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행복을 예측하는 지표

작가 안드레아 돈데리는 세상은 '묻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묻는 사람은 요청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며, 거절 당하면서도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으므로 언제나 기꺼이 거절 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추측하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며,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때 죄의식을 느낀다. 추측하는 문화에서는 긍정의 대답을 확신하지 않는 한 어떤 요청도 입밖에 내지 않는다. 이 문화에서는 부탁을 받을 때 결코 직접적으로 싫다고 말하지 않고, 그럴 듯한 핑계를 댄다. 어떤 부탁이든 간에 부탁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위기를 느낀다.  요청하는 사람 속에 사는 사람은 늘 행복하고 늘 바쁘고 늘 재미있다. 

 

삶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단계가 추가 되었다. 예전의 삶의 단계는 네가지 였다. 유년기, 청년기, 성인기, 노년기. 그런데 이제 두 개가 추가되어 여섯 단계가 되었다. 유년기, 청년기, 오디세이기, 성인기, 은퇴생활기, 노년기이다. 오디세이기는 청년기와 성년기 사이 방항하는 10년이다. 성인기는 네가지 특징으로 규정할 수 있다. 부모집에서 나와 독립하기, 결혼하기, 가정 꾸리기, 재정적으로 독립하기이다. 1960년대 30세 미국인 70%가 이런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  2000년에는 이 비율은 40% 아래로 떨어진다.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오래 살고 또 성인으로 자리잡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경제는 예전보다 더 복잡해져서 선택할 수 있는 작업도 한층 다양해졌다. 이 가운데 가장 적합한 작업을 고르는 데는 예전보다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여성은 예전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고 있으며, 여성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된다. 이 여성들 가운데 많은 수가 직업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마련할 때까지 결혼을 미루려고 한다. 성인기의 안정성을 원하면서도 일상에 묶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기안에 있는 모든 가능성과 자발성을 제한하면서 꿈을 구속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을 감당할 여유가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정적일 때 결혼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지금 세대는 예전 세대에 비해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명제를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세대는 평화롭고 번영을 구가하는 시대에 성장해서, 자신의 꿈을 이룰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놀라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인종적인 정체성도 명확하지 않다. 그들의 세계관은 미디어 혹은 지도자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게 아니다.  인터넷 세상의 영향을 더 먾이 받았다. 학자들은 지난 몇년 동안 사회적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작업과 관련해서 많은 연구를 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것이 전염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친구가 뚱뚱하면 본인도 뚱뚱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들이 행복하면 본인도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친구가 담배를 피우면 본인도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다. 친구가 외로움을 많이 타면 본인도 외로움을 많이 탄다. 어떤 사람이 뚱뚱할지 날씬할지 여부는 배우자보다 친구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것보다 더 우선하는 목적은 없다. 몇 시간씩 수다를 떨어도 시간이 언제 그렇기 빨리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간다.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가는 행복한 인생이냐 아니면 한 자리에 뿌리를 튼튼하게 박고 사는 인생이냐? 세계를 여행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흥미진진한 삶을 사는 삶과,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똑같은 일을 하고,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절망감을 달래려고 혼자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드는 중년의 단조로운 일상과 어느 삶이 행복한가? 복권당첨은 단기적으로 행복을 안겨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이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빈민층에서 중산층으로 올라설 때 행복은 크다. 행복증가율은 위로 올라갈수록 제로에 접근한다. 중년에 가장 많이 승진하지만, 이 시기에 가장 행복하지 않다. 사회적 경력을 막시작하는 20대와 경력을 접고 물러나는 60대가 가장 행복하다. 물질적으로 잘사는 것을 강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행복해 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무엇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판단하는 데 무척 서툴다. 사람들은 일과 돈, 부동산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다. 돈과 행복 사이의 상관성은 복잡하지만, 사회적인 유대와 행복 사이의 상관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인간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하게 산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한해 10만 달러를 버는 것과 심리적 이득면에서 동일하다고 한다. 한달에 한차례 만나는 모임에 회원이 되는 것은 소득이 두배로 오를 때와 동일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은, 그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의 정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직업이든 취미든 간에 자기 능력을 모두 쏟을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명적인 실수들  (0) 2012.07.09
하나가 된다고 느끼는 순간  (0) 2012.07.06
충동은 힘이 세다.  (0) 2012.07.02
아이큐  (0) 2012.06.29
문화가 행동을 결정한다.  (0) 20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