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고 있다. 컴퓨터는 과거에 처음에는 힘센 동물들이 뒤이어 물레방아와 풍차가, 이후에는 증기기관차가, 그리고 나중에는 연소엔진과 전기엔진이 했던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것들은 모두 우리의 육체노동을 감소 시켰다. 대형 트랙터로 일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면적을 작업할 수 있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단점이 있다.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고 육체적으로 아무런 힘이 들지 않는다. 그 때문에 트랙터를 운전하는 사람들 상당 수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허리근육이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서 약해지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주어진 시간내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집중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오랜기간 사람들은 학습할 때에 그 내용이 기억저장소를 채운다고 생각해 왔다. 장기기억이 가능하려면 해마와 대뇌피질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 우리의 뇌에서 자극이 시냅스를 통해 어느 한 뉴런에서 다른 뉴런으로 전달됨으로써 이 시냅스가 변하게 되고, 결국 내용도 학습된다. 물론 얼마나 많은 뉴런과 시냅스가 사실 정보에 연관되는지는 정보처리의 깊이에 달려 있다. 단어들로 머릿속에서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 기억력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어들을 놓고 더 깊이 생각해야만 했던 집단일수록 머릿속에 더 많이 남아 있었다. 즉 글씨체의 굵기나 동사와 명사의 구분보다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처럼 좀 까다로운 과제를 수행한 집단의 기억력이 훨씬 높았다. 시냅스의 성장은 결국 우리가 학습이라고 부르는 것에 기인한다. 뇌에는 보기, 듣기, 만지기, 말하기, 계획하기등등을 담당하는 많은 센타가 있다. 이러한 각각의 기능은 몇 개에서 몇십개 센터의 합동작용에 기초하고 있다. 색상센터는 색을 보면서, 운동센터는 움직임을 보면서 활성화된다. 이러한 센터가 얼마나 활성화 되는지는 우리의 집중력에 달려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특정한 것에 주목하면 (선택적 주목) 각각의 해당 센터가 활성화된다. 집중적인 활성화는 결국 더 강도 높은 정보처리(더 많은 자극이 더 많은 시냅스를 통해 전달)뿐만 아니라, 더 나은 학습( 많은 시냅스에 변화가 생기거나 동일한 수의 시냅스라고 하더라도 더 굵어지거나 아니면 두가지 모두 진행) 까지도 의미한다. 우리는 상세한 정보들을 이용해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록 할지, 이 정보를 피상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곧바로 다음 사안에 적용할 것인지 혹은, 우리가 이 정보들을 보다 상세하게 다루어야할지 등을 결정한다.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은 어느덧 일상용품으로 자리하게 되었지만, 피상적인 활동에 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가령 텍스트는 예전에는 읽었지만, 이제는 스치듯 지나치고 있다. 다시말해 표면적으로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예전에는 깊이있게 파고 들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서핑을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실제 세상에서보다 더 많은 거짓말과 사기가 난무한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에 자주 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 사용은 기억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디지털 네이티브의 능력에 대한 수많은 상반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보검색 능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인터넷 중독까지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일종의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다. 학교에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한국에서 2010년에 이미 학생들의 12%가 인터넷에 중독 되었다. 전자칠판은은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초대형 평면, 스크린이 있는 프로젝터로서 교실에서 칠판 역할을 대신하며, 크기도 칠판과 비슷하다. 전자칠판은 순식간에 미리 준비해 놓은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데, 이 화면의 내용을 물체로 미리 프로그래밍해 놓으면, 마우스만 클릭해서 이 물체를 여기저기로 옮겨 놓는 방식으로 학생들은 편집하게 된다. 더 이상 칠판에 적힌 내용을 베껴 쓸필요가 없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신기술이다. 교실에서의 디지털 장비들이 학습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한마디로 손으로 접촉한 상태에서 스마트보드위 단어를 어느 한 곳으로, 다른 곳으로 옮기는 행위는 그저 피상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는 단어를 읽는다거나,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할 필요 조차 없다. 칠판에 적혀있는 단어를 베껴쓸 때에는 단어를 기억하였다가 새로 창조한다. 의미있는 여러 알파벳을 조합해 적어내려가야 하는 운동을 통해서 말이다. 컴퓨터에서 베껴쓰기는 학생들의 정신활동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학습에 부정적인 효과를 주게 되어 있다. 교실에 컴퓨터와 화면을 도입한 것만으로 학습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명백하게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결과는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가정의 컴퓨터가 게임에 이용되고, 이로 인해 학습을 위한 시간이 감소되고 있다.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시정부는 PC를 1만5천대를 구입해 1-5학년들에게 지급하려 했다. 노트북 수량이 충분치 못해 4, 5학년생 전원과 저학년생 일부에게만 나눠주었다.
절반이 넘는 컴퓨터가 불과 19개원만에 고장났고, 참여한 교사들은 하드웨어 부족과 소프트웨어 고장, 턱없이 부족한 기술적 및 교육학적 지원에 좌절했다. 노트북 사용은 학업성적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관계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의 대화 교류만 더 단절 되었다. ‘허풍떠는 인터넷’의 저자 클리퍼드 스톨은 이미 1995년에 학습용 컴퓨터를 학교에서 상영된 초기 영화에 비유했다. ‘ 우리는 이 영화를 사랑했다. 한 시간 동안 생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 영화를 사랑했다. 한 시간동안 수업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이영화를 사랑했다. 영화 상영은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디지털 미디어가 등장했다. 시장은 디지털 미디어를 더욱 찾고 있다. 학교에서의 노트북과 스마트보드가 학습 성과에 악영향을 주고, 이로써 어린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가정을 충분히 뒷받침해 주는 연구결과들은 많다.
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한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컴퓨터가 이상적인 학습도구라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잘못이다. 컴퓨터는 우리의 정신적 활동을 앗아가기 때문에 교육박람회에서 소개하고 있는 학교및 수업용 노트북과 스마트보드는 보다 나은 학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습은 본인 스스로의 정신적 활동을 전제로 한다. 정보를 더 많이, 그리고 무엇보다 더 깊이 정신적으로 처리할수록 더 잘 학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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