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지위 탐지기를 장착한 채로 인생을 살아간다. 우리는 수중음파 탐지기가 그렇듯이 지위측정을 위한 음파를 끊임없이 외부를 향해서 쏘고, 되돌아 오는 신호를 받아 사회에서 인정되는 자기지위를 파악한다. 지위 탐지기는 하루종일 작동한다. 플러스 신호와 마이너스 신호, 중립신호가 하루종일 쏟아져 들어와 만족과 행복, 불안이나 의심 따위를 불러일으킨다. 지위 탐지기는 대부분 무의식 차원에서 진행된다.
스탕달은 "수정작용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완벽함을 증명하는 새로운 증거가 되는 것만 묘사하는 정신적 과정이다"라고했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이라는 척후병이 하는 일이다. 척후병은 사람과 장소와 물건을 정서적 의미로 포장한다. 척후병은 사랑하는 대상을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빛으로 포장 한다. 척후병은 남자가 여자를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도록 유인한다. 낭만적인 감정에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뇌의 미상핵과 뉴런의 집합체인 복측피개영역 (VTA)이다. 미상핵은 매우 세속적인 과정을 수행하는 도움을 주는데, 이것이 근육기억을 보존하기 때문에 타이핑하거나 자전거 타는 방법을 기억한다. 미상핵과 VTA 역시 정신의 보상체계의 한 부분으로 도파민과 같이 강력한 화학물질을 생산한다. 도파민은 집중된 관심, 더 알고 싶은 갈망, 강렬한 욕망을 유도한다. 도파민에서 축출되는 화학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은 유쾌함과 활력을 자극한다.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고, 식욕을 느끼지 않는 것도 노르에피네프린 때문이다. 페닐에틸아민은 천연 암페타민으로 성적흥분과 감정의 격앙을 유도한다. 사랑은 행복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은 동기부여와 관련된 정신상태이며, 이 상태는 황홀함에서 참담함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정신은 예측적인 모델을 하루종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원숭이에게 들려준 특정한 소리는 사과쥬스를 유도한다는 식의 모델이다. 여러 모델 가운데 하나가 현실을 정확하게 예측할 때 정신은 밀려오는 보상을 경험하거나, 적어도 평온해 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모델이 현실과 맞지 않으면, 긴장과 걱정이 생긴다. 뇌의 주된 임무는 이런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고 어떤 학자는 주장한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예측과 관련된 작은 모형을 뇌에서 끊임없이 만들어 낸다. 만일 여기에 내가 손을 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다. 만일 내가 미소 지으면 그 여자도 미소지을 것이다. 우리가 세운 모델이 실제 일어나는 일과 정확하게 맞물린다면, 상당히 달콤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경험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뇌가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학습하고, 문제가 되는 모델을 조정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포착하거나 어떤 과제에 통달할 때 쾌감이 요동친다.
뇌에 쾌감이 요동칠 때에는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사람은 모두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것에 이끌린다. 우리는 명료한 이론이 딱 맞아떨어질 때 쾌감이 요동치는 느낌을 받는다. 또 우리는 주변환경과 자신이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 밤 늦은 시각에 사람들이 술집에서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자기처럼 바라보도록 설득하는 내용이다. 1945년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르네 스피츠가 고아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고아원 아기들에게 충분한 영양도 공급하고 청결한 위생상태도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아원에 있던 아기들 가운데 37%가 만 두살이 되기 전에 사망했다. 이 아기들은 살아가는데 절대 필요한 한 가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애정어린 접촉'이다. 사람은 자기가 어떤 집단에 속한다고 느끼면, 그 집단규범에 스스로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행복한 삶은 상호관계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런 것이 없으면 삶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수백만 명의 병사들은 곁에 있는 전우들에게 근원적인 동질감을 느꼈기에 전쟁터에서 기꺼이 목숨을 걸었다. 가족 구성원들 역시 이런 감정으로 하나로 똘똘 뭉친다. 사회적인 삶도 그보다는 차원이 낮지만, 어쨌든 신뢰를 매개로 해서 하나로 묶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모형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하면서 정신적인 헤게모니를 유지하려고 애를 많이 쓴다. 더 넓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사람들은 그냥 친해지지 않는다. 친해지려고 경쟁한다. 다른 사람과 친해지는데 도움이 되는 특권과 존경과 관심을 먼저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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