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형성되고 있는 태양 주위를 돌던 부스러기들에서 태어났다. 먼지와 돌로 빚어진 행성이었으며, 태양의 인력에 속박되어 갇힌 크기가 직은 덩어리들 중의 하나였다. 지구의 역사에서 한두 가지 상황이 달라졌다면, 지구는 다른 행성이 보여주듯이 생명이 없는 행성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 응결 과정이 다소 부드럽게 이루어졌다고, 설탕에서 솜사탕을 빗듯이 먼지에서 지구가 빚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가 충돌하고, 쪼개지고, 구어지는 혼돈속에서 잉태되었다고 본다. 모든 것이 불안정 했다. 성장하는 행성의 표면으로 계속해서 운석이 쏟아졌다. 운석들은 강하게 충돌하면서 암석표면을 녹이고, 심지어 에너지를 쏟아냈고, 그 자체도 부서지고 녹아서 성장하는 지구에 물질을 보탰다. 달은 유달리 격렬한 충동이 일어날 때 떨어져 나가서, 생명이 없는 위성으로 영구히 남아 있을 운명을 맞이했다. 달은 거의 화석과 흡사하게 이웃한 행성에서는 세월과 침식작용으로 오래 전에 지워진 옛 기룩들을 보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무렵 어린 지구라는 회전하는 공은 계속되는 격렬한 충돌로 녹고 불타고 있었을 것이다.
광란의 연금술속에서 뒤섞이고 재결합하여 새로운 물질들이 생겼을 것이다. 지구의 크기와 불을 공급하는 열은 아주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더 작은 행성은 타버릴 수 있고, 더 큰 행성은 표면 온도가 생명을 부양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지구는 축을 따라 돌기 때문에, 한 쪽면만 무자비한 태양에 노출되지 않는다. 모든 면이 그 축복을 받으며 지나치게 구어지는 면도 없다. 우리는 돌면서 골고루 달구어진다. 마찬가지로 태양과 지구의 거리도 미세하게 조정되어 있어 우리는 불타버릴 정도로 가깝지도 않고, 햇빛이 약해서 생명이 의존하는 화학반응들이 일어나지 못할 만큼 멀지도 않다. 태양계에서 지구의 위치와 자전축은 생명이 살 수 있도록 미세하게 조율되어 있다. 생명이 단지 우연의 산물이라면, 그렇게 나오도록 주사위들이 조정되어 있었던 셈이다. 지금은 운석들은 대부분은 산소가 많은 지구 대기로 진입할 때 타버리고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지구 초창기 운석들은 지구에 충돌하여 녹음으로써 생성되고 있는 세상에 선물을 안겨주었다. 따라서 운석들과 혜성들을 살펴보면, 원시 지구로 어떤 화학원소들이 쏟아졌는지 알 수 있다. 흔한 원소들 가운데 탄소도 있었다.
탄소는 생명의 핵심을 이루는 없어서는 안될 보편적인 성분이다. 탄소원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다른 원자들과 결합하기도 하면서 DNA에서 부터 발톱에 이르기까지 생명자체를 이루는 온갖 유기화합물을 만든다. 탄소에 버금갈 만큼 다재 다능한 원자는 규소(실리콘)밖에 없다. 규소는 암석을 만드는 수 많은 광물들이 필수품이다. 규소도 이웃 원자들과 팔짱을 낌으로써 큰 분자를 만들 수 있다. 실리콘칩은 규소의 특성을 이용하며, 탄소에 기반을 둔 우리 뇌의 지능에 맞설만한 것이 실리콘 지능 뿐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무수한 운석들과 혜성들이 충돌했다는 것, 특히 그것을 태워 없앨만큼 지구대기가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에 생명이 탄생할 세계를 준비하는데, 그것들이 중요한 역할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불타는 생성의 시기에 생명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길 수 없었다는 것도 명확하다. 이 기여자들은 생성에 필요한 성분들을 제공하는 한편으로 지구 표면을 볼모지로 만드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달의 역사는 수십억 년째 동결되어 있다. 자매이자 이웃인 지구의 역사가 무수히 고쳐 쓰인 반면, 달에는 대기가없었기 때문에 처음에 적힌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우리의 과거는 끊임없이 진행되는 바다, 바람, 얼음의 순환과정에 사로잡혀서 계속 지워지고 변형되었다. 하지만 달에 생긴 분화구들은 오랜 세월을 견딘다. 더 젊은 분화구들은 총알에 맞은 흉터처럼 격렬한 충돌이 있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방사상 흔적들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달의 분화구들은 대부분이 46-35억년 전에 형성된 것이다. 우주선 덕분에 우리는 먼 행성들에 새겨진 과거의 흔적들을 한 때 천문학자들이 꿈이라고 생각했던 수준까지 상세하게 볼 수 있다. 매리너 10호는 수성의 표면이 황량하고 활기 없는 분화구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보이저 호는 해왕성을 도는 달 6개를 새로 발견했다. 그 달도 고대의 충돌로 생긴 얽은 자국들로 가득 했으며, 상상 이상으로 황량했다. 지구에서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진 것은 대기와 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성이 생성되던 격렬한 시기에는 어떤 원시 대기가 있었던 간에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나중에 단단한 지각이 발달하고, 대기를 이룰 기체들과 상당히 많은 양의 물이 화산과 분출구와 수 많은 분기공을 통해 뿜어졌다. 지구라는 땅덩어리 자체가 여러층으로 분화 하면서 더 많은 휘발성 화합물들과 기체들이 표면으로 올라왔다. 우리 행성의 초기 역사를 추정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 과정을 탈기(OUT-GASSING)라고 한다. 우리 대기 그리고 생명의 출현이 지구가 엄청난 많은 양의 방귀를 뀐 결과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대기는 지구 중력에 사로잡혔고, 태양의 강력한 복사선에 가열되고 처리되었다. 태양과 지구는 풍부하게 공급 되는 탄소, 물, 질소, 그 밖의 몇몇 원소들로부터 생명의 기본 물질을 자연적으로 합성하는 반응이 일어나기에 알맞은 거리에 놓여 있었다. 가장 오래된 암석은 그린란드 이수아에 있는데 38억년 전의 것이다. 그린란드 지각은 일찌감치 안정한 상태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뒤로 부터 수십억년동안 살아남은 것은 아마 대단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리학과 화학의 시대는 생명의 시대보다 먼저 있었고, 아직 추측의 영역에 속한다.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핵심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생명의 시작은 물질의 변형과정과 다를바 없다. 즉 평범한 원소들로부터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변형의 비밀을 탐구하는 과정은 아직 멀었으며, 그무수한 단계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다는 것은 인간의 해부구조에 관한 지식을 엽서 한장에 요약하는 것과 같다. 윤곽은 얼추 맞을지 모르지만, 세세한 부분은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생명, 40억년의 비밀( 리처드 포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동물들과 다른 식구들 (0) | 2013.02.21 |
---|---|
세포, 조직, 몸 (0) | 2013.02.20 |
생명의 발전 (0) | 2013.02.19 |
생명의 탄생 (0) | 2013.02.18 |
생명의 역사 (0) | 201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