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전쟁, 화폐, 개혁, 증권폭락 등으로 불안했던 기억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공중분해 되지 않는 땅과 집에 대한 믿음이 형성되었다. 서구의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과 달리, 치열한 경쟁속에서 외향성으로 변한 한국인은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한다. 집을 신분상승과 과시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비싼 집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종자인 듯한 착각을 갖게 한다. 물건에 대한 집착이 너무 커, 물건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집이 폐품처리장으로 변한다. 사람은 부족해야 일할 동기가 생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비싼 소장품이 많으면, 자녀들도 의욕을 잃는다. 잘못하면 영락없이 집 지키는 개꼴이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준다.
얼핏 돈만 있으면 화려하고 우아하게 살고, 가난하면 좁고 비좁은 지저분한 공간에 살아야 할 것 같지만, 집의 아름다움이 꼭 돈과 비례하는 것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욕망의 절제를 배우지 못하고 소유에만 집착해 물건의 노예가 된 사람도 많다. 주변을 압도하는 마천루는 위험하고, 오만한 현대인의 팽창된 자아처럼 보이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서원이나 수도원은 초월적 존재앞의 겸손을 상징하는 것 같다. 층간소음, 쓰레기장이나 복도 등 공동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웃간의 갈등으로 인한 법적 분쟁도 늘고 있다. 몸은 현대에 있으나 마음은 영역싸움에 목숨 거는 원시인들이다. 호주나 미국의 원주민들은 언젠든 가볍게 여행을 떠날수 있도록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작은 집이건, 큰 집이건, 도시건, 농촌이건, 조용한 집이건, 시끄러운 집이건, 중요한 것은 나란 존재가 그 집속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으며, 그 시간과 공간이 우주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사유라고 생각한다.
농업이 돈을 많이 벌어다 주기는 힘들지만 농업을 하지 않아, 뛰는 농산물 가격에 맥놓는 일이 반복되면, 세계화 시대에 안정되게 살아갈 수 없다. 몸과 마음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기본재료인 음식은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하는 매개중에서도 으뜸이다. 집안 일을 싫어하는 젊은 부부들이 부엌과 친해지면, 그만큼 자신의 독립적인 삶에 대한 자신감도 생길 수 있다. 몸을 잘 관리하고 자연의 조화를 실천해 도를 깨친다는 도가사상이나, 부모에게 받은 육체를 잘 보전해야 한다는 유가사상, 또 인간이 우주이 일부분이라는 불교사상도 음식이나 식재료를 단순한 도구로 보지 않고, 세계관을 실천하는 장으로 여긴다. 밥상을 앞에 놓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겸손하고 정갈하게 음식을 대하는 발우공양의 철학에서 보듯, 음식에 대한 절제는 자기 수양의 한 방법이다. 기아가해결 되면서 음식에 대한 겸손한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소나 돼지를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사료를 생각하면, 육식보다 채식위주의 식단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채소와 차 종류 대신, 외국에 거액의 로얄티를 제공하는 패스트 푸드나 커피 등 기호품의 섭취가 꾸준히 늘면, 외화는 그만큼 더 낭비된다.
'한국 사회와 그 적들 (이나미 지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 망치는 부모 (0) | 2013.12.10 |
---|---|
명품 (0) | 2013.12.09 |
인조인간, 빛 좋은 개살구 (0) | 2013.12.06 |
우리의 恨, 돈 (0) | 2013.12.04 |
그래도 한국이 좋다 (0) | 201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