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밈은 남을 관찰함으로써 어떤 행동에 관해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탁월하고, 보편적인 모방능력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밈을 모방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광범위한 밈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라는 결론이 된다. 그런 밈에게 한가지 유용한 전략은 한 사람의 뇌자원을 동원하여 자신을 연거푸 재생시키는 것이다. 우리 각각은 매일 수 많은 밈을 직접 탄생시키거나, 우연히 만난다. 우리의 생각은 대부분 밈이겠지만 말로 표현되지 않으면, 곧장 죽어버린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마다 늘 밈을 생산하지만, 대부분은 이동중에 재깍 소멸해 버린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에도, 글로 적힌 말에도, 남들이 행동에도, 기술제 품에도, 영화나 그림에도, 밈이 실려있다.

 

매일 수백만 부의 신문이 인쇄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대부분 감쪽 같이 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잊어버린다. 책은 아주 조금 더 사정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만도 매년 수십만권의 책이 나온다. 그 모두가 영향력이 있거나 오래 기억될 리는 없다. 과학논문의 경우에도 어떤 것은 널리 읽히고 인용되지만, 어떤 논문은 단 한번도 읽히지 않는다. 당신은 생각을 멈출수 있는가? 명상이나 그 밖의 마음안정기법을 시행해본 사람이라면, 이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알 것이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가만히 받아들인뒤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라. 그 생각을 쫓아가려고 하지마라. 이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 그럴까? 당신은 분명 생각들이 난데없이 솟아나서 당신의 주의를 사로잡는 것처럼 느겼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생각들인지 눈치챘는가? 그것은 대개 가상의 대화나 주장, 과거의 사건을 재현 하되 다른 결말을 맺어보는 것, 자기 정당화, 미래에 대한 복잡한 계획, 앞으로 내려야할 까다로운 결정이다. 그칠줄 모르는 이 생각들이 모두 밈이다. 당신이 그것들에게 멈추라고 명령할수 없고, 좀 천천이 오라고 명령할수도 없다. 심지어 당신 스스로 그것에 빨려들어가지 말자고 할 수도 없다. 그것들은 독자적인 생명의 힘을 지닌 듯하다. 생각에는 뭔가 기능이 있을 것이다.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유용한 기술을 연습하거나, 문제를 풀거나, 더 나은 협상을 위한 사회적 소통방법을 생각해 내거나, 미래의 활동을 계획 중인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내 머릿속에 늘 떠도는 어리석고, 무의미한 생각에 비추어 보면 이런 설명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수렵채집인들은 대강 100명에서 250몀 규모로 집단을 이루었고, 가족간의 강력한 유대와 복잡한 사회규칙을 유지했다. 여자들은 식물을 체집하러 다니고, 남자들은 사냥을 했다. 수명은 오늘날에 비해 매우 짧았다. 이런 생활방식에는 넓은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구 밀도에는 한계가 있었고, 포식동물이나 질병을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식량을 마련하는데 하루종일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고, 남는 시간도 꽤 많았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목적없는 생각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정당화될 정도로, 그 생각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 것일까? 아니면 마치 햇빛을 쬐는 고양이처럼 가만히 아무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까? 모든 생각과 발상은 뇌의 주의력을 쟁취하여 자신을 복사할 기회를 얻기 위해 그 한계내에서 경쟁한다. 밈의 유용한 전략은 한사람의 뇌자원을 동원하여 자신을 연거푸 재생시키는 것이다. 그런 밈은 재생되지 않는 다른 밈에 비해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다. 내가 스스로 생각을 멈추도록 강제할수 없는 까닭은 무수한 밈이 내 뇌공간을 놓고 서로 다투기 때문이다. 공간과 물과 빛이 있으면, 씨앗은 자라기 시작한다. 씨앗들은 원래 그러기 위해 존재한다. 뇌속의 밈들도 마찬가지다.

 

여분의 사고 용량이 있다며, 밈들도 당장 그것을 차지한다. 우리가 뭔가 엄청나게 흡인력있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중이라도, 그보다 더 흡인력있는 발상이 등장해서 기존의 생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그 생각은 전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명상은 일종의 정신적 잡초뽑기다. 숲에서는 모든 나무들이 빛을 두고 경쟁하므로 키가 큰 줄기를 만드는 유전자가 유리해져서 유전자 풀에 쉽게  퍼질 것이다. 이때 누가 이익을 보는가? 나무들은 아니다. 나무들은 줄기를 키우는데 어마어마한 에너지 투자를 했고, 그러고서도 여전히 서로 경쟁하는 중이다. 수혜자는 성공적인 유전자이지, 나무들이 아니다. 중점적으로 기억할 것은 도킨스의 원래 정의에서도 그랬듯이 '밈은 모방에 의해 전달된다'는 점이다. 나는 밈을 어떤 행동 수행에 관한 지침으로서 뇌에 저장되어 있으며, 모방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생각이나 행동이 복사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모방이다. 당신이 어떤 이야기를 듣고, 그 줄거리를 들려줄 때도 밈을 복사한 것이다. 잠깐 창문으로 뭔가를 바라본다면, 짧은 몇초 동안이라도 어떤 광경, 소리, 인상이 당신의 경험을 구성한다.

 

작동적 조건화는 동물의 행동이 보상되거나 처벌됨으로써, 그 행동의 빈도가 증가하거나 줄어드는 현상이다. 사람의 대부분의 학습은 이런 형식이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부모는 아이의 행동을 통해 강화를 조정한다. 아이에게 최고의 보상은 부모의 관심이고, 처벌보다는 보상이 더 잘 먹힌다. 따라서 아이가 착하게 행동할 때 부모가 관심을 많이 쏟고,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부릴 때 부모가 무관심하게 대하면 아이는 착하게 행동하는 것은 자신의 이득에 부합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이다. 감정은 인간의 삶에서 뗄려야 뗄수 없는 일부로서, 합리적 사고와 의사결정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우리가 시를 쓰고, 장미를 건네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미약하게나마 감정을 소통하려는 시도이다. 우리가 디른 사람으로부터 감정을 옮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가령 남들의 비통함을 목격한 반응으로 내게도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은 확실히 모방처럼 보인다. 이렇게 전염처럼 퍼지는 현상이 모방처럼 보이는 까닭은 한사람이 무언가를 하니까, 다른 사람도 똑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이것은 모방이 아니다.

 

어떤 기분이나 감정이 군중에게 확산되는 현상, 남들이 뭔가를 쳐다보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도 한 사례다. 이런 전염은 진정한 모방이 아니다. 한편 사회적 학습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관찰하거나, 상호작용함으로써 그에 영향을 받아서 학습하게 되는 현상이다. 우리가 밈을 모방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광범위한 밈 전파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사람뿐이라는 결론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거의 모든 사회적 학습을 문화진화의 정의에 포함시켰다.

사람은 보편적 모방 능력이 있기 때문에, 거의 무한한 종류의 행동을 새로 발명할 수 있고, 서로 따라할 수 있다.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밈으로 정의한다면, 따라하기 전달과정에서 전달된 그 무언가가 밈이다. 밈은 세가지 진화의 필수조건, 행동의 형태와 세부사항이 복사되는 것, 실수와 변화를 추가하여 복사되는 것, 모든 행동의 일부만이 복사되므로, 복제자의 기준을 만족시킨다. 이것은 진화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