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본성을 거스르는 시스템(2)

성격과 문화가 행동의 틀을 결정하며, 아울러 정부는 문화와 성격이 어떤 꼴을 갖추도록 해준다. 국가권력은 불과 같아서특정한 수준이상으로 자라지 못하도록 잘 관리하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유용한 도구지만, 자칫 너무 커져버릴 경우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된다. 정부는 시민의 삶을 좌우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시민의 책임과 덕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시민의 삶이 펼쳐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국가가 문화와 개성을 허약하게 만드는 제도를 축소함으로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사회의 기본적인 구조는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생각을 토대로 한다. 그러나 자주 있는 일이지만 정부는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보상을 준다.  물론 의도는 선하다. 노인 복지제도가 그렇다. 그런데 때로 타락한 의도가 개입하기도 한다. 특정 계층이나 조직에만 유리하도록 작용하는 로비, 탈세,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툭별보조금이 그렇다. 이런 제도는 사회적 신뢰와 공산력을 떨어뜨린다. 중앙집권적 권력이 노예적이고 종속적인 시민을 만드는 것처럼 탈중앙집권적 권력, 즉 공동체 자치정부는 적극적이고 협동적인 시민을 만든다. 입법자는 예초에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특정한 방식의 삶은 장려하고, 다른 방식의 삶은 억누른다.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이란 결국 영혼을 다스리는 기술이다.

 

수 많은 사람들이 테러는 가난과 경제적 기회의 박탈이 낳은 결과라고 한다. 즉 기본적으로 물질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를 배경으로한 자료에 따르면 75%는 중산층 출신이며, 65%는 대학교육을 받은 자이다. 문제의 뿌리는 물질이 아니라 문화라는 말이다. 테러리스트들은 어떤 특정한 국가나 문화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이들은 현해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고대의 순수성을 가장한다. 이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전투현장에서 적을 많이 죽이는 것만으로는 저항운동을 끝낼 수 없다.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민의 신뢰를 얻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미군들이 마을을 계속 장악하고 있으면서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학교, 병원을 세우고 상하수도 시설을 하고, 마을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회의체를 만들고마을 어른에게 권한을 주어야 한다. 가장 하드웨어적인 정치활동인 전쟁이 가장 소프트웨어적인 기술, 즉 듣기, 이해하기, 신뢰쌓기 등의 사회적인 기술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된다고 한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질병을 초래하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콘돔을 구할 수 있는데도 에이즈 감염율이 줄지 않고 있다. 에이즈를 가장 활발하게 전파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행동을 바꾼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논리나 현명한 이기적 타산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가장 효과있는 프로그램은 삶의 전체 패튼을 바꾸는 것이다. 유혹의 길에 스스로를 밀어넣지 않는 도덕적인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빈민지역이 개발되면서 생각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엄청난 재산이지만 그건 착각이다. 빽빽하게 모여 사는 데서 나오는 사회적 유대감을 놓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교외의 사이비 도시가 아니다. 함께 모여 살면서 산책을 하다가 시장하면 길가에 있는 식당에 들러 낯익은 얼굴들을 보며 식사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미국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21세기 처음 10년 동안 이루어진 해고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아웃소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전세계 고정투자 자본의 90%는 국내투자이다. 변화의 진짜 엔진은 인지부하의 변화라고 한다. (인지부하: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신적인 노력의 양)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기술적, 사회적 혁명으로 사람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인지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훨씬 더 복잡한 정보를 흡수하고 처리해야 만한다. 또 훨씬 더 복잡한 사회환경을 탐색해야 한다. 이런 일은 지역적인 부문과 세계적인 부문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인지부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눈이나 귀에서부터 뇌의 여러 부위까지의 거리다. 개인은 어떤 종류의 렌즈를 통해서 정보를 인식할까? 개인은 그 정보를 이해할 충분한 용량을 갖추고 있을까? 개인은 그 정보에서 유용한 것을 뽑아내도록 훈련되어 있을까? 그 정보는 어떤 감정과 생각을 방출할까? 정신적인 능력은 대물림 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은 어떤 계층에서 태어나는 이라는 사실이 장차 살아갈 인생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미국 상위 146개대학를 조사한 끝에 학생들 가운데 겨우 3%만이 소득 하위 25%에 속하는 계층 출신임을 확인했다. 이에 비해 74%는 소득 상위 25% 계층 출신이다. 건강한 사회는 사회적 계층 이동이 쉬운 사회다.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노력할 이유가 있는 사회, 다시 말해서 자기가 기울인 노력에 따라서 보상받는 사회다.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돈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돈이 문제의 결정적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평등 문제는 의식적, 무의식적 발달 영역에 놓여 있다. 어떤 아이들은 인적자본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 즉 책, 토론, 독서, 질문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산만한 환경에서 자란다. 부유층에 사는 동네의 유치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 가운데 절반이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측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미래의 성공에 결정적일 정도로 중요하다. 높은 기술 수준과 안정적인 가정 분위기는 경제적 성공분위기로 이어지고, 경제적인 여유 덕분에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기가 쉽고, 이것은 다시 기술 습득 및 미래의 경제적인 성공을 한결 쉽게 해준다. 하지만 교육을 덜 받은 아이들은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살아간다. 낮은 수준의 기술과 가정붕괴는 경제적 실패로 이어지고, 경제적 실패는 가정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키며, 가정 붕괴는 높은 수준의 기술습득과 경제적 성공을 어렵게 만든다.

 

대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변 사람들을 훨씬 더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이들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얼마든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중산층이나 빈곤층이나 원하는 것은 동일하다. 또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이혼하지 않은 부모슬하에서 살기를 바란다. 대학교를 졸업하기를 바라고 자식들이 자기보다 낫기를 바란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이런 바람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정서적인 자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 결혼을 한 뒤에 아이를 가졌고,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하루 8시간을 일한다면 가난하게 살지 않을 확률이 98%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

 

한 개인이 잘 살고 못 살고는 의식적인 성취를 거두는데 반드시 필요한 무의식적인 기술에 달려있다. 사납게 몰아대는 상사를 공손하게 대하거나, 처음보는 사람에게 활짝 웃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편안한 얼굴로 사는 일을 더 힘들어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운명은 자기가 개척할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갖지 못한다. 자위가 낮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상당한 심리적 비용을 지불한다. 불평등과 소외감은 사회적인 고통을 유발하는데 사회적인 고통은 비만, 좋지 않은 건강상태, 사회적 네트워크 감소, 더 깊은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심장병이나 위장병 등에 더 많이 노출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질병에 더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지위가 그만큼 심리적인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집단에서 성취동기가 아버지 세대에서 자식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성취동기를 주입하는 것 밖에 없다. 인적자본 정책은 지양분과 같다. 쉬지 않고 끝임없이 섭취하도록 해야한다. 조기교욱 덕분에 높아진 지능지수가 정규학교에 진학하면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적 기술과 정서적 기술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기술은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데 좋은 영향을 미친다. 어떤 학급에서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생과의 인간관계다. 학생들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사에게 열심히 배운다. 날마다 지도하고 격려해주는 중요한 사람이 학생 곁에 있을 경우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은 훤씬 줄어든다. 사회적 자본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런 장애물 때문에 쉽게 좌절한다. 삶 속에 숨어 있는 커리큘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이 폭 넓은 기회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을 때, 사회적 유동성은 활짝 열린다. 사회적 유동성은 계층간의 갈등을 줄여준다.

 

삶의 가치란 자기에게 놓인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링컨)

국가의 진정한 기능은 경쟁의 기회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것이지 경쟁을 없애는 게 아니다.(루즈벨트)

 

모든 시민들이 이해하는 규범, 도덕적 합의, 엄격한 관습 등으로 규정된 빽빽한 공동체 안에서 사는 것이 당연한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이런 가정을 당연한 것으로 설정할 수 없다. 세상은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한 기관으로 변해버려서 아무리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정부라 하더라도, 조립식 계획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게 되었다. 정부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