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후 한국의 학생들, 지금의 베이비부머세대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돈을 벌어가며 악착같이 공부했다. 대부분의 전후 세대중에는 부모가 제대로 뒷받침해 주었다면, 환경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원망을 갖고 성장한 사람들이 많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좌절감으로 인생 전체를 낭비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낳은 자식들이 1990년대이후 젊은이들이다. 대부분 성장과 풍요를 접하면서 산 세대들이다. 맹목적으로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과 명예를 몽땅 물려주고, 또 그만큼 자식의 인생에 개입하려는 욕심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자녀 인생을 애프터서비스 해준다는 부모도 있고, 부모 돈으로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젊은이들도 많다. 돈과 집을 물려주는 순간, 부모자식은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로 변한다. 채무자는 채권자를 싫어하고 멀리하고 싶어 한다. 대입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땀 흘리기는 싫고, 부모 유산만 바라보는 퇴폐적 물질주의에 빠진 젊은이들만 양산한다면 곤란하다.
다 큰 자녀가 먹고 사는 문제는 부모가 책임질 부분도 아니다. 자녀가 일하는 습관을 익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해주기보다는, 자녀들이 노인이 될 때까지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해 주려는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사육하는 것이다. 치맛바람이나 헬리콥터 맘이니 매니저 맘 하는 식으로, 아이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엄마들 때문에 질식할 것 같다는 아이들이 엄마 안티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버이사랑은 하해와 같다고 좋게 말하지만, 자식사랑은 엄밀히 따지면 일종의 이기심에 속한다. 내 유전자를 지닌 자녀에 대한 사랑은, 인간이면 누구나 내재하는 자기애적 경향의 연장일 뿐이다. 원하지 않는 교육을 자녀에게 꼭 시키고 싶으면, 아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추가로 들어간 교육비는 어떻게 갚아 나갈 것인지 물어보아야 한다.
설령 자녀가 성공한다고해도 늙은 부모에게 남는 것은 자녀와의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이상을 자녀와 며느리, 사위에게 바라다 상처만 입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노인을 주변에서 많이 본다. 요즘은 똑똑하고 경쟁적인 일부 부모들, 아니 대부분의 부모들이 기죽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대를 이겨라 등의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보내 자녀들을 냉혹하고, 지능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자신의 가치관대로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학부모, 학교, 사회의 도덕 교육이 강화 되어야겠지만, 현실에서는 무한경쟁 이라는 기치 아래 성적을 올리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 자녀적성이나 행복감과 상관없이 무조건 일류대학에 가야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직업윤리나 인간적인 기본덕목을 갖추진 못한 이들을 양산하다. 자녀의 일류대학 입학을 위해 범죄행위도 불사하는 추악한 이들도 많다. 대학을 가도 과외선생을 붙여 리포트를 대신 써주려는 부모들,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리포트를 사고, 교수들은 표절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데 돈을 쏟아붓는다고 한국교육이 일류가 되겠는가?
초자아의 견제 없이 이기적인 본능인 이드의 노예가 된 인간은 열등감이라는 콤플렉스에 먹혀버린 괴물같은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중 하나가 자식이 잘되는 것이겠지만 도대체 잘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왜 적성에 맞고 마음편한 육체노동은 안되고, 꼭 펜대를 굴려야만 하는가? 열등감과 불안감 때문에 거짓으로 잘난 척 하고, 남 위에 군림해야만 성공했다고 믿으며, 남은 상처 받아도 내 가족만 잘살면 된다는 가족이기주의에 빠져버린 사회는 지옥이다. 수동적인 과외교육만 받는 상류층 아이들이나, 방과후 교육에서 소외된 좌절감에 엇나가는 빈곤층 아이들이나 인성교육에 관심없는 잘못된 부모 모두 사회의 희생제물이 아닐 수 없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 수 있다. 이런 본능적인 이기심을 다스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훈련시켜 사회화 과정에서 선한 본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시험을 쳐서 등수를 매기는 사회화 적응훈련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쟁으로 마음의 상흔이 남는다는 것이다. 항상 잘하는 아이들은 자칫 잘나가고 주목받는 상황에만 익숙해져 작은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고, 분노할 수 있다. 반대로 지기만 하는 아이들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회피하거나,포기하는 우울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이상적인 교육환경이라면 숨어있는 개성을 개발해 모두가 행복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의 현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것에만 목표를 두어, 일부 인기학과와 대학의 경쟁력만 치열해지고 나머지 학생들은 들러리가 되어 껍데기만 학교 다니는 것 같다. 부모들은 자녀가 좋은 대학 못가면 무시당하고 체면이 손상될까 걱정한다. 부모의 욕심으로 억지 춘향식 으로 대학간 아이들은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감동, 무의욕에 빠져 백수가 되기 십상이다. 크고 작은 시험 점수가 나올때 마다 부모와 학생들은 대부분 신경이 예민해진다. 자기가 물려준 유전자 생각은 않고, 무조건 몰아붙이는 부모들이나 게으름 피운 건 생각지도 않고, 부모를 원망하는 자녀들의 낮게 나온 점수를 놓고, 서로의 마음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 최근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엄청난 경쟁에도 불구하고 경쟁을 즐긴다. 일단 집안이나 학력 등과 상관없이 자신이 능력에만 따른 페어플레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결과에도 기꺼이 승복한다. 경쟁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다. 좋은 먹잇감이 있으면 사자도, 산양도, 코끼리도, 모두 죽을 힘을 다해 다가간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라면 약자에 대한 배려와 서로가 합의해 규칙을 만든다는 점이다. 권력자가 자의적으로 세상을 주무르고 사람들은 정당한 경쟁과 시험을 경험하지 못하면, 결국 모두 무기력한 노예처럼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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