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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수전블랙모어, 김명남

인간이라는 이상한 생물

우리의 몸이 다른 동물의 몸처럼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많은 면에서 다른 생물과 다르다. 일단 우리는 말을 한다. 우리는 우리가 지구에서 가장 지적인 존재라고 믿는다. 한편으로 우리는 다른 동물과 분명 다르지 않는 동물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세포들로 만들어진 폐와 심장과 뇌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먹고, 숨쉬고, 번식한다. 인간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월한 지능, 언어, 의식 무엇 때문일까? 한 가지 대답은 우리가 다른 종들보다 더 지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능이라는 개념은 극히 애매모호하다. 겉보기에 별반 지적인 일로 보이지 않는 것들, 집보기, 정원 가꾸기, 차끊이기 등이 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지능적이다. 인간이 아무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잘 보기 때문에, 무엇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지능은 다른 동물들과 가르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다른 동물들도 볼 수 있다. 지능이 간단한 해답이 되지 못한다면 의식이 해답이 될까? 다른 동물들에게 확실히 의식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의식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차별화 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인간의 독특함은 모방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모방은 인간에게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우리는 어린 아기일 때부터 아주 쉽게 그렇게 한다. 항상 서로를 따라 한다.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방은 너무 쉽게 되는 일이라서 우리는 그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누군가를 모방하면, 그 사람으로부터 내게로 무언가 전달된다. 그 무언가는 또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될 수 있고, 거기에서 또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될수 있다. 그것이 밈(meme)이다. 밈이라는 용어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처음 등장했다. 도킨스는 진화를 유전자들간의 경쟁으로 보아야 잘 이해한다고 했다. 진화는 개체나 종의 이익을 위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은 유전자들간의 경쟁에 의해 추진된다. 이기적 유전자이론이라고 불리게된 이 새로운 시각은 진화에 대해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지금 말하는 이기적 유전자는 오직 자신을 위해 일한다는 뜻이다. 유전자가 오직 자신의 복제에만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도킨스는 복제자외 운반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중요한 개념을 도입했다.

 

스스로 복사하는 것이라면 뭐든 복제자로 불릴수 있다. 능동적 복제자이다. 운반자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개체를 말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복제자는 DNA이다. DNA의 운반자는 생물체이거나, 생물체들의 집단이고, 그들은 바다나 하늘이나 숲이나 평지에서 살아가면서 서로 상호작용한다지구상에서 생물계의 진화를 이끈 이기적 복제자는 유전자인 것이다. 노래, 건물짓는 방법, 과학적 발상 역시 이 사람의 뇌에서 저 사람의 뇌로 건너 뛰면서 사람들을 사로잡고 전세계로 퍼진다. 종교는 신이나 내세에 대한 믿음으로 전 사회를 감염시키며, 생존력이 아주 높은 밈집단이다. 옷이나 식습관의 유행, 예식, 관습, 기술 등도 모두 한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로 복사되는 것이다. 밈은 사람들의 뇌에 저장되며 모방을 통해 전달된다.

 

도킨스는 불과 몇쪽의 글에서 밈 진화에 대해 이해의 기틀을 닦았다. 그는 밈들이 뇌에서 뇌로 건너뜀으로서 전파된다고 했고, 숙주를 감염시키는 기생생물에 밈을 빗대었고, 밈들도 유전자들처럼 서로 도움이 되는 경우에 뭉쳐다닌다고 말했다. 인간이 생물학적 이유들 때문에 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도킨스도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인간은 이미 새로운 복제자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우리가 모방을 통해 남에게서 배운 것은 무엇이든 밈이다. 친구가 당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당신이 그 개요를 기억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다시 들려준다면, 그 과정도 모방이다. 당신이 친구의 행동이나 표현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모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친구로부터 당신에게로 또 다른 친구에게로 복사되었다. 이것이 넓은 의미의 모방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되는 것은 무엇이든 밈이다. 당신의 어휘에 포함된 모든 단어들 당신이 아는 모든 이야기들, 당신이 배운 모든 기술들과 습관들, 당신이 좋아하는 놀이들이 밈이다. 당신이 즐겨 부르는 노래들도 당신이 준수하는 규칙들도 포함된다.

 

수백만명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신도 모방을 통해서 습득했을 것이다. 정보든 지침이든 무언가 사람들의 뇌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밈이다. 밈은 우리에게 유용한 것이든,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이든, 해로운 것이든, 무차별적으로 번진다. 우리는 밈이 이기적이며, 그저 자기자신의 확산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복사하며 퍼지는 밈은 성공적인 밈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밈은 성공하지 못하는 밈이라는 뜻일 뿐이다. 인간은 모방능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밈의 이동에 꼭 필요한 숙주가 되었다. 나는 인간의 삶과 진화에 제2의 복제자가 작동한다는 개념을 학계가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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