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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인류(1)

우리가 유인원과 공유하는 특징은 많다. 여기서 특징이란 신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행동양식도 포함된다. 코의 모양과 얼굴형태, 좋은시력, 재주 많은 손, 다양한 몸짓과 표정, 어휘 등 일부는 찰스 다윈이 파악한 것들이다. 그래서 인간이 발가벗은 영장류에 불과하다고 했다. 유전물질을 대상으로 조상 관계를 조사하자 우리가 침팬지와 유전적으로 대단히 비슷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몇몇 분자를 토대로 작성된 분지도를 보면 침팬지와 고릴라보다 인간과 침팬지가 더 가까우며, 세 종은 오랑우탄보다 서로 더 가깝다고 나와 있다.  침팬지는 결코 반쯤되다만 인간이 아니며, 나름대로 다재다능한 동물이다. 흉내내기 전문대역도 아니고, 광대짓을 하는 축소모형도 아니다. 그들이 우리와 가깝다면 공통조상 이후로 일어난 작은 유전적 변화들 속에 사실상 중요한 변화들이 숨어 있었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했다는 개념이 널리 받아들여진 이래로 그곳에서 점점 더 많은 호미니드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남아프리카,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가 주요 발굴지다. 고리는 처음에는 한줄로 연결된 사슬 처럼 보이지만, 이제 가지들 처럼 갈라지면서 뻗어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네덜란드 동인도 제도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했던 외젠 뒤부아는 1895년 네덜란드 라이덴에서 열린 한 학회에서 자바인, 즉 피테칸트로푸스 에렉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화석을 발견한 곳은 솔로강 연안의 트리닐이었다. 그 발견은 고생물학상 가장 운좋은 사건에 속한다. 피테칸트로푸스는 목록에 맨처음 등장한 이름이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현재 자바인은 자바 에렉투스로 불리며 따라서 우리 자신과 가깝다고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예전 이름도 언급할 가치가 있다. 피테칸트로푸스는 ‘곧추 선 원인’이라는 뜻이며, 그 이름에는 뒤부아가 그 화석이 어느 위치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는 그 화석의 뇌크기가 유인원과 인간의 중간쯤이고, 팔다리 뼈가 직립자세를 나타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유인원의 특징인 독특한 송곳니가 없었다. 따라서 그것은 ‘잃어버린 고리’ 임이 분명했고, 이름으로 피테칸트로푸스가 선택되었다. 그의 발표가 있은 지 30년뒤 독일인 랄프 폰 쾨니히스발트가 호모 에렉투스 화석들을 더 발견했다. 1925년 레이먼드 다트는 남아프리카 타웅에서 또다른 형태의 잃어버린 고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고리는 유인원에 더 가까웠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라고 이름 붙여졌다.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에서 호미니드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줄 몇백년 동안의 지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959년 진잔트로푸스가 발견되면서 그 후 몇 군데 발견지에서 손재주가 있다는 의미의 호모하빌리스도 찾아냈다. 두개골은 뇌의 크기와 이빨, 따라서 식성과 지능에 관한 증거를 제공하는 성배와 같다. 호미니드 화석들과 함께 발견되는 동식물들의 화석들도 인간의 뼈만큼이나 그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학자들은 400-500만 년전에 울창한 숲이 성긴 숲과 사바나로 변한 것이 인류 진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들을 촉진했다고 말한다인간의 기원을 규명하는 최근의 연구에 필요한 구성 요소가 하나 더 있다. 탄자니아의 많은 발굴지 그리고 아프리카 동부를 거의 둘로 가르고 있는 동아프리카 지구대에는 활화산이 많았다. 그 화산들은 이따금 뜨거운 화산재와 용암을 뿜어냈다. 그런 폭발이 일어난 시기는 기후와 호미니드의 해부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와 일치했다. 화산 퇴적물 안에는 연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사성이 들어있다. 그것들은 시계가 된다. 1976년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코끼리나 코뿔소 발자국처럼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을 발견했다. 이 발견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화산암에 있는 동위원소를 이용하여 연대가 360만년전이었음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보행자중 키가 큰쪽은 1.4미터쯤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오래전 두개골이 현대인의 뇌용량 만큼 커지기 전에 두 발로 서서 걸었던 호미니드가 있었다. 다리로 서자 먼저 자유롭게 움직이는 팔이 진화했다. 자유로워진 손은 정밀하게 조작하고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화로운 움직임이 필요했고 그때서야 뇌의 크기가 중요해졌다.

 

우리는 지금도 아기가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아이 성장의 중요한 단계라고 본다.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물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인간만이 직립보행을 한다. 그것은 드러나지 않은 단점도 있다. 우리는 다양한 원인들로 척추에 문제가 생긴다. 그것은 몸이 옛시절을 잊지못해서 때문이 아닐까? 직립 보행은 한 순간에 나타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발뼈 화석들을 볼 때 적어도 초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종들이 나무 위에 살던 습성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최초 친척들은 당시의 온갖 포식자들을 피해서 황급히 나무 위로 달아나야 할 일을 자주 겪었을지 모른다. 시간의 모래에 발자국을 남긴 범인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속한 최초의 종인 아파렌시스일 가능성이 높다. 이 종의 화석들 중 가장 온전한 것이 '루시'이다. 뼈에서 그는 여자였고 전체 골격의 약 40%가 발견되었다. 루시와 그 동족들 이후로 100-300만년전 아프리카에 인간을 닮은 유인원들 서너 종류가 동시에 살았던 흔적들이 발견되었다석기들은 250만년전의 지층부터 출토 되는데 100만년 넘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호모에렉투스는 에티오피아의 투르카나 호수 주변에서 채집된 화석들을 통해서 알려졌다. 약 170만년전의 것이다. 앞서 자바와 중국에서 호미니드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들이 바로 호모에렉투스다. 자바와 중국의 화석들은 먼저 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역사가 펼쳐진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아마 더 멀리 진출했던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최신 연대측정자료에 의하면 뒤부아가 오래전에 트리닐의 솔로강에서 발견한 자바 표본들은 연대가 고작 10만년 밖에 안된 것들이다. 따라서 그 원시적인 종들이 다른 지역에서는 현대적 모습을 갖춘 인간들이 이미 번성하고 있던 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에렉투스가 만든 도구들의 종류에서 사냥하거나, 죽은 동물의 고기가 중요한 식량이 되었음을 짐작한다. 육식이 인류역사 초기에 아주 중요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뿌리, 열매, 잎으로 보충했을 것이다. 고기는 영양분이 많으며 풍족한 식사는 빈둥거리면서 혁신적인 활동을 구상할 여유를 주었을 것이다. 그 무렵 불을 길들였음을 보여주는 모닥불 흔적들도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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