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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종말론자들

 공룡은 조류로 변신한 것들만 제외하고는 백악기와 함께 종말을 고했다. 그들의 종말은 갑작스럽게 닥친 듯했다. 그들이 종말을 맞은 것이 아니다.  약 6억5천만년전 백악기와 제3기사이에 큰 격변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고 적응해야 한다. 사람들이 이 격변을 천벌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며, 죽음이 천사와 종말의 나팔소리 같은 것을 들먹인다. 우리는 죽음을 놓고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렇게 유난을 떨만한 가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은 마음만 먹으면 그런 의식 절차와 도구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지구의 겉모습을 바꿀수 있다. 어떤 혜성이 갑자기 지구에 부딪히게 되면, 모든 생물은 사라질 것이다.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생명체가 발달할 때까지 지구는 침묵속에서 회전할 것이다. 

 

데본기 하천의 활동은 현대의 적당한 강을 살펴봄으로써 추론할 수 있고, 고대 화산들은 현대의 에트나 화산이나 아조레스 제도의 화산을 살펴보면 되었다. 진화 자체는 자연선택을 통해서 추진되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 에서 경쟁과 유전은 서로 협력하여 거의 항상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향을 미쳤다. 격변은 공포와 혼란을 야기하고, 규칙을 깨고 신비로운 행운이나 모호한 미덕에 따라 생존여부가 결정되었다. 산맥이 솟아오르고, 대륙들이 쪼개지고, 홍수가 일어나고, 전설들이 생겨나는 것 등등 . 백악기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면 지층 순서별로 암석들에게서 증거, 즉 확고한 사실들, 현장 증거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많다. 많은 지층 단면도에서 절멸이 일어난 바로 그 시기의 암석 기록이 누락되어 있다. 학계에서는 그 절멸의 시기를 K-T경계라고 부른다. 제3기K는 백악기의 어원인 그리스어에서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따라서 절멸문제는  K-T 에 무슨 일어 있었는가로 표현할 수 있다.

 

이상적인 해상층 단면도를 찾아 이탈리아 중부의 구비오로 가자. 현재 솟아올라 이탈리아 등뼈 즉 아펜니노산맥을 이루고 있는 암석들은 원래 비교적 깊은 바다밑에 쌓였다가 굳은 것이다. 백악기와 제3기사이의 변화가 아주 급격했다. 크든 작든 간에 K-T 경계를 넘어선 화석종은 극히 드물다. 암모나이트는 사라져서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설령 전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해도 멸종한 해양동물이 많았다. 하지만 K-T 사건이 어떤 성격의 것이었든 간에 그 사건뒤에 바다가 낯설고 빈약한 곳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제3기의 바다에 자리잡은 전형적인 몇몇 동물들의 화석이 나타난다. 위기가 지나갔고 세계가 돌이킬 수 없이 변했음을 알려주는 화석이다. 암석에 든 화학원소의 양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들이 있다. 원자량의 차이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K-T 경계의 얇은 점토층을 분석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지층 단면도의 다른 층들에 비해서 이 얇은 층이 이리듐의 농도가 대단히 높았다. 이리듐은 지표면에서는 비교적 희귀하지만 운석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있는 원소이다. 따라서 K-T사건이 운석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고, 그 가설은 적어도 지지자들에게는 놀랍고 명백해 보였다. 육지와 바다 할 것없이 크고 작은 모든 동물들에 영향을 미친 K-T 절멸은 거대한 운석의 충돌이 빚어낸 격변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갑작스럽게 죽음을 지구 전체에 죽음을 가져온 재앙이었다.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충돌로 공중으로 올라간 거대한 먼지구름이 태양을 가렸을 것이다. 잎은 덩굴이 붙은 채 시들었을 것이며, 바다는 식물성 플랑크톤들이 사멸하면서, 먹이사슬이 파괴되었을 것이다. 지구는 어둠컴컴해졌을 것이다. 잎이라는 먹이가 없어지자 거대한 초식공륭들은 굶어죽었고, 거대한 포식자들도 곧 뒤를 따랐다. 이리듐외에도 충돌을 뒷받침하는 놀라운 증거들이 계속 발견되었다. 몇군데의 K-T 지층단면에서 아주 미세한 충격 변성 석영조각들이 발견되었다. 이산화규소인 석영은 사실 아주 흔한 광물이다. 모래의 주성분이 석영이다. 하지만 몇군데 잘 알려진 운석충돌 크레이터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석영은 고압의 충격을 받으면, 아주 신기한 성격을 띠게 된다. K-T 경계를 중심으로 이렇게 체계적으로 지층을 분석하자 육지에서 형성된 몇몇지층들에서 놀라운 지층들이 나타났다. 한 예로 알래스카에서 K-T 경계밑에서는 다양한 꽃가루들이 나타나다가 그 위에서는 양치류 포자들이 주로 나타났다. 그 지층에서 위로 더 올라가자 꽃가루가 다시 나타나면서 양치류 포자들이 줄어들었다.

 

비가 정기적으로 내리는 기후대에서 화산의 폭발로 새 섬이 생길 때 양치류도 맨처음 종착하는 생물들중에 속한다. 양치류의 포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멀리까지 퍼진다. 아주 작고 바람에 실려 날아다니기 때문이다. 세인트헬레나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를 흩뿌리고 엄청난 파괴를 일으킨 뒤, 황폐해진 바닥에 빗물이 흘러 생긴 틈새에 맨처음 모습을 드러낸 식물 중에 양치류도 있었다.  양치류 포자의 급증은 전체에 재앙이 닥쳤다는 것을 시사한다. 재앙 직후의 세계는 대단히 기이한 환경이었을 것이다. 회색먼지만이 가득한 경관이 적어도 10년동안 지속되었을지 모른다. 그 뒤 고사리포자들이 퍼졌다. 포자들은 자유롭게 싹을 틔워 모든 경쟁에서 해방된 채 쑥쑥 자라서 곧 섬세한 엽상체들의 숲을 이루었을 것이다. 잠시나마 데본기의 숲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것과 달리 공룡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그저 받아들여야 했던 가여운 폼페이 주민처럼, 어찌할수 없이 그냥 쓰러졌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운석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비록 거의 같은 시기에 주요 화산이 폭발 했다는 것도 의문의 여지가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화산들은 판게아가 급속히 갈라져서 대륙들이 현재의 위치를 향해 꾸준히 움직이던 무렵에 지각에 열린 균열들을 따라 형성되었다. 화산도 이리듐 함량이 높으므로 화산이 경계층 이리듐의 공급원일 수도 있다.

 

K-T 경계때 커다란 천체가 지구에 충동했다는 증거가 명백하다 할지라도, 그 사건은 동물마다 다른 식으로 영향을 미친 듯하다. 어류는 궁극적으로 먹이사슬이 바닥에 놓인 플랑크톤에 의지하는데, 어떻게 어류가 그런 빈약한 먹이에 의지해서 살 수 있었던 것일까?  현재 산호초를 형성하는 대규모 산호동물은 몸속에 공생체인 조류를 지니며, 조류가 없으면 번성 할 수 없다. 조류는 빛이 있어야 번성하는데, 그런 까다로운 식물과 공생하는 예민한 동물들이 어떻게 그런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운석충돌로 생긴 크레이터들은 세계각지에서 발견된다. 지금은 방사성시계를 이용하여 충돌이 언제나 일어났는지 측정할수 있으며, 크레이터 바닥에 쌓인 퇴적물에 든 화석들을 통해서 환경이 복원된 과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곳도 있다. K-T 크레이터는 가장 큰 축에 들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고대 경관이 재구성 되면서 그 불덩이 유성이 바다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오르도비스기말과 페름기말에 있었던 절멸을 이야기 했다. 인용할 수 있는 절멸사건들은 더 있다. 데본기 말이나 트라이아이스기, 쥐라기 사이도 그렇다. 대량 절멸은 통계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짧은 기간에 죽어가는 종의 수가 정상 비율보다 높아지면, 그것에 해당 될 수 있다. 어쨌든 동식물들이 사라지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 않다면 기나긴 지질학적 시간이 흘러 동물상과 식물상에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로프와 셉코스키는 페름기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2600만년마다 주기적인 절멸이 있었다는 유명한 선언을 했다. 운석들이 정기적으로 지구를 폭격함으로써 주기적으로 대량 멸종과 격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화석들은 시간의 전령들이다. 그러나 완벽하게 보존됨으로써 시간 자체에 반항하는 화석들도 있다, 호박은 대단히우수한 타임캡슐이다. 호박은 진정으로 영원하다. 호박은 몇몇 종류의 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나오는 나무진에서 형성된다. DNA 분자는 약하기 때문에 뼈와 달리 오래 보존하기 어렵다.  그것은 조각조각 흩어져서 특성을 잃는다. 1991년 도미니카에서 나온 호박 표본들에서 벌의 DNA 조각들을 추출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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