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16)
얼굴을 직접 보는 대신 페이스북으로 커피숍에서 상대방과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대신, 이제는 자신의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익명성에 있어 컴퓨터와 인터넷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행동에 따른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다. 이로인해 수많은 사람이 범죄 에너지를 갖게 되면서 네트워크상에서 나쁜 짓을 하려는 충동에 빠진다. 디지털미디어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진 익명성은 청소년들이 과거에는 사회의 통제가 무서워서 감히 하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부추기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괴롭힘과 들볶음, 강요, 비방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요즘 청소년들이 해도 안되는 말과 해서는 안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해 벌어지는 현..
뇌에 저장할까 구름 속에 옮겨놓을까? 우리가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뇌에는 아무런 흔적이 생기지 않는다. 다시말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쉽게 풀 수 없는 특정한 질문에 매달리는 동안, 인터넷이나 검색엔진 구글을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 속에서는 구글 또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불가피하게 활성화된다. 이렇게 강화된 활동은 색상의 언급을 방해한다. 이것이 바로 '간섭효과'라고 하는 것이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하물며 검색엔진 구글을 떠올릴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학자들은 ‘마치 우리가 지식의 공백에 맞닥뜨리게 되면, 컴퓨터에 의존하도록 사전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다. 문장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나서 곧바로 다시 삭제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거의 기억하고 있었다. ..
읽기 쓰기 대신 복사하기와 붙이기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고 있다. 컴퓨터는 과거에 처음에는 힘센 동물들이 뒤이어 물레방아와 풍차가, 이후에는 증기기관차가, 그리고 나중에는 연소엔진과 전기엔진이 했던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육체노동을 감소 시켰다. 대형 트랙터로 일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면적을 작업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고 육체적으로 아무런 힘이 들지 않는다. 그 때문에 트랙터를 운전하는 사람들 상당 수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허리근육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서 약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주어진 시간내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집중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오랜기간 사람..
나는 어디에 있는가? (2) 치매dementia라는 단어는 라틴어de 아래로와 mens 정신에서 유래되었다. 정신적 추락을 뜻한다. 치매의 경우는 신경세포의 사멸 때문에 정신적인 능력이 감소한다. 우리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신경세포의 사멸이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또 이렇게 사멸되는 과정은 우리가 절대 주관적으로 인지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신경회로망은 신경세포의 70%가 죽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신경세포의 85%가 사멸하면 뇌기능이 현저하게 감소하지만, 그래도 아직 살아있는 세포가 있다. 90%가 파괴되고 나서야 비로소 신경회로망이 간신히 기능하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예 기능을 멈춘다. 운동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질환인 모르부스 파킨슨병은 특수한 신경세포의 절반이상이 죽은 후에야 표출된다. 우리는..
나는 어디에 있는가? (1) 당신은 혹시 네비게이션을 믿고 그대로 운전하는 편인가? 이전에 여러번 가본적이 있던 길도 네비게이션 없이는 이제 길을 찾느라 나는 진땀을 흘린다. 여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예전에 나는 한번 갔다온 길은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었다. 과거에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만 가고자하는 방향도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일을 하고서 지친 몸으로 퇴근해서 집열쇠를 어딘가에 던져놓고 계속해서 일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에 다시 빠져있던 사람은 열쇠를 놓아둔 장소를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저장해 두지 않은 것일 뿐이다. 열쇠를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리고, 사람들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모른다는 것은 전형적인 치매증상으..
런던의 택시기사 1990년대초 독일에서 해당지역을 잘 모르는 운전자 때문에 수많은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들은 낯선 도시를 매우 불안하게 운전하고 다니면서 스스로는 물론, 남들까지도 위험에 빠뜨렸다. 때문에 교통부와 자동차업계 대표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2000년 미국국방부 덕분에 글로벌 위성항법장치 GPS의 기술적 개선이 이루어짐으로써, 디지털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모든 차에 적용되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기계 덕분에 위치를 좀 더 파악하게끔 학습하게 되었다는 가정은 완전히 틀렸다. 차량에 네비게이션을 장착은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추적당하는 것이지 스스로 위치를 추적하지는 않는다. 특정 장소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감각 자체가 감소하는 것이다. 해마에는 특정 장소를 담당하는 세포..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2) 치매는 단순히 잊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말하는 디지털 치매 또한 특히 젊은이들이 갈수록 점점 더 자주 잊어버리는 것 이상을 뜻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2007년 한국 학자들이 처음으로 발표했다. 디지털 치매는 이보다 오히려 정신적 능력, 사고, 비판능력에 관한 것이며, 정보의 홍수라는 미로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번영과 우리의 사회는 우리 상당수가 전문가이고,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나는 미디어 증오자는 아니다. 나는 25년도 넘게 거의 매일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로 일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컴퓨터가 업무를 가속화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정신적 노동이 줄어든다. 사람들은 왜 자동차를 타고..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1) 최근 5년 사이에 게임 중독자 수는 세배로 증가했다. 중독자의 대부분이 실직 상태의 젊은 남성들이다. 나 역시 운영하고 있는 울름대학교 정신병원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중독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의사들은 이미 5년전에 '기억력 장애와 주의력 결핍장애, 집중력 장애는 물론, 감수성 약화를 겪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점점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 양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불렀다. 때로 나는 여러 단체들로부터 아무것도 모르면서 글을 쓰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자는 알코올이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담당 의사보다 훨씬 더 모른다. 다른 중독질환이나 정신적 질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정한 시각과 일정한 거리는 해당 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