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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아기 과학자의 경이로운 능력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수억 년간 배우고 익혀왔던 것들을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바로 그 순간,  태아의 유전자에 내재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학습능력을 지니며, 이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탐색하고 관찰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원인과 결과가 나타나는 상황에 놓이면, 그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 선천적으로 아기들은 과학적 사고를 위해 필요한 능력인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수리능력,  사물을 범주화 하는 능력 등 여러가지 학습능력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인지적 틀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아기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 중 하나는 바로 기억능력이다.  이는 아기의 거대한 학습능력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과거의 경험을 새로운 경험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기억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대학의 찰스 넬슨 연구소는 ERP실험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ERP실험이란 아기에게 청각 혹은 시각적 자극을 주었을 때 뇌파 변화를 측정하는 것으로, 직접 뇌를 열어보지 않고도 아기의 뇌활동을 검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실험방법이다. 이 실험에 의하면 태어난지 24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신생아도 엄마의 목소리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이것은 임신 마지막 6주 동안 아기의 청력이 급격히 발달해 엄마 목소리를 듣고 뇌가 그 소리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기의 기억능력은 유아기 내내 꾸준히 발달한다. 생후 3,4개월 된 아기가 몇 초동안 책에 실린 그림을 들여다 보고 몇분후 그 그림을 기억할 수 있다면, 생후 5개월된 아기는 그 기억을 2주 정도 지속시킬수 있다.  생후4개월이면 과거에 한 행동만이 아니라,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해 내는 인식기억이 형성되는데 이 시기가 되면, 아기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완전한 의식적 기억인 회상이 가능한 시기는 생후 7-10개월이 되어야만 나타난다. 이처럼 신생아부터 유아기까지 급속도로 발달한 기억능력은 성인이 될 때까지 다양한 정보와 논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성인이 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살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기들은 선천적으로 기억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만 어른이 되어서 3세 이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인이 되면서 그 기억에 의식적으로 접근하지 못할 뿐더러 그 기억을 다시 꺼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기가 지닌 또 하나의 경이로운 학습능력이 바로 수리능력이다. 아기들은 친숙하고 예측 가능한 결과보다 새롭고 예측 불가한 결과를 더 오래 바라본다.  아기들이 무언가를 응시하는 시간의 차이를 비교하면 아이에게 새로운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또는 미리 예상한 것인지 아닌지를 추론할 수 있다. 아기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또 하나의 능력, 그것은 동일한 성질을 가진 부류나 범위를 분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아기들은 만 한 살이 되기전에는 큰 범주만을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첫 돌이 지나면서 부터 아기는 사물을 좀 더 의미 있는 그룹으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2-3세가 되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뛰어넘어 본질적인 개념으로 사물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공이 허공에 떠있는 모습이 낯설고 신기했던 아기는 공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면보다 허공에 떠 있는 장면에 더 몰입한다. 아기는 지극히 초보적인 중력의 개념, 즉 모든 물체는 떨어진다고 믿고 있다. 중력은 뉴턴이 중년이 되어서야 터득한 과학적인 개념이다. 물론 아기가 인식하는 중력 개념은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다. 한 세대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신생아의 경우 사고를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기는 학습프로그램이 갖추어진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