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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거대한 대륙(2)

고생물학자들은 무엇보다도 뼈를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이야기가 뼈에, 뼈에 일어난 변화들에, 쓰여 있음을 안다. 뼈는 진화의 방향을 알려줄 노선도를 제공한다. 두개골과 턱의 뼈들은 특히 많은 것을 말해준다. 식성과 계통 양쪽으로 그 동물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빨만 보아도 많은 정보를 얻는다. 날카롭고 뾰족한 이빨은 포식 습성을 말해주고, 가장 자리가 톱니 같이 날카로운 이빨은 육식동물 것이다. 위가 편평한 이빨, 특히 표면에 이랑이 나 있는 이빨은 전형적이 초식동물의 것이고, 작고 뾰족한 이빨은 식충동물의 것일 때가 많다. 두개골은 그저 뇌를 담고 보호하는 튼튼한 집이 아니다. 턱에 필요한 근육을 고정시키는 곳이자 감각기관들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현대 동물중에서 흥미로운 비교가 될만한 것을 찾아볼 수도 있으며, 턱의 공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그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어느 동물과 유연관계가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육상동물은 초기진화중 상당부분 더 효과적으로 물어뜯기 위한 쪽으로 이루어졌다. 초기 육상척추동물은 턱을 딸깍거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턱을 악다물거나 무언인가를 씹으려면 더섬세하고 유연한 근육이 필요했다. 오늘날 두개골에 주요 구멍이 없는 파충류는 바다거북류와 거북류 뿐이다. 그들의 두개골에 큰 구멍은 눈구멍밖에 없다. 남아프리카의 카루계지층들에서 나온 장엄한 화석들이 유명하다. 그 지층들은 대규모 빙하작용이 일어났을 때는 제외하고는 시원한 온대환경에서 형성된 것들이다. 비록 파충류들은 페름기에 진화한 작은 포유류형 파충류에서 출발했지만, 트라이아스기에는 몸길이가 3미터쯤 되는 비교적 커다란 종들도 출현했다. 그들의 이빨은 그들이 몇가지 생활습성을 진화시켰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부 종은 초식동물이었다. 같은 지층에서 강한 근육이 붙은 거대한 머리화석들도 발견되었다.  트라이아스기가 되자 식성과 습성의 유연성을 활용할 수 있었던 일부 파충류는 거의 판게아 전역에서 번성했다. 사지류가 전세계를 활보할수 있었던 그런 시대는 그 뒤로 다시 오지 않았다. 적어도 배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판게아시대는 먹이사슬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이 존재했다. 소수 대형 육식동물이 꼭대기에 놓인 먹이 피리미드는 그 뒤로 육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연주되는 주제가 되었다. 비록 그 먹이 피라미드를 이루었던 원래의 동물들 중에 현재 살아남은 것은 거의 없다고 할지라도 구조 자체는 살아남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설명할 때 우리는 점점 더 잘 적응해 나간다는 말을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단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파충류의 턱근육이나 자세가 확연히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생태계 자체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생태계는 하나의 계로 작용한다. 생태계에서 변화는 동물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난다. 초식동물이 더 나아지고 더 빨라진다면, 더 능력있는 사냥꾼이 출현하여 균형을 맞출 것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절멸이 판게아시대에 일어났다. 그 일은 아마 두번에 걸쳐 일어났을 것이다. 약 2억5천만년전 페름기가 끝날 무렵에 대규모 멸종이 있었고, 그보다 천년쯤 뒤인 트라이아스기가 끝날 무렵에 다시 한번 절멸 사건이 일어났다. 오르도비스기 말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전면 중단되었다. 페름기말은 자연계가 재편된 시기였다. 그것은 진정한 대량 절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페름기의 대절멸은 현재의 생물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대다수 동물들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그 변화는 바다에서 가장 심하게 일어났다. 모든 종의 96%가 죽었다고 한다. 삼엽충은 두번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페름기의 마지막 삼엽충들은 적어도 1억년동안 번성했으므로 아주 성공한 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단 한번의 격변으로 그런 절멸이 빚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페름기말의 오랜 기간에 걸쳐 마지막 생존자들이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던 듯하다. 그것은 이들이 페름기가 끝날 때 최후의 일격으로 단숨에 사라진게 아니라, 서서히 쇠퇴 했음을 나타낸다. 페름기에서 트라이아스기까지 퇴적물들이 꾸준히 쌓인 지층 단면을 보여주는 곳은 극히 드물다. 이 기간은 지질시대의 암흑기라 할만큼 증거를 찾기 어려운 시대다. 이 시대의 지층들은 인도의 솔트레인지, 카슈미르, 이란 북부 , 그린란드 등 접근하기 어려운 몇몇 지역에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 육상척축동물의 기록은 더 혼란스럽다. 포유류형 파충류 같은 주요 육상파충류는 상당수가 페름기에서 살아남아 트라이아스기로 진입했지만, 종 과 속 수준에서 보면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 이 시기 화석들은 상당수가 남아프리카의 카루분지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곳의 층서는 불완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심하게 영향을 받는 해양동물들은 따뜻한 열대수역인 테티스 해에서 살았던 것들이다. 이 동물상은 페름기 생물 다양성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따라서 그 대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은 생물의 다양성도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극적인 기후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는 운석충돌이 페름기 말에 있었다는 증거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 판게아,  남극에서 북극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초대륙의 존재 자체도 절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땅덩어리의 배치가 아주 독특했으므로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다가 후퇴했다는 증거도 꽤 확실하다. 조금 흥미로운 색다른 가설이 제기되었다. 우주적 존재가 갑자기 세계에 독을 풀었다는 개념이다. 독물로 거론된 원소는 바나듐이다. 또 하나 독창적인 가설은 염분 농도의 급격한 감소를 원인으로 든다. 소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서 대양의 대다수 해양 생물들이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생명의 이야기 전개를 중단시킨 이 최대 규모의 사건은 몇가지 불행을 조합하여 해석하는 편이 가장 나을듯 하다. 온갖 변화를 견디고 살아남아야 하는 생명에게 이 시기는 불운이 엎친데 덮친 격인 때였다. 기후변화, 바다변화, 지리적 환경변화 등이 모두 위협적으로 급박하게 연달아 일어났다. 테티스해에 살던 생물들은 정된 열대의 따뜻한 물이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더 추운 세계에서는 버틸수 없었다. 기후가 차거워지자 적절한 수준의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파충류들도 있었다. 해양동물들은 용존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 할 위험에 처했다. 우리는 미덕이 이긴다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토마스 하디 이전의 소설가들은 대부분 그렇게 썼다. 설령 힘들고 일시적인 불운과 역경이 닥쳐온다고 해도 결국 그렇게 된다고 썼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일어난 좋은 일들을 설명할 때, 대개 미덕덕분으로 돌리곤 한다. 행운?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내심으로는 선행에는 그에 걸맞는 보상이 따른다고 믿는다. 절멸 개념은 무능이라는, 응징이라는 개념과 묘하게 결부되어 있다언론에서 흔히 경멸적으로 사용하는 공룡이라는 말에도 그런 관점이 배어 있다. ' 재계의 공룡들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 공룡 노조들의 전성시대는 지나갔다'.같은 상투적인 표현이 그렇다. 그렇다면 행운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면 어떨까? 우리의 운명은 지각판에 달려있다. 지각판들이 우리를 어디로 싣고 가는가에 따라, 우리는 냉동 되거나 물에 빠지거나 포식하거나 굶을수 있다. 지각판의 배치는 해류와 대류를 변화시켜 기후 전체를 조절하기도 한다. 페름기 말은 물과 기후의 모든 물리학적 및 화학적 요소들이 작당하여 판게아 위와 주위에 사는 생물들을 여과기에 거르듯이 쥐어짠 시기였다.

 

미덕이 생존과 무관하고 생존이 그저 운에 따른 것이 아니었을까? 생존자들이 지닌 능력이 거의 때 맞추어 행운에 기여했다는 것은 사실처럼 보인다. 어떤 특성들이 나중에 선호될지 미리 알기란 불가능하며, 생명의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일에 희생자들보다 생존자들이 반드시 더 능력있고, 적합했다고 볼 수는 없다. 판게아 시대 대륙들이 한쪽 반구에 몰려 있었다면, 세계의 다른 절반은 광활한 대양이었다. 그 바다는 현재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그 뒤 일어난 지각판들이 움직임으로 흔적 조차 없이 사라졌다. 동물학자들은 대양의 섬들이 진화의 본거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와이제도 같은 외딴 섬들에는 특이한 동식물들이 가득하며, 그중에서도 오직 한두 섬에만 사는 것들이 많다. 극소수의 동물만이 아주 우연히 이런 외진 땅을 발견한다. 이 잊혀진 바다 한가운데의 세계에서는 변덕스러운 우연의 산물들이, 행운이 만든 기회들을 차지한 생물들이 우글거렸다가, 다시 변덕스러운 환경 변화로 증거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을 것이다. 이 사라진 반구는 이동하는 지각판들의 지구라는 무대에서 펼쳐진 우연의 제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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