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년기 정신장애 (권석만, 민병배지

치매증상

 치매는 병명에서도 보듯이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의 손상이 핵심증상이다. 정신장애분류체계인 DSM-IV에는 다섯가지 인지장애, 즉 기억장애, 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실행기능의 장애가 치매의 주요 진단으로 되어 있다. 특히 치매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기억장애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실행기능장애의 네가지 장애중 한 개 이상이 존재해야 한다

 

 인지적 기능 손상 중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 기억장애이다. 기억장애는 치매진단에 있어 필수적인 증상이다. 기억장애가 나타나는 초기에는 단기기억의 저하가 나타나 최근 일을 잘 잊어버리고 조금전에 들은 말도 잘 기억나지 않는 등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갈수록 기억감퇴가 광범위하게 나타나 지갑이나 열쇠 등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가스렌지에서 음식을 요리하는 중이라는 것을 잃어버리거나, 낯선 동네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오래전에 있었던 일도 기억 못하는 기억 장애가 나타난다이러한 기억장애가 진행되면 친척의 이름,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과거 직업까지도 잃어버리게 된다

 

 언어장애는 치매의 주된 증상 중의 하나다치매의 초기에는 언어기능에 매우 미묘한 손상이 나타나서 다른 사람이 인식하기 어렵다. 초기에는 단어 유창성이 떨어지고 복잡한 언어의 이해력이 저하된다. 사물의 이름을 정확히 찾지 못해서 저것, 음식물을 넣어두는 것 등과 같이 사물을 표현한다. 이처럼 사람과 사물의 이름을 말하는데 특히 어려움이 있는 것을 실어증이라고 한다. 실어증 있는 사람의 말은 모호하고, 공허하고, 장황하고, 빙빙돌려 말하는 어투와 그것, 그런 일 등 대명사를 지나치게 사용한다. 치매의 중기이후에는 점차 언어장애가 심해져서 부적절한 언어표현이 많아지며, 용도가 전혀 다른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게 된다뿐만 아니라 언어이해 기능에도 손상이 나타나 상대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엉뚱하게 반응하는 일이 나타난다. 치매말기에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 무언증, 같은 말을 반복하는 동어반복증, 상대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반향언어증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실인증이란 감각기능에는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물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증상을 뜻한다.

 

치매환자들은 대부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빗질하기 옷입기, 목욕하기 요리하기, 그림그리기 같은 일상적인 과제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크고 작은 실수를 자주하게 된다. 치매환자들이 흔히 실행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실행증이란 운동기능, 감각 기능, 그리고 지시 이해 기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동작을 통해 어떤 일을 실행하는 능력에 장애가 있음을 뜻한다. 실행기능이란 과제수행에 필요한 여러가지 인지기능들로 과제를 하위과제로 쪼개기, 순서별로 배열하기, 계획하기, 시작하기, 결과 점검하기, 중단하기 등의 기능을 뜻한다. 이런 실행기능은 뇌의 전두엽 기능에 해당하는 것으로 치매환자의 전두엽에 손상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치매환자는 인지장애 외에도 정서적 변화, 행동장애, 시공간 판단능력, 성격변화와 더불어 환각이나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 등의 부수적인 증상을 나타낸다치매초기에는 말수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우울하고 침울한 모습을 자주 나타낸다. 이러한 치매증상이 때로는 노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과 혼돈 될 수 있다치매환자는 때로 정서적으로 불안해져서 기분에 심한 굴곡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소한 좌절에도 예민해져서 화를 잘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치매환자는 행동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행동이 굼뜨고 움직임이 둔화되어 물건을 떨어뜨리고, 길을 걷다가 넘어지는 등 의 실수가 자주 나타난다. 치매가 점차 진행되면 불안하고 초조한듯이 행동하며, 목표가 불분명한 산만한 행동을 나타내거나 때로는 똑같은 행동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이밖에도 치매환자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무모한 일을 하거나, 어떤 활동에 수반되는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부적절한 농담을 하고, 개인적 위생을 소홀히 하며 모르는 사람에게 지나친 친근감을 나타내거나, 일상적인 사회적 관습과 사회적 행동을 고려하지 않는 등 행동을 자제하지 못한다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시공간 판단능력에도 장애가 나타난다. 치매초기에는 시간에 대한 판단능력이 먼저 서서히 감퇴하게 되고, 점차 장소와 사람에 대한 판단능력까지 손상받게 된다. 심한 경우 자신이 현재 어디 있는지, 몇시인지, 주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게 된다. 아울러 시공간 판단 능력에 장애가 생기게 되면, 거리를 측정하는 능력이 떨어져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헤매는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된다그리고 치매환자들은 흔히 피해망상을 지니는 경우가 많아 가족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 남편이 외도를 했다집에 도둑이 들어와 돈을 훔쳐갔다. 등 다양한 망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피해의식적 망상에 근거하여 매우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나타낼 수도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감각기능이 현저하게 감퇴된다. 따라서 주변 자극을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착각하여 엉뚱한 실수를 자주 하게 된다. 귀가 어두워지면 다른 사람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자꾸 되묻게 되거나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안경이나 보청기를 사용하거나 적절한 수술을 통해 감각기능을 회복하면 언어이해나 행동수행 문제가 사라지게 된다. 노인이 되면 누구나 기억력과 아울러 학습능력이 저하된다. 특히 새로운 학습에 중요한 단기기억능력이 저하된다. 이런 체험을 하게 되면, 노인들은 스스로 바보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껴져 치매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섬망을 치매로 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섬망(delirium)은 노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인지장애의 하나로 갑자기 의식이 혼미해져 주위를 알아보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거나 손발을 떠는 증상이 나타난다. 섬망증상은 흔히 치매로 오인되기 쉽다. 섬망은 과도한 약물 복용이나 신체적 질환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노인들은 주변 자극에 대한 정서적 반응성이 저하되어 감정이 둔화되고, 무감각하며 때로는 침울하게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년기에는 신체적 쇠약과 질병, 은퇴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능력 약화, 배우자나 친구의 사망 등과 같이 상실 경험을 많이 하게 되어 노년기에 우울증이 나타나는 수가 많다. 노년기 우울증은 판단과 행동이 느려지고, 매사에 무관심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슬픔을 부적절하게 호소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치매의 일반적인 경과를 살펴보면 흔히 50-60대에 처음 발병하여 5-10년에 걸쳐 증상이 점차 악화 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발병연령과 증상악화 속도는 치매유형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치매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조속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될 수도 있다일반적으로 치매의 신체적 장애는 비교적 후기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치매의 경과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환자는 보행장애를 나타내게 되고, 의자와 침대에서 지내야 하는 상태로 악화된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 전신근육이 경직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진다. 치매말기에는 거의 말을 하지 못하게 되고, 수족을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노년기 정신장애 (권석만, 민병배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매환자 간병하기  (0) 2013.02.01
치매의 원인과 유형  (0) 2013.01.31
노년기에 대한 고정관념 극복하기  (0) 2013.01.29
기타 심리장애  (0) 2013.01.28
망상장애, 불안장애  (0) 2013.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