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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정서교육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온갖 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나누고 싶어하는 대화 주제가 골프, 시차극복방법, 담석증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며칠에 걸쳐서 낮시간은 점점 커져가는 보호무역주의를 걱정하면서 보냈고, 밤 시간은 전립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밤에 이루어지는 대화의 하이라이트는 정상급 인물들이 저지른 실수를 털어놓는다. 이런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어쩌면 세계 경제는 삼류 따라지들이 좌우하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예외적인 천재성이라고 할만한 구석이 없다. 이들은 복잡한 상황의 핵심을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정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재산을 많이 모았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 명예와 재산을 바라지만 부족한 사람들은 이와 관련된 온갖 걱정에 시달린다. 충분한 명예와 재산이 걱정거리에서 해방시켜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만년에 들어서면서 이제 자기자신을 더 현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세속의 위험에서 벗어나 안전한 자리에 도달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기 단점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20세기 중반 발달심리학자들은 노년기를 다룰 때 이 시기를 퇴각의 시기로 여겼다. 노인은 죽음을 준비하면서 세상에서 천천히 몸을 뺀다고 여겼다. 노년기는 새로운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없는 시기로 본 것이다. 프로이드도 다음과 같이 썼다. "대략 쉰살 무렵이면 실행을 담당하는 정신과정의 탄력성이 일반적으로 부족해진다. 노인은 예전처럼 학습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많은 뉴런이 죽고 뇌의 다양한 영역을 연결하는 연결점이 활력을 잃긴 해도 노인의 뇌는 노화에 따른 효과를 상쇄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스스로 재조직된다. 노인의 뇌는 쳥년의 뇌에 비해 동일한 결과를 내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다.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서 부정적인 정서적 자극에 덜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자와 여자의 성역할은 나이 들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경향이 있다. 여자들은 더 단호해지는 반면, 남자들은 더 감정적으로 바뀐다. 어떤 문제는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느낀며 모호한 믿음과 확고한 결론을 예전보다 더 잘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예전보다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동안 알고 지낸 사람의 수는 몇배로 늘어났지만, 진정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반쯤은 친구라 할 수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그러나 진정한 친분을 나룰 소집단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피상적으로 살았고, 또 그렇게 바뀌어 왔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활달했지만 개인적으로 냉담했다경력을 쌓으면서 살아오는 동안, 직업상 수행하는 일에 적합하도록 뇌를 재조직해왔다. 오랜 세월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일정한 비율로. 지금은 옛 친구들과 접촉하면서 지내는 생활은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안겨준다. 자기 자신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저 하나의 경험일 뿐이다. 그걸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너를 통해서 일어나는 감각이다. 세계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이든 간에 모두 넓은 공간 , 물, 길, 동무, 몇 명의 사람이 있는 풍경화에 호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빽빽초목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까이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사막 풍경도 좋아하지 않는다.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광활하고 푸르른 초원을 좋아한다. 나무가 있고, 개천이든 호수이든 물이 넉넉하게 있고, 사야가 막히지 않고, 틔어 있는 풍경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프랙탈을 좋아한다. 프랙탈은 작은 구조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말한다. 자연은 프랙탈로 가득차 있다. 비슷하게 생긴 봉우리로 형성된 산맥, 나뭇잎과 나뭇가지, 관목 숲, 강의 지류와 본류 등등. 사람들은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너무 복잡하지 않는 프랙탈을 좋아한다. 의식적인 정신이 천천히 긴장을 풀고 내면에서 방출되는 파동에 스스로를 맡기도록 하려면, 오랜기간 동안방해 받지 않고 외로움 속에 살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가는 이유는 자기 행동이 너무 불규칙해서 규칙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너무 억압되어 있어서 긴장을 풀 필요가 있어서라고 한다. 시를 읽고, 미슬관에 가고, 조각을 하는 것은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마치 과학과 기술을 후대에 물려주듯 이 문화를 다음 세대 물려준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체를 위해서이다. 그렇게 지식을 보존하지 않으면 무수한 지식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중세는 산다는게 정말 극적이었다. 여름은 지독하게 더웠고, 겨울은 지독하게 추웠지. 냉난방 장치 같은 것은 없어서니까. 빛과 어둠, 건강과 질병도 극과 극이었어. 정치적 의미의 경계선은 임의이었고, 경계선은 국왕이나 영주가 죽으면 언제나 새로 그어졌지. 한 해는 풍년이 들어 베불리 먹고 살지만. 다음 해는 기근이 세상을 덮칠 있었지. 기대 수명도 마흔살 밖에 되지 않았어. 세상 사물이 편안하게 보이는 40대, 50대 혹은 60대는 거의 없었지. 그 결과 사람들의 삶은 오늘 날 사는 사람들에 비해 정서적으로 훨씬 강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