사용해 이야기를 나눈다. 즉 한국 아기들은 동사를 많이 듣게 되는 환경에서 자라고, 미국 아기들은 명사를 많이 듣게 되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여러가지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 예측한다. 상자 안에 물건을 넣어두고 두나라 아기들에게 갈퀴를 이용해 물건을 꺼내도록 한 결과, 한국 아이들이 빨리 꺼냈다. 행동상의 문제해결 방법을 터득한 속도가 동사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 아기들이 더 빨랐다는 것이다. 미국 아이들은 한국 아기들에 비해 사물의 범주를 구분하는 범주의 개념을 빨리 익혔다. 이는 언어적 경험이 학습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대상영속성'이란 물체가 눈에 보이지 않거나,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물체가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저명한 아동발달 심리학자였던 장 피아제는 아기의 대상영속성 개념은 생후 8-9개월이 되어야 나타나기 시작하고, 생후 12개월은 되어야 물체의 존재뿐 아니라 물리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르네 발라르장 교수팀은 실험을 통해  생후 8-9개월 보다 훨씬 이전부터 대상 영속성 개념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 아기가 타고난 학습능력을 배가시킨다. 과학자들은 최근 인간두뇌의 복잡한 신경회로를 결정짓는 것은, 선천적 요인보다 후천적 경험이란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유전적 요인보다는 출생초기의 경험이 두뇌발달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아기는 태어날 때 약 1000억개의 신경세포 뉴런과 뉴런과 뉴런의 결합으로 형성되는 50조개 이상의 시냅스를 가지고 태어난다.

 

뉴런이란 핵이 있는 신경세포체와 다른 뉴런에서 신호를 받아들이는 수상돌기, 다른 뉴런에 신호를 보내는 축색돌기로 구성된 신경세포로 이는 쉴새 없이 정보를 주고 받아 두뇌를 가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냅스란 A뉴런이 신호를 보내기 위해 길게 뻗은 축색돌기와 이 신호를 받는 B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메세한 틈으로 이곳에서 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화학작용이 일어나 뉴런과 뉴런사이에 정보가 오갈 수 있게 한다. 아기의 두뇌를 구성하는 요소중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헤 이미 결정되는 것은 두뇌의 기본적인 신경회로 정도이다. 이것은 호흡, 순환, 소화, 배설과 같은 기본적인 기능을 관장하는 신경회로로 이미 유전자들에 의해 뇌간에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사고, 기억, 수리 등의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이나 고도의 정신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형성하고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아기의 뉴런 개수는 성인의 그것과 맞먹는다. 그럼에도 제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은 뉴런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너무 약하고, 그 숫자 또한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경험이란 외부세계로부터 신생아가 수신하는 모든 신호로 이것이 시냅스를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해 시냅스의 수가 늘어나면 아기의 두뇌 무게가 눈에 띄게 변화하는데, 태어날 때 340g이었던 두뇌 무게는 생후 1년 정도가 되면 출생 당시의 두배가 되고,  5세 무렵에는 성인 두뇌의 약 90%에 달하는450g 으로 급증한다. 이것은 시냅스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경험의 영향으로 두뇌가 커지면, 아기의 두뇌 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학습능력과 직접적인 관련 있는 대뇌피질이 미성숙 상태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생후 6-12개월 이면 대뇌피질에서는 성인의 두뇌보다 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정도로 시냅스 형성이 빠르게 진행된다.이러한 추세는 10세가 될 때 까지 지속 된다고 한다.  경험은 수상돌기를 뻗게하는 햇빛과 같은 존재로 대뇌피질 발달을 촉진 시키는 밑거름이자 학습능력의 발달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인 셈이다.

 

엄마의 자궁을 떠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험이 제공되면 평생발달 하는 것이 두뇌이다. 아기의 타고난 학습능력이 제대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생후 몇 년간의 경험,  특히 초기 3년간의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시기에 두뇌의 가지치기가 이루어져 신경회로가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두뇌의 가지치기란 뇌에 지속적인 경험이 제공되지 않아 사용되지 않는 시냅스를 솎아내는 일을 말한다. 간이 기억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약화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두살배기 아기의 시냅스 수는 웬만한 어른보다 훨씬 많다.  무력한 아기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존할 수 있도록 아기의 두뇌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냅스를 따라잡을 만큼 겸험이 없으면, 가지치기 과정에서 약화되기 시작한다. 나무 잔가지를 잘라 성장력 있는 좋은 나무를 만들듯이 시냅스를 경험이라는 정원용 가위로 다듬어 시냅스의 결합상태를 견고하게 만든다.

 

시냅스가 줄어든다고 해서 두뇌 발달이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자극으로 남은 시냅스의 연결을 견고히 하면 학습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아기의 두뇌가 주위환경에 잘 반응하고, 외부자극을 적절히 받아 들여 두뇌 발달이 75% 이상 이루어지는 이른바, 두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인 생후 3년 동안의 경험이 차단된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기의 천부적인 학습능력을 제대로 발달시키려면 생후 3년간 아기에게 풍부한 경험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찰스 넬슨 연구소장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우리의 뇌는 매우 유연합니다.  뇌가 얼마나 유연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이 바로  '두뇌 가소성'인데 이것은 경험이 갖는 영향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를테면 경험이 아기에게 유익한 것이면 좋은 결과, 유익하지 않으면 나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지요.”  생후 3년간의 경험은 아기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아기의 타고난 재능과 능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부모와 사회가 제공하는 긍정적이고 풍부한 경험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