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뇌세포는 1분에 25만개씩 생성된다. 태어날 무렵에는 뇌세포수가 200억개로 늘어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아의 미뢰가 기능을 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먹는 점심 메뉴에 따라서 양수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안다. 17주쯤 되면 태아는 자궁안의 모든 것을 느낀다. 임신 5개월이 되면 태아는 고통스러운 자극을 받을 때 몸을 움츠린다. 임신 7개월 째가 되면, 태아는 꿈을 꾼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음색을 기억한다. 태아는 단지 목소리의 음색만 듣는게 아니라, 말을 알아 듣는데 필요한 말의 리듬과 패턴까지 함께 듣는다. 태어나고 몇분뒤, 담요에 둘둘말린 채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는 유대감을 제조하는 기계여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연결된 끈을 만들어 내는 다양한 기술을 이미 가지고 있다.
1981년 미국발달 심리학자 앤드류 멜트조프는 태어난지 42분 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혀를 내밀어 보임으로써 유아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이 순간 아기는 거짓말처럼 멜트조프를 따라서 혀를 내밀었다. 혀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이 아기는 마치 자기 앞에 놓인 여러 형상의 조합이 얼굴이며, 그 한가운데 있는 적은 것이 혀이고, 그 얼굴 뒤에 생명체가 있으며 자기 눈에 보이는 혀는 자기 것도 아니고, 자신도 혀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움직일 수 있음을 직관적으로 깨닫는 것 같았다. 예전에 사람들은 아기는 완전 백지상태라고 믿었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될수록 아기는 태어나는 순간 이미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불과 몇달 동안에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지식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우리가 물려받는 정보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깊은 흐름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이것을 유전자라 부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이 길고 긴 역사의 흐름에 의해 틀이 만들어졌다. 그 틀과 상관없이 저절로 생겨난 생각은 없다. 아주 어린 나이에 아기는 수많은 얼굴 가운데서 엄마의 얼굴을 가려낼 수 있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을 다른 굴보다 오래 바라본다. 아기는 행복한 얼굴과 슬픈 얼굴의 차이를 안다. 아기는 사람의 얼굴이 담고 있는 정보를 는 방법을 빠르게 터득했다. 아기에게 신체적 접촉은 신경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영양공급만큼이나 중요하다. 인간의 피부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물체를 식별하고 조작하기 위해서 정보를 체감각피질로 보내는 기능을 한다. 다른 하나는 뇌의 사회적인 부분을 활성화 시키는 기능으로 호르몬과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혈압을 낮춰주며, 충만한 느낌이 들게 해주는 신체접촉 형태의 의사소통을 담당한다. 엄마의 눈을 보고 피부를 만지고 몸짓을 흉내내면서, 아기는 원시적이고 차적인 대화를 시작한다. 그리고 아기는 점차 엄마의 성격을 바꾼다. 엄마의 감정과 생각속에 자기 자신을 녹여 넣는다. 그렇게해서 점차 엄마를 엄마답게 개조시킨다.
육아에 지친 엄마는 아기가 지겨워지기도 한다. 아기는 온갖 달콤한 속임수를 동원해서 그녀의 마음속에 들어 앉았고, 그런 다음에 온갖 공갈 협박으로 자기 마음대로 유린한다. 아기는 평균 20초에 한번 꼴로 어른의 관심을 요구한다. 아기를 낳은 엄마는 처음 1년 동안의 수면시간이 평균 700시간 정도이다. 부부사이의 만족도는 70% 수준으로 곤두박질 치고 , 여성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두배로 높아진다. 아이는 조금이라도 불편하다 싶으면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러고, 이 비명에 엄마는 신경질을 부리고 아빠는 화를 낸다.
다시 시간이 흐른뒤 엄마는 성우와 배우 훈련을 한다. 얼굴 근육을 기묘하게 움직여서 어떤 표정을 만들어 내고는 아기에게 자기 표정을 흉내 내게 시킨다. 엄마에게 아기와의 대화를 중단하고 소극적으로 반응하고 멍한 표정을 짓게했다. 그러자 아기들은 긴장하고 울고 때를 쓰며 안달복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기들은 엄마의 관심을 되돌리려고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아기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에 반영된 자신의 마음을 읽음으로써 내면 상태를 조직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뇌가 아기의 뇌를 완성시켜 간다. 포유동물의 뇌는 한 개체가 다른 개체와 한데 뒤섞여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적절하게 성장한다. 엄마와 아기는 단 한번도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대화를 나눈적이 없다. 두 사람은 주로 접촉, 눈물, 표정, 냄새, 웃음 등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예전에 엄마는 의미나 개념은 언어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언어가 없어도 복잡한 인간관계를 형성할수 있다고 믿는다.
주변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공유하거나 적어도 흉내냄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이해한다. 우리는 사회화 된 세상에서 상적으로 살 수 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속으로 침투해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뇌에 있는 뉴런은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인 패턴을 자동으로 재연한다. 일부 학자들은 거울뉴런은 DNA와 비슷하다고 믿는다. 사람이 외부 경험을 내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나, 서로 배우고 의사소통 하는 방식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떤 행위에 뇌가 반응하는 방식은 그 행동과 관련된 의도나 목적과 뗄수 없는 관계로 결합되어 있다. 사람들이 영화에서 자동차 추격장면을 볼 때 비록 강도가 낮긴 하지만, 실제로 추격하거나 추격당하는 것처럼 반응한다. 아기가 흉내내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일찍 말을 배운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서로의 동작을 더 많이 모방할수록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되며, 서로를 더 많이 좋아할 수록 더 많이 모방한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은 감정이입과 도덕성을 쌓아나가는 벽돌이라고 믿는다.
까꿍 놀이를 하고, 바닥에서 레슬링을 하고, 간지럼을 태우고, 깜짝 놀이를 하기만 하면, 언제든 아기를 황홀경 속으로안내할 수 있다. 이런 놀이를 통해서 아기는 한층 성숙한다. 세상의 여러 모험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 놀이를 하면서 아이는 부모와 함께 있다는 완벽한 일체감이 주는 감동을 받는다. 아기에게 이것은 순수한 기쁨이다. 사람들이 서로 돈독한 유대감을 나눌때 웃음은 자연스럽게 흘러넘친다. 또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듣고 있는 사람보다 46% 더 많이 웃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발언에 정확하게 맞춰서 웃지 않는다. 웃음을 유발하는 문장중에 15%만이 확실하게 우습다. 대신 웃음을 대화로 나누는 도중에 감정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에 자기가 긍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저절로 나오는 것 같다. 웃음은 사회적인 어색함을 덮어주거나, 유대감을 형성, 강화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와 조상과 인간관계르 맺는다. 이런 관계가 사람을 창조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 사람의 뇌는 하나의 두개골 안에 담겨 있는 물질이다. 사람의 마음은 오로지 네트워크, 즉 인간관계의 그물망 속에 존재한다. 이것은 뇌와 뇌 사이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산물이다. 뇌와 마음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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