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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뇌에 저장할까 구름 속에 옮겨놓을까?

우리가 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뇌에는 아무런 흔적이 생기지 않는다. 다시말해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쉽게 풀 수 없는 특정한 질문에 매달리는 동안, 인터넷이나 검색엔진 구글을 생각하는 사람의 머릿 속에서는 구글 또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불가피하게 활성화된다. 이렇게 강화된 활동은 색상의 언급을 방해한다. 이것이 바로 '간섭효과'라고 하는 것이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쉬운 질문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거의 생각하지 않고, 하물며 검색엔진 구글을 떠올릴리는 더더욱 만무하다. 학자들은 ‘마치 우리가 지식의 공백에 맞닥뜨리게 되면, 컴퓨터에 의존하도록 사전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다. 문장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나서 곧바로 다시 삭제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거의 기억하고 있었다. 반대로 입력한 문장이 컴퓨터에 저장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비교적 기억력이 떨어졌다.

 

형태심리학자 쿠르트 렌빈의 제자인 러시아의 블루마자이가닉은 16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완결되지 않는 행위들이 완결된 행위보다 평균적으로 두 배정도 더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냈다. 이러한 효과는 '자이가닉효과'와 '클리프 행어효과'로 불리고 있다. 연속극은 긴장감이 고조된 순간에 끝나 다음 편으로 이어지도록 구성돼 있다. 시청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음 편을 기다린다. 물론 전편의 내용도 잊지 않는다. 사람들이 미완결 행위의 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일반적인 일상에서 조차 이 현상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녀가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솔직한 지적과 질문이 최고이다. 이는 머릿속에서 계속 발효되어, 관련 사안이 계속 처리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때로 미완결 행위들만 기억하고, 완결된 행위들은 모두 혹은 거의 잊어버리는 것이 어린이의 특징이다. 자이가닉의 말에 따르면 각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재생의지이고. 이 의지는 미완결 과제에서 크게 작용한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발견했다. 이책의 내용이 완벽하지 않다는 세간의 이야기들에 대해 하이데거는 이렇게 대답했다. ‘ 생각하는 사람은 부족한 것들을 통해 보다 지속적으로 배운다.’  미완결행위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고 하면, 어떠한 사안을 완결된 것으로 간주하여 우리에게 완결되도록 하는 모든 행위는 기억에 있어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어떤 행위를 저장한다는 것은 완결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동시에 우리 뇌는 뭔가를 더 저장하고, 적절한 프로세스를 시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막게 된다. 어떤 내용을 학습한 후, 이 가운데 특정 내용은 다음 시험에서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대학생들은 이 특정 내용을 나중에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모든 내용을 다 기억할 필요가 없다면,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다시 검색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한다. 실험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나중에 필요한 내용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내용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언제든지 검색엔진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들을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필요하면 그냥 검색해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 것처럼, 사람들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고 가정할 경우 사안의 세부사항 자체보다는 무언가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를 기억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온라인상에 있을 수 있으며, 우리가 이 서비스를 물이나 전기처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제한다. 3인조 집단들에게 각각 단편 영화를 본 후, 그들이 본 것에 대해 묘사헤 달라고 있다. 개별적으로 질문한 다음 영화에 대한 집단토론을 실시했는데, 이때 얼굴을 맞대고 실시하는 직접적인 접촉방식과 컴퓨터를 이용한 간접적인 디지털 의견교환이라는 두가지 방법을 이용했다. 공동기억은 개개인의 기억에 비해 진실에 더욱근접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제3의 시점에 대한 개개인의 기억력은 집단기억이 전자식이 아니라,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 더 높아졌다. 직접적인 접촉은 훨씬 더 많은 처리자료를 가져와 화면이나 키보드를 통한 빈곤한 접촉보다 더 감정적이고 깊은 처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보를 대화나 토론을 통해 처리하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한 가장 깊이 있는 방식이다. 오늘날 많은 청소년의 삶에서 이러한 개인적 의견교환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로 대체 되고 있다.

 

정신적 활동을 디지털 파일저장 매체나 클라우드속으로 옮겨놓을 경우, 직접적인 뇌 이용이 줄어드는 것 말고도 또다른 문제가 있다. 새로운 정보의 각인을 위한 동기부여가 변화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어딘가에 저장해 놓았다는 것을 알게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에 관해 머리를 쓰지 않는다. 즉 컴퓨터로 무언가를 작업한 후에 저장버튼을 누른 사람은 다음 날, 그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도 놀라서는 안된다. 우리는 네트워크에 대한 이러한 습관화된 일반행위를 통해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의식적인 정신활동에 대해 통제력을 내어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