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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학습법

1954년에 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는 사회과학실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은 '아무리 무작위로 구성원을 설정한다해도 사람들은 집단을 형성하며, 집단이 서로 인접해 있으면 갈등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처음에 아이의 주된 관심은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훌륭한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집단에서 왕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려움이 가장 큰 걱정이다. 고등학교에서 여학생이 어울려 다니면서 우정을 나누는 가장 자연스러운 단위가 세 명이다. 여자1은 화끈하고, 여자2는 조숙하고, 여자 3은 셋 가운데 가장 매력없다. 여자1과 2는 자기들이 여자 3보다 얼마나 매력적 이고 화끈한지 드러내려고 한다. 그 바람에 결국 여자3은 참담한 배신감을 느끼고, 세사람 사이의 갈등은 고조된다. 마침내 여자1과 2는 여자 3을 내쫓고 새로운 여자3을 영입한다.

 

여자 아이는 더 성장하고 안정감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예전에 가지고 있던 자아 수준을 회복한다. 여학생의 뇌하수체는 갑자기 활발해진다. 어린아이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에스트로겐이 뇌에 흘러 넘친다. 호르몬 홍수 덕분에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기술과 정서적인 예민함이 모두 갑작스럽게 향상된다. 일부 십대들의 기분과 지각력은 호르몬이 구비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한다. 십대 소녀의 월경주기에서 처음 두 주에는 에스트로겐이 얼마나 많이 분비되는지 뇌가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 뒤로는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면서 뇌활동이 수그러진다. 호르몬이 파도처럼 굽이친 결과, 십대 아이들은 성별에 따라서 스트레스에 다르게 반응한다. 여자는 인간관계 스트레스에 더 많이 반응하고, 체내에 열배나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는 남자는 자신의 지위나 상태를 공격할 때 더 강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아무 때나 갑작스럽게 흥분하는 것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이다. 다른 때는 놀라울 정도로 서투르고 어색하게 군다.

 

교사라는 존재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해서 주입하는 것이상의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형성하고, 훈육의 규칙을 흡수하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임무다. 이런 일을 하는 교사들은 나중까지 학생들의 기억에 남는다. 학습의 첫 번째단계 효과는 학습자가 관련 주제에 빠져들어 매력을 느끼고, 전문적인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주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더 많이, 더 빨리 지식을 획득한다. 뿐만 아니라 배운 것을 기억하는 속도와 질도 강화된다. 열심히 공부한 학생을 칭찬하면, 그 학생의 정체성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규정하며 이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다. 이런 마음을 가진 학생은 어렵고 힘든 과제도 기꺼이 떠맡고 , 실수를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어떤 학생에게 똑똑하다고 칭찬한다고 치자. 똑똑하다는 말은 타고난 천성 덕분에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칭찬을 들은 학생은 앞으로 계속 똑똑해 보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과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실수하거나 멍청해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의식적인 지식을 받아들여 무의식적인 지식으로 변환하도록 되어있다. 자동차를 처음 운전할 때는 모든 동작을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몇년 혹은 몇달이 지나면 운전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학습은 읽거나, 대수학 같은 낯설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것을 꾸준하게 흡수해서 자동화 하는 과정이다. 자동화는 반복을 통해서 획득된다어떤 분야의 핵심지식에서 출발하여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새로 확보한 것을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통합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가 모험하고 돌아온다. 경영 컨설턴트 리처드 오글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 집단의 순결성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폐쇄적인 공간에 갇혀서 편협해진다. 지나치게 밖으로만 돌면 노력에 따르는 성과가 축적되지 않는다.

 

체스 고수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잠깐 보여준 체스판의 많은 말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수 많은 글자의 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어, 문단, 이야기로 본다는 말이다. 이야기는 개별적인 자보다 기억하기 쉽다. 전문가는 내적인 연결을 파악해서 아주 작은 정보를 서로 연결된 장보로 파악한다. 학습은 단순히 어떤 사실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보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내면화 하는 것이다.  논문은 75% 정도 완성한 다음에 비로소 논문을 쓰기 시작해야 한다. 논문집필 이전에, 오랜 시간에 걸쳐 해당 주제를 다양한 각도의 분위기를 살펴봐야 한다.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고, 통찰력이 머리속에서 불쑥불쑥 나오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하는 데는 뇌의 의식적인 노력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안다. 해당 주제의 주변을 어슬렁 거려라. 이는 절대 시간낭비가 아니다. 왜냐하면 때로 정신은 가장 태평할 때 가장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스탠퍼드대학교 로버트 온스타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정신은 수레처럼 빙글빙글 돌아간다. 조건에서 조건으로 돌아가고. 나타남에서 정지로 돌아가고, 행복에서 걱정으로 돌아간다. 정신은 여러가지 다른 상태 사이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서 정신이 작동하려면, 거기에 맞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택한다"

 

뇌는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진지하게 집중할 때 뇌의 다른 부위나 감각기관의 활동은 점잠해진다. 사람이 잠을 자는 동안에 성취하는 것을 두고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잠을 자는 동안 뇌는 기억을 통합하고 그날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며, 전날 활동으로 진행된 뇌속의 여러 변화를 강화한다고 많은 학자들은 믿는다. 무의식을 넘나들고 의식적인 과정과 무의식적인 과정을 통섭하는 방식으로 논문을 쓰라. 처음에는 핵심지식을 숙지하고, 그 다음에는 그 지식이 머릿속에서 즐겁게 숙성되고, 지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관련된 자료를 한데 녹여 통합하고, 마법과도 같이 통찰이 의식에 튀어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고, 마침내 떠오른 통찰을 가지고 논문을 완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