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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정책 대신 경험을 제시하라.

만악 당신이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전혀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 누구도 불평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고 거기에 기쁨도 있고 보상도 있습니다. 이 일은 팀 경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개인적인 생각을 억눌러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일 선거에서 승리하면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또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 팀이 믿고 있는 온갖 신화가 모두 사실이라고 믿어야 하고, 또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다른 팀은 사악하며 졀국 조국을 파멸로 이끌것이라고 믿어야 하고, 또 그렇게 행동해야 합니다. 다른 목소리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은 집단의 결속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미리 계산되지 않은 생각은 절대로 입 밖에 내면 안됩니다. 외부인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절대 생각을 드러내서는 안됩니다. 이런 것을 지키려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능력,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성실성과 온점함을 갖추는 능력이 흔들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참으면서 이 터무니 없는 연극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들만으로 채워진 인생은 없으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선거운동은 기본적으로 유권자의 감정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집단 및 유권자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고, '나는 당신들과 똑 같다' '나는 당신들과 똑같이 반응할 것이다' '내 미래 모습은 곧 당신들의 미래 모습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파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다양한 계층, 다양한 문화에 속해 있는 사람들, 유권자들은 훌륭한 지도자의 자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기들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따위에 대해서 집단별로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이들은 또 정의, 공정함, 유, 안전, 기회에 대해서도 각기 다르게 정의한다. 사실 이런 것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

 

특정 정당에 대한 선호를 부모로부터 물러받거나 혹은 성인기에 막 접어든 무렵 특정 정당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번 어떤 정당을 지지하기로 마음 먹고 나면, 중년을 넘어서 지지 정당을 바꾸는 경우도 거의 없다. 사람들은 민주당이 어떻고 공화당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 머릿속에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정당에 이끌린다. 어떤 정당에 가입한 뒤에는 자기가 선택한 정치적인 안정에 성공한 사람들과 더 일치되도록 하려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철학이나 현실을 바리보는 눈을 수정한다. 유세를 조직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한다. 그들은 아무 의미 없는 산더미 같은 문서 속에 파묻혀 산다. 유권자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온갖 생각을 다 짜낸다. 유권자의 숨은 성감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마음 깊은 곳에 기발한 의견이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선거의 뜨거운 열기속에서 군중에게, 정당에, 후원금 기부자들에게 막혀 버린다. 후보자는 한 사람의 개별적 인간으로 볼 수 없다. 정당과 역사속에서 태어났으며, 개인의 생각을 초월하는 조직체인 정당의 살아 숨쉬는 인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