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타고난 감각을 활용해 주위에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 주변을 인식하면서 세상을 배워나간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기는 공간과 자기자신에 대해 깨닫는다. 더불어 자신이 세상 어느 누구와도 다른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다. 다름아닌 자아가 형성되는 것이다. 생후 10개월에서 16개월의 아이들이 거울을 보면서 코에 립스틱이 묻은 것을 보아도 딱아낼 생각을 하지 못한다. 20개월 이상이 되면 거울을 본 후 립스틱을 지우려는 행동을 보인다. 이 시기 아이들은 거울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아기가 자기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첫 신호는 낯가림이다. 낯선 사람 앞에서 울지 않던 아기가 어느날 갑자기 불안해하면서 울음을 터뜨리면, 아기가 자기자신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아기가 자기 인식을 하기 시작하면 차츰 자신의 연령, 성별, 행동, 성격, 신체적 특징 등 눈에 보이는 다양한 특성들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자의식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의식은 생후 18개월 무렵에서 생기기 시작한다. 또 자기중심적이 되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뭐든지 자기 방식대로 하고 싶어하고, 혼자서 하려 애쓴다.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만 3세미만의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파악하지만, 만 5세 아이들은 사실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예측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실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데 필요한 아주 중요한 능력중 하나이다. 아기의 독심술은 아기의사회성 발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기의 자의식 발달에 가장 중요한 원동력중 하나는 아기 스스로 몸을 뒤집고 앉고 기고 걸으면서 깨닫는 성취감과 같은 내부적 피드백이다. 또 한가지 아기 자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기가 보내는 신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알아주는 부모의 피드백이다. 아기가 울 때마다, 옹알이를 할 때마다, 새로운 운동 기술을 습득할 때마다, 부모의 즉각적인 피드백은 아기에게 자긍심을 심어줄 뿐 아니라, 외부 세계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안겨준다.
부모 역할의 핵심은 아기의 발달 단계마다 자발적으로 도전하여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려는 아기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일이다. 긍정적인 자의식을 가질 것이냐 부정적인 자의식을 가질 것이냐는 상당 부분 부모의 역할 안에 놓여 있다. 만약 이시기에 과잉보호나 무관심으로 아기에게 긍정적인 자의식을 심어주지 못하면, 아기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 파괴적인 사람, 감정적으로 불안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쉽다. 아기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자 최대 영양소는 부모의 관심이다. 과연 갓 태어난 아기는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을 알고 있을까? 수많은 학자들은 아기는 정신적으로 백지상태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아기들의 능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아기는 가르쳐주지 않았는 데도 혼자서 모든 것을 빠르게 배워간다는 점 때문이다. 앤드류 멜조프 연구팀은 생후 7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신생아들에게도 학습능력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아기의 얼굴로부터 약 25센티미터 되는 거리에서 20초동안 천천히 4번에 걸쳐 혀 내미는 행동을 보였다. 그 결과 연구팀이 혀를 내밀었을 때 아기도 그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기 얼굴을 한번도 본적 없고 혀가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며, 더구나 다른 사람의 동작을 따라하는 동작을 한번도 배우지 않은 아기가 모방을 하는 것이다. 5개월된 아기 앞에 작은 공을 놓아주었다. 앞으로 굴러가는 공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아기는 공을 향해 다시 손을 뻗었다. 공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자 공은 잡지 않은 채 다시 툭 건드려 굴러가도록 했다. 아기는 짧은 순간 공을 건드리면 굴러간다는 사실을 즉 인과관계를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이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아기는 계속 공을 굴렀던 것이다. 버클리 대학교 심리학과 앨리슨 고프닉 교수는 아기의 엄청난 학습능력에 대해 한마디로, 아기는 태어날 때 이미 많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처음부터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채로 태어나고 , 이것은 또다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과학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연구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기존 이론에서 출발해 그 이론을 검증하고, 수정을 거쳐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낸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배우고 학습하면서,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낸다. 이렇게 볼 때 아기들은 학습능력을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 앨리슨 고프닉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 진화에 의해 아주 어린 아기도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아기가 성숙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만큼은 어른들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진화적인 관점에서 일정 기간 동안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지요. 일종이 생존을 위한 학습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주변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유전자에게 내재 되어 있는 것이지요.”
학자들은 이 능력들이 인류가 진화하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에 담겨있다가 아기가 생물학적으로 적절한 성숙을 하면, 그때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기들은 이런 중요한 능력들을 미리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처럼 갓 태어난 아기가 생각하고 실험하며,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토대로 자기를 둘러싼 세계를 탐험하고 배워나간다. 그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개념을 흥미롭게 익히는 것이다. 인지발달을 비행기라 가정하면 아기들이 지닌 능력은 비행기를 이륙시키는 힘에 해당한다. 인지발달에 동력을 불어넣어 시동을 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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