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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얼굴을 직접 보는 대신 페이스북으로

커피숍에서 상대방과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대신, 이제는 자신의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익명성에 있어 컴퓨터와 인터넷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행동에 따른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다. 이로인해 수많은 사람이 범죄 에너지를 갖게 되면서 네트워크상에서 나쁜 짓을 하려는 충동에 빠진다. 디지털미디어로 인해 비로소 가능해진 익명성은 청소년들이 과거에는 사회의 통제가 무서워서 감히 하지도 못했던 행동들을 부추기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반복적인 괴롭힘과 들볶음, 강요, 비방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요즘 청소년들이 해도 안되는 말과 해서는 안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을 자주 접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몇 글자만 치는 되는 일이지만, 받는 사람은 어마어마한 일을 치러야 한다.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한번쯤은 자살을 생각해 본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부분 해소된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의 생각과 기억, 관심을 변화시키는 것 뿐만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행동도 변화 시킨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로이 피 교수 연구팀은 8-12세 소녀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이 머릿속에서 발전하고 있는 가치와 감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다.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학생들의 사회적 관계가 더 성공적이었으며, 스스로를 보다 정상적으로 느끼고 비주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덜했다. 비디오를 많이 시청하는 사람, 자신만의 휴대전화가 있는 사람, 방에 자신만의 TV가 있는 사람, 자주 온라인에 접속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수면시간이 짧았다. 반대로 실제적인 인간관계를 많이 맺고 있는 사람은 수면시간이 길었다. 우리는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학습과정에 있어 수면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가 좋은 친구와 행복의 근원이라는 말은 어떻게 된 것일까? 실제로는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외롭고 또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뇌는 사용하는 부위는 성장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수축한다. 이는 바이올린 연주, 도구사용, 택시운전, 또는 의대생의 예과시험을 위한 학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능력, 다시 말해 올바른 사회적 행동과 사회적인 감정이입을 위한 정신적 활동(사회적 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능력)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적극 활동하면서 해당되는 뇌의 센터들이 활동할 경우, 특정부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테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육체, 그중에서도 강한 오른팔이 필요하다. (오른손 잡이인 경우) 사회적 사고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정기적인 관계를 맺는 사람의 수도 늘어난다. 인간의 복잡한 사회적 행동이 뇌의 개별 모듈들의 크기나 활성도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편도핵은 두려움에 서로잡힌 시선을 통해 크게 활성화 된다. 편도핵의 부피는 사람의 사회적 활동 범위와 상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제룸샐릿과 매슈 러시워스의 연구가 중요하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 우위가 높아짐에 따라 전전두엽부위에서 뇌의 크기도 커지는 것으로 확인 되었다상대적인 사회적 우위가 1% 증가할 때마다 해당부위 회색질 밀도도 0.31% 증가했다. 사회적 계급에서 최상 위에 속한 사람은 결국 사회적 뇌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그 성장을 독려한다는 것이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보다 커다란 사회적 네트워크는 대뇌피질과 겹치거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대뇌피질 해당부위의 변화를 야기하는데, 이 부위의 회색질 밀도는 사회적 우위와 상관관계가 있다. 커다란 집단을 이루고 사는 것이 사회적인 역량을 증대시키고, 또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부위들도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적 역량의 증가는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통해 표출된다. 1980년대 컴퓨터가 등장하자 이를 가장 먼저 환영한 쪽은 비교적 호기심 많고 인텔리전트한 사람들이었다. 만약 우리가 1985년에 개인용 컴퓨터를 가진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비교했다면, 아마 컴퓨터가 있는 학생들의 성적이 더 높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컴퓨터를 구입한 학생들이 호기심도 많고, 인텔리전트한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제시된, PISA (국제 학업 성취도 비교)에서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는 게임에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공부에 이용할 시간이 많지 않다. 지극히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게임보다 상대적으로 지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학교공부를 위해 학습 시간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의욕 자체가 마비 된다.  이미 친구가 많았던 사람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서도 계속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은 사회적 관계에 아무런 해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발달 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 경우에는 건강한 발달에 필요한 경험들이 전자미디어로 인해 방해받게 된다. 어렸을 때 너무 많은 시간을 페이스북에서 보내는 사람은 그 만큼 실생활에서 사회적으로 참여할 시간이 부족해진다이런 어린이들은 직접적인 사회적 접촉(대면접촉)으로 보내는 시간이 평균 약 두시간인데 비해 온라인에 머무르는 시간은 거의 일곱시간에 육박했다.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법을 배울 때는 사람들과 직접 부닺히는 것이 좋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실제 우정을 감소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사회적 역량도 떨어뜨린다. 사회적인 역량을 담당하는 뇌부위가 수축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자기 통제력을 점점 상실한다.

 

인터넷이 가진 익명성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적절한 사회적 행동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고 있다. 자신의 사회적 능력을 이미 기존 방법들(대면접촉)로 획득한 사람이라면, 소셜네트워크로 인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그저 전화나 팩스, 이 메일과 같은 다른 평범한 유저인터페이스처럼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사회적 접촉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상에서 해결하고 있다면 이는 자신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수 있는 기회를 대부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어디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지,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에게는 그저 실제 세상에서 인간적인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실제 프로젝트를 다루어 기회가 너무 적었을 뿐이다. 그로인한 자기통제력의 상실, 고독 그리고 우울증은 현대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레스이다. 이것들은 신경세포를 죽이고 장기적으로는 치매를 유발한다. 어린이들은 온라인 네트워크로 인해 장기적으로 사회적 뇌가 축소됨으로써 진정한 인간관계의 해체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페이스북이 사회적 두뇌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 소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