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投射)'란 상대방에게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덮어 씌우고, 자신의 문제는 덮어버린 채 모든 잘못과 책임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는 낮은 수준의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일단 투사의 방어기제가 작동되면 내적성찰보다 외부에서 문제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 문제 해결을 사사건건 방해한다. 부부싸움 할 때 남편은 아내탓, 아내는 남편탓을 하듯이 사장은 노 탓, 노조는 사장탓, 여당은 야당탓, 야당은 여당 탓을 하는 것이다. 비난하고 방어하는 데만 모든 열성을 쏟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할 여력도 없다. 집단과 집단이 편을 갈라 상대방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집단의 결속력을 키우는 면도 있다. 집단내부에서 병든 부분을 찾는 것보다는 적의 잘못을 공격하는 것이 훨씬 쉽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은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낮은 수준의 방어기제이다. 사회가 성숙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잣대로 집단주의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얼마나포용하는지, 갈등이 있을 때 폭력적이지 않는 방법으로 풀어나가는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질투와 음모가 가득한 파워게임을 근절시킬 수는 없다. 인간 본성이 한없이 선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도박판의 목적은 돈을 따는 것이지만, 선거의 목적은 자신의 이념과 이상을 현실에 실현하기 위해 대중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라는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정작 목적은 잊어버리고 승부욕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에 이기면 우쭐한 마음에 자아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내가 왜 정치를 했는지에 대한 초심은 잊어버린다. 유권자들도 내가 왜 그 사람을 뽑았는지에 대한 숙고없이 누구 편인지, 어떤 이미지인지만 기억할 뿐이다. 남는 것은 결국 승자와 패자 뿐이고, 같이 무엇을 향해 뛰어야 하는지도 잊어버린다. 도박판처럼 선거판도 지나친 승부욕에 사로잡히면 지든, 이기든 모두 황폐해지기 십상이다.
러시아와 그루지아, 미국과 이라크, 중국과 티베트 분쟁을 보면, 영역싸움의 신호탄으로, 조무래기부터 건드리는 건달들의 싸움과 비슷하다. 권력 콤플렉스는 인간정신의 한 특성인 에로스, 즉 다른사람 과의 관계를 방해하는 콤플렉스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해서 내 소유물로 만들기 위해, 그 어떤 폭력적인 방법도 불사한다. 부부나 애인, 친구, 스승과 제자 등 어떤 관계에서도 권력콤플렉스가장난치면 사랑과 관심은 간 곳 없고 오로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만 있을 뿐이다. 깡패 싸움에도 의리와 체면같은 포장이 필요하듯 나라끼리도 명분이 필요하니, 권력콤플렉스를 위장하고 자기 합리화라는 방어기제를 적당히 쓴다. '그루지아는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이라크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 '티베트는 중화민국의 통일을 방해했다' 는 식이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이 표방하는 세계화 속에 숨어 있는 약육강식의 법칙과 그들의 콤플렉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권력 콤플렉스에 대해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어중간한 한국은 과연 이 지구라는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상대방보다 항상 잘나야 하고, 내 마음대로 남을 조종하려는권력 콤플렉스는 저 죽는 것은 모르는 채, 약자에게 잔인하고 권력앞에 눈 멀게 한다.
국회가 여야간 싸움으로 격투장이 되는 반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일하는 청와대의 심리적 문제는 고립이다. 감당할 수 없게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아지면, 성정이 깨끗한 사람들과는 멀어지고 돈과 권력의 단맛만 찾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기 쉽다. 어렵사리 얻은 것을 빼앗길까봐 두려운 데다 달콤한 아부 말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과는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하고, 맹목적 애정과 증오에 휘둘리면, 결국 희생당하는 원시부족의 족장처럼 비극적으로 세상을 마칠 수도 있다. 어떤 집단이든 권력의 정점에 서서 외부로부터 통제를 받지 않으면, 특히 양심을 관장하는 초자아가 발달하지 못한 경우 쉽게 과격해져 남들에게 상처주는지 모르고, 감사할줄 아는 태도를 잃는다.
사람들이 떠받들기만 하니, 자신이 전지전능한 존재라고 착각한다. 자신의 한계를 볼 줄 아는 리더는 아첨꾼보다는 자기와 노선이 다른 이들을 곁에 두고 쓴 소리도 즐겨 받아들인다. 정신의학의 눈으로 엄밀히 보면, 앞장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리더들이 실제로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지닌 경우도 많다. 특히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으니 남과 다른 특별대우를 받아야 한다. 나보다 열등한 남들은 항상 우월한 내 말을 들어 나를 봉사해야 한다. 내 경쟁자는 당연히 제거되어야 한다는, 자기애적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에 들어맞는 성격장애자들도 불행하지만 적지 않다. 리더의 마음에 영합해 안락자리를 보장받는 추종자들은 비판할 뇌가 없는 애완동물이 된다. 지도자가 자신의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것 같이 착각하고, 리더를 행복하게 해주는데 전념한다. 리더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조직은 조직적으로 일사분란하게 돌아가는 듯 보인다. 다른 의견을 조정하기 위한 소통 시간낭비도 없고, 적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무슨 일이든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 분위기 조작도 가능해 지도자가 최고라고 입에 발린 말을 하고, 집단 최면에 결리면 실제 그렇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리더의 걸음이 한쪽으로 치우쳐 파멸의 길로 들어서기 마련이다. 그러면 추종자들은 우선 지기보호를 해야 하니 점점 더 바른 말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