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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애니멀(데이비드 브룩스, 이경식

연습과 경험이 신경망을 바꾼다.

아이는 엄마를 바라보며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이 그의 인생 안으로 들어온다. 아이는 자주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가 자기를 안전하게 보호해준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아이는 탐구하고 학습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그의 사고 과정은 성인의 사고과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이에게는 자의식이 있는 내면 관찰자가 없다.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앞부분은 느리게 성숙한다. 아이는 자기 주도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스스로 자기자신을 파악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과 사물은 잘 인식하지만 자기 자신은 인식할 수 없다. 주의력을 요구하는 외부사물이 없으면, 아이의 정신은 멍한 상태로 남아 있다. 성인은 서치라이트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성인은 특정한 지점에 주의력을 서치라이트 처럼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등불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등불에서 나오는 빛은 모든 방향으로 향한다. 아이는 관찰하는게 아니라, 자기 눈에 비치는 모든 것에 깊이 빠진다. 자기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것에 참가한다.

 

아이가 할 일은 자기가 사는 곳이 어떤 환경인지 파악하고, 세상을 무사히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정신적인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의식적이고 방향성을 가진 학습으로는 이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 무의석적으로 푹빠져 있어야지만 이 과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이런 내면적인 지도가 여러가지를 결정한다. 무엇을 볼지, 어떤 사물에 대해서 어떤 정서적인 가치를 부여할지, 무엇을 원할지, 어떻게 반응할지, 앞으로 다가올 일을 예측하는데 얼마나 능숙한 솜씨를 발휘할지... 아이의 뇌 속에는 천억개의 신경단위 즉 뉴런이 들어 있다. 아이가 세상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뉴런 하나하나는 다른 뉴런과 연결되려고 가지를 뻗어간다.

 

뉴런은 서로 연결되기 위해서 당신이 휴대폰으로 친구사이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과 같다. 세포는 모든 세포와 접촉을 시도한다. 다른 세포가 응답을 하고 이런 관계가 충분히 지속되면, 이들 사이에 더 안정적인 혹은 항구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사람은 누구나 노력하고 연습하고 경험하면, 신경망은 더욱 예민하게 개선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신경망을 가지고 있는데, 신경망은 각자가 인생을 살면서 받는 전기적 자극에 의해 형성되고 강화되며, 끊임없이 업데이트 된다. 어떤 회로가 형성되고 나면 미래에 이 회로가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신경망은 경험을 구체화 해서 담고 있으며, 미래에 수행할 행동을 안내하기도 한다. 이런 신경망은 사람마다 독특한 특성을 담고 있다. 그래서 걸음걸이나 말투나 반응상태가 사람마다 다르다. 뇌는 인생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한 사람의 신경망은 이 사람의 습관, 개성, 기호가 물리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당신의 뇌에 있는 신경망이라는 물질로 구체화 되는 정신적인 존재이다.

 

아이는 아장아장 걸으며 주변 세상을 탐구하는 가정에서 자기만의 정신을 만들어간다. 아이가 '나는 호랑이다'라고 고함지르면서 뛰어논다. 복잡한 수학공식은 계산기가 계산할 수 있지만 '나는 호랑이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나는 호랑이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기계로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상상의 구조물이다. 단순한 기계는 '나'라는 아이와 호랑이라는 무시무시한 동물을 하나로 묶어낼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이처럼 복잡한 과업을 쉽게 해낸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 상상은 언뜻 보기에는 쉽지만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마음속에서 하나로 혼합한 다음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사물을 창조하는 행위가 '상상'이다. 우리는 때로 아이가 어른보다 상상력을 더 잘 발휘한다는 이유로 상상은 지적으로 쉬운 작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상상은 매우 힘든 일이다. 성인은 오랜 세월을 살면서 특정 종류의 사고방식을 능숙하게 처리하도록 훈련 받는다. 그것은 바로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가 말하는 '범례적 사고(paradigmatic thinking)'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논리와 분석으로 구축된다. 그러나 아이와 친구들이 하는 놀이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 이야기 형식(narrative mode)이라고 부르는 사고방식이다.