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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사람을 만드는 것은 관계다.

사실 사람들은 한번에 10초밖에 생각을 지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기가 내린 결정을 굉장한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자신을 굉장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에고를 보존해 자신을 계속 밀고 나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실패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저 잘 조합된 실수를 통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의 모든 움직임, 모든 행보는 부분적으로 실패이다. 다음 차례의 움직임, 다음 차례의 행보로 올바르게 교정 되어야 하는 실패다.

 

대기업은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일에 대한 책임이 복합적인 의사결정 고리로 분산되어 있어서 책임이 불분명하다. 기업의 지도자는 역할을 하는 동안 중요한 통찰을 몇 개밖에 하지 못하며, 따라서 정말 좋은 통찰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다른 집단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동일한 문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 인간은 소규모 집단에서 일하도록 진화 했다. 사실 집단의 사고가 개인의 사고보다 늘 우월하다. 

 

대부분의 부부는 오랜 세월 함께 살면서 열정적인 사랑이 동반자적인 사랑으로 변해가는 걸 경험한다. 두 사람의 삶에서 일 이외에 다른 것들은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가는 것들 가운데는 서로 의사소통 하는 능력도 포함되어 있다. 직장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두 사람은 서로가 공유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긴 세월 동안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투쟁을 벌인 끝에 이제 두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데 지쳐 버린다. 중년여성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일에 예전처럼 그렇게 신경쓰지 않고, 자기자신을 즐겁게 해주려고 한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옥시토신 수치도 낮아진다. 감정의 미묘한 차이에 관심을 덜 갖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걱정에 덜 얽매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어도 예전과는 달리 도파민 분출량이 점점 줄어든다. 한편 남자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예전보다 더 자상해지고 의사소통을 원한다. 건강한 관계에 있을 때 부부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5번 하는 동안 부정적인 말을 한번 밖에 하지 않는다.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주변 사람을 더 까칠하고 비판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거칠게 굴수록 더욱 외로워진다. 슬픔의 악순환 고리가 더 우울해진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졌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마음속에 있는 감정에 면역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면서 산다. 중년부부가 이혼할 때 이혼을 주도하는 사람은 아내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성공을 거둔 뒤에 젊고 예쁜 아내를 찾아서 늙은 아내를 버리고 달아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쉰살이 넘은 부가 이혼한 경우 아내가 주도한 비율이 65%가 넘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보상으로 애정이나 동반자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남편에게 밥해주고 빨래 해주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는 남편이 필요 없다는 말이다. 자기자신을 희생할 대상이 없다. 관심사를 포기하고 매달려야 대상이 없다. 그러다 알콜 중독자가 되기도 한다. 알콜중독자는 아침에 일어날 때면 인생을 참신하게 바꾸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러나 중독은 뇌의 학습기능을 약화시키는 법이다. 알콜 중독자를 비롯한 중독자는 자기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안다그러나 깨달음을 인생의 영원한 교훈으로 내면화 하지는 못한다. 중독자는 이미 전두엽 피질에 있는 신경가소성을 손상시켰기 때문에 의지를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며, 혼자 힘으로는 그 고통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