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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성장 보고서(EBS 제작팀)

반사행동, 접촉

아기는 오감을 비롯해 생존을 위한 다양한 반사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성장한다. 신생아들의 동작은 이처럼 본능적인 반사작용으로 이뤄진다 . 여기서 반사란 신생아들이 갖고 태어나는 무의식적인 행동패턴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기의 뺨에 손을 갖다되면, 아기는 몸을 바둥거린다.  그리고 손가락이 닿는 뺨 쪽으로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리고 엄마젖이라도 되는양 열심히 손가락을 빨기 시작한다. 실제로 신생아 두뇌 무게는 성인의 25%밖에 되지 않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최고 사령관인 대뇌피질이 신생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다시 말하면 어떤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반사행동을 통제하는 것은 고도의 정신활동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반사행동을 통제하는 건 뇌간의 신경세포 조직이다.

 

뇌간이란 주로 호흡, 심장박동, 혈액순환, 소화기관 운동 등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출생시 가장 빨리 발달하는 뇌부위이다.  대뇌 피질은 주로 사고, 판단, 계획, 창조, 운동과 기술, 감각과 지각, 언어 등 고도의 정신활동을 관장한다. 생존을 위한 여러 가지 반사행동중 대표적인 것이 젖찾기 반사, 모로반사, 수영반사, 잡기반사를 들수 있다. 젖찾기 반사는 신생아가 젖꼭지를 찾고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고, 모로반사는 위험상황에서 엄마에게 매달리는 생존본능이다.  수영반사는 물에 놓았을 때 수영하는 것처럼 팔을 젓고, 발을 걷어차는 반사행동을 말하며, 잡기반사는 신생아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손가락을 꽉잡는 반사행동으로 신생아의 가장 특징적인 반사행동중 하나이다.

 

아기의 생존을 돕는 대개의 반사능력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반사행동 대부분은 의식적 행동으로 대체된다.  신생아의 반사행동을 통제하는 곳은 뇌간이다.  그러나 대뇌피질이 발달함에 따라 생후 4개월이 지나면 행동을 통제하는 부위가 뇌간에서 대뇌피질로 이동한다. 대뇌피질은 운동을 촉발하고 조절하는 부위이므로, 이곳의 영향을 받으면 손과 팔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에 따라 반사행동 대신 자발적이고 복잡한 운동능력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무의식적인 반사행동이 의식적으로 바뀌는 시기는 언제일까? 생후 3개월이 되면, 어느 순간부터 손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세상과 처음 만나는 아기에게 잠재된 능력, 신통방통한 아기의 반사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현명한 부모, 현명한 육아의 첫걸음이다.

 

신생아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15-20시간, 그야말로 하루종일 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15-20시간 동안 내리 자는 것은 아니다.  전체 수면중 50%는 렘수면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수면형태중 하나인 렘수면은 신경세포의 활동을 자극하고, 대뇌쪽의 혈액흐름을 촉진시킨다. 특히 아기의 렘수면 시간이 많은 까닭은 환경자극을 거의 받지못할 뿐 아니라, 환경자극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신생아의 뇌발달을 돕기 위해서이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렘수면에 빠져있는 동안 아기의 뇌세포는 쉬지 않고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며, 자신의 대뇌조직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아기의 대뇌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적 자극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자극은 엄마와의 접촉이다. 양전자 단층쵤영으로 뇌의 포도당과 산소대사율 정도를 측정해 두뇌가 어느 정도 활성화 되어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뇌는 포도당과 산소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거나 다독여 주면,  그 접촉이 피부의 신경세포를 따라 천천히 뇌조직에 전달되어 두뇌 발달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접촉이 두뇌발달에 효과적인 또하나의 이유는 피부의 태생이 뇌와 같기 때문이다.  피부는 태내에서 만드러질 때 뇌와 같은 외배엽에서 나와 발달한다.  곧 피부는 뇌와 형제지간이며 제2의 뇌인 셈이다. 아기를 하루에 20시간이상 홀로 누워있어야 하고, 아기를 안아주거나 만져주지 않는다면, 두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된다. 엄마와의 접촉은 뇌발달 뿐만 아니라, 신체발달, 정서발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미국에서 미숙아 치료를 하는 방안중 하나가 '캥거루 케어'이다. 캥거루 캐어는 미숙아를 일정 시간 엄마의 배 위에 올려놓고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치료법이다캥거루케어를 하는 엄마는 아기의 몸을 쭉펴서 하루에 몇 시간씩 배위에 올려놓고 쓰다듬어 주며 말을 건네는데 이렇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효과는 상당하다.  아기와의 신체적 접촉이 아기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숙아들을 대상으로 한 마사지 치료법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체접촉은 신체발달, 정서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뇌와 척수를 포함하고 있는 중추신경계에도 중요한 자극이 된다. 마사지가 아기의 중추신경계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지각을 자극하는 마사지가 뇌와 신경계의 미엘린 형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미엘린이란 전기선을 둘러싸고 있는 피복처럼, 신경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하얀 지방질 물질로 신경계를 보호하고 있다.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전기신호가 새거나 흩어지는 것을 막아 자극을 좀 더 빨리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엘린은 뇌가 제기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촉진제인 셈이다.  아기의 모든 신경세포가 완벽하게 미엘린의 보호를 받는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로 자라는 데 있어 신체접촉은 매우 중요하다. 아기는 엄마의 사랑이 담긴 접촉 없이는, 결코 성장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는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