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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정신장애 (권석만, 민병배지

노년기에 대한 고정관념 극복하기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무수히 많은 사회 문제들이 파생되었고, 모든 문제들이 시급을 다투는 난제들 이다 보니, 어떤 문제들은 관심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노인복지 문제다. 사회는 젊은이들 중심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장년들의 관심은 노인보다는 어린이와 청소년기에 더 기울어져 있다. 대가족 제도에서 핵가족제도로 빠르게 변환되고, 경제제도도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장유유서의 전통적 질서와 효의 정신이 점차 희미해진 것은 사실이다. 아이에게 심리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전문기관을 찾지만, 노인이 잠 못이루는 것까지는 관심이 못 미친다. 노년기 심리장애를 치료할 때 고려할 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노인에 대한 관심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심리장애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치료요소로는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과학적인 기법이 심리장애를 치료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노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없이는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입원치료나 재활훈련 등  어떤 치료적 노력도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에 대한 연령차별은 두가지 형태를 보인다. 하나는 노인에 대한 지나친 연민과 동정에서 비릇된다. 노인에 대한 보호자와 후견인 역할을 자처할 때 그 관심이 진실된 것은 사실이지만, 노인을 오로지 보호와 구제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을 편안하게 모시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하여 노인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편안히 쉬시라는 식으로 대한다. 이러한 동정 태도는 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데서 비롯된다인생은 어느 시기에서나 보호자의 과잉보호는 피보호자의 수동성을 부추기고 자립심을 저해한다. 또 다른 차별은 노인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노인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모든 노인의 문제들이 완벽히 설명될 수 있는 것 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노인의 수많은 필요와 욕구가 무시되기 십상이다젊은 사람들을 볼 때는 젊음과 관련된 특성보다는 그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보려고 한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모든 노인을 비슷하게 본다. 그만큼 노인을 볼 때 먼저 노인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고유하고도 개별적인 특성은 노인이라는 이름 아래 묻혀버릴 수도 있다. 노인들도 능력이 사로 다르고 성격도 서로 다르며, 건강 상태도 서로 다르고, 재산정도가 서로 다르며, 친구관계와 가족관계가 서로 다르다.

 

노인에 대한 두번째 잘못된 생각은 비생산성과 의존성에 대한 것이다. 노인은 이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이 아니며 따라서 돈을 벌 수 없으니까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노인을 비생산적이고 의존적인 존재로만 생각하면 젊은 사람에게나, 노인에게나 득보다 실이 많다. 젊은 사람들은 노인들을 연민과 보호의 대상으로 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담스런 대상으로 느끼게 된다노인들은 일하고 싶어한다. 또한 일을 할 수 있다. 일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보수와 직업에 관련될 필요는 없다. 스스로 보람을 느낄수 있고,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면 노인이 자기 가치감을 느끼고,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우리는 어떤 결과가 생기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인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아보려하기보다 모든 원인을 먼저 노화로 돌린다. 가령 '노인이 잠이 줄면 노인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한다. 병이 나면 '늙어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노인의 질병 원인을 노인의 탓으로만 돌리고, 또 다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국 적절한 개입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에도 이를 어찌할 수 없는 병이나 장애로 생각하여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다.

 

노인의 심리장애는 노인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심리장애 원인을 노화로 돌리고 나면 아무런 해결책도 없어져 버리지만, 노화 이외의 다른 원인들을 알게되면 해결책이 보인다. 노인에 대한 네번째 잘못된 생각은 노인은 완고하다는 생각이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노인이 변화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은 심리학적 개입의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변화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실제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결국 고정관념은 스스로 실현된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에도 변화를 꾀하면 변화는 나타난다. 노인에 대한 고정 관념이 사회적 가치관속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한 노년기는 무력감과 절망, 그리고 우울의 시기로 인식 된다.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고정관념은 노인 자신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노인은 이러한 잘못된 고정관념들을 자신속에 내면화 하여 스스로 믿게 됨으로써 결국 자신마저도 문제해결을 포기하게 된다. 노인을 어렵게 하는 것은 오히려 노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다. 노년기의 심리장애는 환경적인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의 사별, 가족으로부터 고립, 소외감, 가족과의 갈등, 신체적 질병, 경제적인 문제, 은퇴, 자신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환경 등의 환경적 스트레스는 심리장애의 주된 원인이 된다. 이런 경우 먼저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인이 느끼는 환경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덜어주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전문가와의 대화가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따뜻한 대화가 더 치료적일 수 있다. 또한 노인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심한 스트레스가 된다. 따라서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하는 것이 많은 치료적 효과를  줄 수 있으나, 입원 그 자체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간적 유대와 사회적 지지는 심리장애에 대한 완충역할을 한다.

 

심리장애가 심하고 가정에서 돌보기가 힘든 상황이라면 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심리장애가 심하지 않다면 가까운 사람과 격리시키기 이전에 평소 익숙하고 정든 환경에서 치료 받도록 배려해야한다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던 집과 마을을 떠나기 싫어한다. 몸과 마음이 아플 때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신에게 익숙하고 정든 가족과 이웃, 환경에서 벗어나는 자체가 심한 스트레스가 되고, 또 비용 문제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지역사회개입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노인에게 도움이 된다노년기에 보이는 불안, 우울, 불면 등의 고통스런 증상들은 적절한 약물의 도움으로 경감될 수 있다. 한편 약물치료는 노년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지만, 오용된 약물은 노인환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노년기에는 인생에서 약물복용이 가장 많은 시기다. 많은 노인들이 처방된 약물이건 혹은 자기가 처방하여 복용하는 약물이건 여러 다른 유형의 약물들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복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약물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심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또한 노인들은 노화와 관련된 생리적 변화로 인하여 약물의 흡수나 대사과정이 젊은 사람들과 다를 수 있다따라서 노인들이 복용하는 약물과 그 속성에 대해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약물처방은 의사에게 권한과 책임이 있지만, 불행하게도 환자들이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물복용을 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많은 환자들이 처방에 순응하지 않기도 하며 처방되지 않은 약물을 스스로 처방하여 복용한다.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이 나이에 심리 치료를 하겠어?' '늙으면 으레 다 그렇기 되는거지' '이제 와서 무슨 심리치료야.'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인의 자조적이고 자기 패배적인 인식이 배어난다. 노인의 이러한 자기 인식은 노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얼마를 살더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갈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노인들은 심리치료에 대한 동기가 부족하다는 편견과 노인에 대한 심리치료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편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므로 환자 본인이나 가족은 물론 치료자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런 편견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노인이 되면 본능적 욕구와 충동은 줄어들고, 초자아의 힘은 약해지기 때문에 방어의 경직성이 줄어들면서 자신과 현실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데, 이에 따라 노인의 심리치료가 젊은이에 비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노인 심리치료시 고려사항

첫째 노인들은 실제 의학적인 질병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노년기의 전반적인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노인 개인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치료자의 진지한 관심과 적극성이 필요하다.

다섯째 노인 치료에서 주의할 점은 치료에 대한 의존성이다. 자조적이고 자립적인 행동을 격려하고 강화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치료가 자신에게 역전이와 관련된 문제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환자의 모습에서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되는 감정, 죽음과 노화에 대한 걱정 등이 개입될 가능성이 많다.

일곱째 노인 환자를 치료할 때 가족의 참여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덟째 노인에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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