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과중한 양육의 짐을 지게 된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과중한 덫이고, 그녀가 속한 사회계층 사람들이 하나같이 비웃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양육의 덫이다. 아이는 어떤 당근과 채찍에도 굴하지 않는다. 나중에 당할 불편함이나 고통을 현재의 불편함과 나란히 놓고 비용, 편익 계산을 할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순진무구한 창의성은 과열된 형식주의에 침해 당하고 구속된다. 사람은 자유롭게 태어나지만, 어디서든 사슬에 묶여 있다. 아이는 자유롭기는 커녕 등불과 같은 자신의 의식이 남긴 유산에 희생되는 가여운 희생자일 뿐이다. 비논리적이고 무작위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온갖 생각에 마음을 빼앗겨 산만해질 수 밖에 없다. 내면에 솟구치듯 분출하는 혼란을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자기가 정말 나쁜 학생이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된 리듬을 주어야 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애정과 엄격함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많이 가질수록 바깥 세상에서 새로운 것에 대담하게 도전하는 탐험정신이 그만큼 더 커진다는 말이다. 한 아이가 장차 자신과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결정하는 중대 요소는 아이와 엄마 사이의 관계이다. 아이는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자기가 어떤 신호를 보내면 이 신호를 누군가가 받아준다는 것을 배운다. 곧 어려움이 닥칠 때 도움을 받는 법을 배운다.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깨달을 것이고, 세상에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그 방식에 의존할 것이다. 물론 그 방식이 유효할 수도 있고,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잘 조율된 조건에서 태어난 아이는 새로운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 알고 있으며, 사회적인 관계에서 오가는 신호가 무슨 뜻인지 파악한다. 세상을 반갑고 유쾌한 곳으로 바라본다.
이에 비해 위협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태어나 아이는 겁이 많고 움추러 들고 공격적이다. 이들은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느낀다. 사회적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할 수 있고 자기자신이 가치있는 대화 상대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무의식적인 현실구축 과정은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이며, 또 무엇에 관심을 기울을 것인가를 결정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양육유형이란 없다. 부모는 엄격한 벌을 가할 수 있다. 이때 아기가 부모 태도가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부모가 아기와 눈 높이를 맞출 때, 아기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출된다. 옥시토신은 강력한 만족감을 준다. 옥시토신은 사람들을 서로 묶어주는 자연의 도구인 셈이다.
회피적인 애착관계를 가진 아기의 부모는 정서적으로 위축되어 있고, 심리적으로 유리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부모는 아기와 의사소통을 잘하지 못하거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때로 올바른 말을 하지만, 말만 그럴 뿐 애정이 담긴 몸짓은 뛰따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아기들은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내면적인 실행 모델을 만든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먼저 뒷걸음질을 친다. 낯선 상황검사에서 이 아기는 엄마가 방에서 나갈 때 저항하지 않지만, 심박동수는 증가하고 잔뜩 긴장한다. 혼자 남아 있을 때는 울지 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놀면서 고독하게 탐험하는 경향을 보인다. 심한 불안에 시달리고 사회적인 상황에서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흔히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논리적인 토론에는 뛰어날 수 있어도 대화가 정서적인 방면으로 흐르거나, 자기 속내를 드러내라고 요구 받으면 무척 불편해 한다. 이 사람들은 평소 느끼는 감정의 폭이 매우 좁고, 혼자 있을 때 가장 편하다.
어린 시절의 애착유형이 인생을 송두리째 결정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의 애착 양상에 따라 성인기의 삶이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회복력이 매우 강해서 초기의 잘못된 부분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인생이란 것이 워낙 복잡하다는 것을 들수 있다. 어릴 때 엄마와 애착관계를 변변히 형성하지 못한 어린이라 하더라도 훌륭한 교사나 가족을 만나서 다른 사람들과 인간관계 맺는 방법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쉽게 상호작용하는 부모는 안정적인 애착양성을 보이는 아이를 출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 부모와 관계가 좋았던 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또한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아이를 가지면 자기 부모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릴 때 학대당한 경험이 있는 부모의 40%가 자기아이를 학대 했으며,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엄마는 자식을 따뜻하게 보살핀다. 어른이 되면 내면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을 덮어버리고, 온갖 허구와 이론을 갖다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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