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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나 그리고 너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인 한국의 회사원이나 공장직원, 자영업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함을 느낄뿐 아니라, 집중력 주의력 등이 떨어져 교통사고나 산업재해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몸의 면역체계도 흔들려 전염병에 걸리기 쉽다.  심리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공격성이 높아져 쉽게 싸우려 하는 등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니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수면부족중에서도 특히 꿈을 꾸는 렘수면이 박탈될 경우 심각한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꿈을 꾸는 동안 육체뿐만 아니라, 상처받고 피곤한 정신이 무의식적의 자연치유 기능을 통해 회복되기 때문이다.고민이 많아 잠이 안 오거나, 새벽에 깨면 잠이 부족한 것 때문에 또 다른 걱정을 얹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다. 

 

아이들은 공부 때문에, 어른들은 돈 때문에, 충분히 자고 쉬는 기본적인 욕구 조차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리적, 육체적 건강이 전제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수면보다 더 필요 불가결한 것은 없다.  2011년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점점 더 개인적으로 변하면서 동문회, 회식 등 어울리는 문화가 점점 더 사라져 간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30%가 넘는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생활하는 아웃사이더라고 했다. 밥도 혼자 먹고, 강의도

혼자 듣고, 혼자 다니는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편하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생활방식은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구미와 다르게 공동체와 집단지향적인 면이 많다. 반상회, 동문회, 향우회 등과 같은 모임에 대한 열의는 다른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모임의 부작용도 있다.  지나치게 우리와 남을 가르는 배타적인 집단주의에 매몰되어 개성과 다름을 무시하고, 바보들의 집단이 되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지만, 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자극받아 경쟁하고, 또 서로를 위하여 보듬어 가며, 집단전체가 건강한 측면도 있다.

 

학연, 지연 등을 따져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타집단과 맞서는 배타성, 돈과 권력주위를 도는 후줄근한 친지, 동창들의 구차함, 내 가족만 챙기는 탐욕스러운 가족 이기주의 등은 타락한 전근대적인 부족형 인간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렇게 나만 중시하고, 소속된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나 죄의식이 없는 포스트모던형 인간과 나와 남의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선사시대형 또는 부족형 인간이 뒤엉켜 산다. 한국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다 보니 그 잡단을 들여다보면 나이, 성별, 직업, 학력 등에 따라 대단히 다양한 가치관을 갖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식, 권력, 돈 모두 충분한데도 참자기를 찾지 못한 채 집단에 부화뇌동하는 이들이 많다.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것을 알고 추진할 수 있는 자아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족형 인간은 같은 집단안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헌신하지만, 집단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일도 저지른다.  조직폭력배가 자기들끼리는 가슴찡한 의리를 나누면서, 남들에게는 거리낌 없이 잔인한 행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석심리학에서는 집단으로 부터 독립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자아와 집단의 무의식이나 의식과 분리 되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는 의식의 탄생을 자기를 찾는 '개성' 과정의 첫단계라고 간주한다. 가문을 위해 희생한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일한다. 더우면 덥거니, 추우면 춥거니 하고 미련하게 견딘다. 운명에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한다. 외부환경이 낯설고 척박하면 오히려 더 활동하고, 더 많은 종을 퍼뜨리는 것이 모든 생물의 본성이다.  전 세계로 흩어져 있는 유대인, 중국인, 한국인들이 지닌 민족에 대한 자긍심, 가족사랑, 근면과 성실이 심리적 원천인 것처럼 단언컨대 정책을 잘만 만들어 가면 앞으로 다문화 가족들이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외국인이 일자리를 잠식한다고 불안해하기도 하지만, 고학력 백수가 넘쳐나고, 초고령, 저출산 사회로 가는 와중에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길 이외에 한국사회를 역동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본다. 일본이 지금처럼 헤매는 이유 중 하나가 사회의 폐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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